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polplaza 2024. 5. 2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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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의 소개로 어느 행사에 갔다가 시낭송으로 유명한 분이 낭송하는 시를 들었다. 이날 낭송한 시는 고재종 시인이 쓴 '백련사 동백숲길에서'라는 시였다. 시를 소리로 먼저 듣고 글로 된 시를 찾아보게 됐다. 포털 '네이버 지도'에서 '백련사'를 검색해보니 전국적으로 6군데가 표시됐다. 지도에 나타나지 않은 주소지를 포함하면 무려 30군데나 나왔다. '백련사'라는 이름이 일반적으로 친근감을 주거나 절 이름으로 어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재종 시인의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시에 등장하는 '백련사'는 전남 강진군 도암면에 소재한 만덕산(萬德山)의 백련사(白蓮寺)로 알려졌다. 이곳 백련사는 오래된 동백나무 숲이 울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동백꽃은 11월 말부터 하나씩 피다가 이듬해 3월 말경 만개한 후, 4월에 모두 떨어진다.

아래는 고재종 시인이 쓴 '백련사 동백숲길에서'라는 시의 전문이다.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고재종

누이야, 네 초롱한 말처럼

네 딛는 발자국마다에

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

시린 바람에 네 볼은

이미 붉어 있구나.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

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

해조음으로 울어대고

그러나 마음속 서러운 것을

지상의 어떤 꽃부리와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

그리하여 동박새는

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

바람으로든 은물결로든

그예 씻어 보겠다는 나인가.

이윽고 저렇게 저렇게

절에선 저녁종을 울려대면

너와 나는 쇠든 영혼 일깨워선

서로의 무명을 들여다보고

동백꽃은 피고 지는가.

동백꽃은 여전히 피고 지고

누이야, 그러면 너와 나는

수천 수만 동백꽃 등을 밝히고

이 저녁, 이 뜨건 상처의 길을

한번쯤 걸어 보긴 걸어 볼 참인가.

(사진 출처: 백련사)


한편 고재종 시인은 1957년 전남 담양 출생으로 1984년 실천문학 신작 시집 '시여 무기여'에 시 ‘동구밖 열두 식구’ 등 7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3년 제11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백련사 동백숲길에서'라는 이 시는 제16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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