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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적(入寂)과 원적(圓寂), 어느 것이 맞을까

polplaza 2023. 11. 3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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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자승 스님, 소신공양 택해 입적... 모든 종도에 경각심 남겨", "자승 스님, 갑작스러운 입적... 유서 2장엔 'CCTV 다 녹화, 부검 말라'", "칠장사 불,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 입적.. '스스로 선택한 분신'",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입적... 유서 형식 메모 남기고"

2023년 11월 29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채 발견된 자승 스님에 대해 다음날 일부 언론들이 보도한 기사 제목들이다. 기사의 제목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자승 스님의 죽음을 '입적(入寂)'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입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언론사들의 자승 스님 사건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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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한불교조계종은 입적이라는 단어 대신 원적(圓寂)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조계종은 2023년 11월 30일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조계종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 대종사가 세연(世緣)을 다 하시어 불기2567(2023)년 11월 29일(음 10월 17일) 오후 6시 50분 안성 칠장사에서 법랍(法臘) 51년, 세수(歲壽) 69세로 원적에 들었다"고 전했다.

입적(入寂)과 원적(圓寂),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조계종 보도자료 중 '원적'이라는 표현 사용/조계종 보도자료 캡처)


결론은 2가지 다 맞다. 다만, 약간의 의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입적은 불교에서 일체의 번뇌가 사라진 적멸의 세계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깨달음의 완전한 경지에 올라 완전한 평화의 싱태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원로 스님이나 훌륭한 고승이 돌아가셨을 때, 그의 죽음을 가리켜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원적이란, 모든 덕이 원만하고 모든 악이 적멸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무지(無知)와 사견(私見)을 모두 버리고 깨달음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이다. 깨달음의 경지에 올랐다는 의미에서 입적과 일맥상통한다. 언론에서 입적이라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흔하게 사용함에 따라, 대한불교조계종과 불교계 언론에서 덕망이 높은 스님 등에게 '귀하게 표현하는 의미로' 원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입적과 원적은 글자는 다르지만 뜻은 거의 차이가 없다. 스님들의 죽음을 높이 평가하여 붙여주는 존칭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 부처님의 죽음을 말할 때 사용하는 '열반(涅槃)'이란는 단어도 있다. 모든 번뇌의 불을 멸진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얻는 보리의 경지를 뜻한다. 이와 관련한 해탈(解脫)이란 동의어도 있다. 

부처님의 죽음을 의미하는 열반이라는 표현은 아무리 고승이라도 아주 특별히 공덕을 기리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부처님과 동격으로 인식되는 부담감 때문이다.


이 밖에도 불교계에서 죽음을 뜻하는 단어가 제법 있다. 귀적(歸寂), 적멸(寂滅), 적(寂), 멸(滅), 멸도(滅度), 택멸(擇滅), 이계(離繫), 타계(他界) 등이다. 이 중 '다른 세계로 떠났다'는 뜻의 타계라는 표현은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거나 업적이 있는 일반인들의 죽음에 대해 언론에서 종종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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