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 정가와 재계, 유럽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엡스타인 파일의 주인공,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dward Epstein, 1953년 1월 20일 ~ 2019년 8월 10일)은 어떤 인물인가. 그동안 보도된 언론 기사와 미 법무부 공개 자료 등을 종합하여 정리했다.
[약력]
엡스타인은 미국의 금융가이자 억만장자로 정·재계 거물들과 친분을 쌓는 등 한동안 화양연화를 누렸으나, 말년에 아동 성범죄자로 구속돼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의 인생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때는 미성년 성착취 범죄 혐의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2005년이다. 3년 뒤인 2008년 매춘 알선 혐의로 1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13개월만에 출소했다. 그러나 새로운 범죄 혐의가 언론의 탐사보도로 밝혀져 2019년 7월 연방 성범죄특별수사국(US Attorney SDNY)에 전격 체포됐다. 보석 신청이 기각되자, 그해 8월 10일 감방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변호인은 타살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국은 자살로 결론지었다.

[출생 및 학력]
엡스타인은 1953년 1월 뉴욕 브루클린 시게이트(Sea Gate)에서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뉴욕시 공원 정원사였고, 어머니는 학교 보조원으로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성장했다. 라파예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쿠란트 수학연구소)에 들어갔으나 2년 만에 중퇴했다. 수학과 음악에 재능과 관심이 많았다. 이웃 사람들은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조용하고 친절하며 수학 천재"로 기억했다.
[인생의 전환점과 금융회사 창업]
1974년 명문 사립학교인 달턴 스쿨(Dalton School)에서 수학과 물리학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월스트리트 인맥을 쌓는 등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 학교에서 베어 스턴스 CEO 앨런 그린버그의 아들을 가르치게 된 인연으로 1976년 베어 스턴스에 특채 입사하게 된다. 여기서 옵션 트레이더와 세금 전문가로 활약하면서 1980년 유한파트너로 고속 승진했다. 5년간 경험을 쌓은 그는 1981년 규제위반으로 퇴사했다.
마침내 엡스타인은 자산 관리회사인 '인터컨티넨탈 에셋 그룹(IAG)'을 창업하고, 도난자산 회수 컨설팅을 시작했다. 1987년 스티븐 호펜버그(Steven Hoffenberg)의 타워스 파이낸셜에 들어가 기업 인수합병에 관여했다. 호펜버그는 4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폰지 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엡스타인은 기소되지 않았다.
[사업 수완과 재산 축적]
1988년 자신의 회사명을 '제프리 엡스타인 & 컴퍼니(나중엔 파이낸셜 트러스트 컴퍼니)'로 바꾸었다.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고객만 받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억만 장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핵심 고객으로 1986년 인연을 맺기 시작한, 고급 여성 패션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 소유주였던 레슬리 웩스너를 꼽을 수 있는데, 그의 전 재산(의류·부동산·투자)을 관리해 주었다. 이때 수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웩스너 재단 이사’ 등의 직함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사업 모델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블랙메일’로 돈을 벌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 법무부의 자료 공개 이후 이 같은 의혹은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웹스타인은 1991년 웩스너로부터 재정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1996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겨 세금 회피를 극대화했으며, 1999~2018년 약 8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 JPMorgan Chase, 도이치방크 등과 거래하며 19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이동한 기록이 확인됐다. 또한 카르비네(Carbyne) 등 기술 투자와 헤지펀드에도 관여했다. 그는 웩스너의 자산관리 수수료, 요트 건조 및 부동산 투자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그는 뉴욕 맨해튼 9번가 타운하우스(71번가, 7층 2만 평방피트, 1998년 2천만 달러 매입, 사실상 웩스너가 양도)와 파리 아파트, 뉴멕시코 잔코 랜치(2만 5천 에이커), 버진 아일랜드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1998년 매입, ‘페데필리아 섬’ 별명)을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섬에는 청색 돔 ‘템플’ 건물과 지하 터널, 헬기장을 만들었고, 다수의 CCTV를 설치했다. 제트기 보잉 727 ‘로리타 익스프레스’를 마련해 권력가들을 태우는 개인 전용기로 이용했다. 사망 당시 재산은 약 6억 달러로 추정됐으나 부의 출처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성범죄 행각과 재수사, 그리고 자살?]
