사는 이야기

안면 신경마비 63일째... 한방병원에 가다

polplaza 2023. 7. 18. 22:30
반응형

안면 신경마비 진단을 받은 지 63일째다. 

오전에 병원에 들러 재활치료를 받았다. 1주일에 3번 예약이 되어있는데 어제는 사무실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못 갔다. 금주에는 남아있는 1차례 예약을 포함해 최대 2번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침을 맞지 않는 동안 주당 3회의 재활치료라도 열심히 받아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활치료를 마치고 사무실로 가는 도중 최근 보아둔 한방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방병원의 분위기가 났다. 안내직원이 "예약하고 왔느냐"고 물었다.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자 "10여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10분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 "알겠다"고 하고는 입구 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직원은 이름과 연락처 등을 파악했다, 이어 혈압체크를 했다. 그리고 간이 침대가 있는 환자 진료실로 안내했다. 

얼마 후, 연세가 있어 보이는 원장이 흰 마스크를 쓴 채로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안면마비가 와서 왔다"고 대답했다. 원장은 나에게 누워보라고 한 후, 왼손과 오른손 손목을 번갈아가며 진맥을 했다. 그리고 앉으라고 해서 바로 앉았다.

원장은 "맥을 보니 심혈관이 약한 것 같다"면서 "나중에 우리 병원에 오면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한약을 지어야 하겠다"고 했다. 그는 "어느 병원에 다니고 있느냐"고 묻고는 "병원에서 치료가 끝나면 (여기로) 오라"고 했다. 나는 "병원 치료와 침을 병행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원장은 "병원에서 하는 치료법과 우리가 하는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병행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 대목은 얼마 전 다녔던 침술사 아저씨의 말과 같았다. 그 아저씨도 "침을 맞으면서 병원에 가면 효과가 없다"면서 "침 맞는 동안에는 병원에 가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또 한 번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속으로 병원의 재활치료를 계속 받기로 했다. 따라서 오랜만에 한방병원에 들렀지만 진료만 받고 침 치료는 받지 못했다.

원장은 나에게 마스크와 안경을 벗어라고 했다.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나중에 올지 모르니 현재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두려고 한다"고 했다. 원장은 "우~",  "오~"하는 입 모양과 눈을 힘껏 감는 모습을 직접 찍었다. 그러면서 "술과 커피를 멀리하라"고 했다. 그리고 '단 것'도 금하라고 했다. 낮에는 햇볕을 많이 보고, 밤에는 10시나 늦어도 11시에는 취침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컴퓨터나 휴대폰은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보지 말라고 했다. "술은 알겠는데 커피는 왜 안되느냐"고 물었더니 "커피에 단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 설탕이 없는 아메리카노는 어떠냐"고 했더니 "3분의 1 정도만 마셔라"고 했다.

나는 사실 술보다 담배가 더 문제다. 술은 거의 안 마시지만 담배는 생활 필수품처럼 피워왔다. 요즘 줄이긴 했어도, 신경마비의 상황에서도 매일 피우고 있다.

원장이 금지 대상에 담배를 언급하지 않아서 "담배는 피워도 관계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담배는 좋은데 피우면 안 된다"고 했다.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원장은 "담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백수십 가지의 화공약품을 쓰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다"고 했다. 니코틴과 타르를 줄이기 위해 담배에 사용한 화공약품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타르와 니코틴양이 많은 담배를 피우고 있기도 하다. 이 참에 시가로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전자담배도 있고....

한방치료는 참으로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감요하거나 금지하는 것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것저것 거의 따지지 않는 양방 치료가 편하긴 하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