그의 범죄 행각은 2005년 14세 소녀의 신고로 플로리다 팜비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14~17세 소녀 최소 36명이 피해자로 밝혀졌다. 그와 함께 '공범' 혐의를 받는 기슬레인 맥스웰(로버트 맥스웰의 딸)이 쇼핑몰, 학교, 파티 등에서 “마사지로 돈 벌자”며 유인하고, 엡스타인이 성관계로 이어지게 강요했다는 혐의다. 소녀들은 “엡스타인이 돈을 주며 친구를 더 데려오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FBI가 2006년 수사에 착수했으나 2008년 관대한 협상으로 불리는 ‘스위트하트 딜(sweetheart deal)’로 사건이 지방법원으로 이관됐다. 훗날 트럼프 정부에서 노동장관에 취임한,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알렉산더 아코스타(Alexander Acosta) 연방 검사는 ‘불기소 합의(NPA)’로 엡스타인과 공모자들에게 연방 기소 면책을 줌으로써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엡스타인은 이때 유죄(매춘 알선 1건)가 인정돼 1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맥스웰 등 공범들은 면책 조항으로 전원 처벌을 면했다. 법원은 2019년 피해자 통보 의무를 위반했다며 불기소 합의를 무효화시켰다.
그런데 2018년 마이애미 헤럴드의 탐사 보도로 재수사가 시작됐다. 2019년 7월 6일 뉴저지 테터보로 공항에서 성매매 혐의로 연방검찰에 체포됐다. 기소장에는 2002~2005년 뉴욕·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및 인신매매 공모 혐의가 적시됐다. 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에서는 몰래카메라, 미성년자 사진, 위조 여권 등이 발견됐다. 2019년까지도 권력 네트워크가 계속됐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보석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맨해튼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7월 23일 목을 매는 자살을 처음 시도했다.
그는 결국 2019년 8월 10일 아침 감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 CCTV 고장, 교도관들의 감시 의무 해태, 자살 방지 프로토콜 미이행, 목뿔뼈(hyoid bone) 골절 등을 근거로 ‘타살설’이 제기됐다. 엡스타인의 형 마크가 고용한 마이클 바든 박사는 “타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3년 법무부 감찰관(OIG) 보고서와 2024~2025년 FBI 재조사에서는 '관리 미흡으로 인한 자살, 타살 증거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당국은 스스로 목을 맨 자살로 공식 판정한 것이다.
[권력 네트워크와 공모자]
엡스타인의 권력 네트워크에는 빌 클린턴(비행기 26회, 아프리카·인도 순방 동행), 도널드 트럼프(1990년대 파티 사진 다수, “멋진 녀석” 발언), 앤드루 왕자(피해자 증언·사진), 빌 게이츠(2011년부터 이메일·섬 방문), 일론 머스크(초기 연락 기록), 에후드 바라크(이스라엘 전 총리, 수백 번 방문·사진), 렉슬리 웩스너, 리처드 브랜슨 등 국내외 정치·경제계 거물이 포함됐다. 블랙북(연락처) 1,500명, 비행 로그에 이름이 나오지만 대부분의 인사들은 “알고 지낸 사이일 뿐”이라며 성범죄 의혹을 부인했다. 일부에서는 엡스타인이 이 같은 협박자료(kompromat)를 이용해 거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엡스타인을 두고 '단순 성범죄자가 아니라 권력 네트워크를 이용한 현대판 성노예제도 운영자'라는 비판도 있다.

엡스타인의 사망 후, 공범으로 기소된 맥스웰은 2021년 12월 재판에서 미성년자 유인·성매매 공모 등 5건에 대한 유죄 혐의가 인정돼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1심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엡스타인의 유산은 약 6억 3천만 달러로 평가되며, 이 가운데 피해자 배상 기금으로 1억 달러 이상이 지출됐다.
[주요재산 내역과 재산 의혹]
엡스타인이 남긴 유산은 법무부의 공개 파일과 법원 기록, 포브스(Forbes)와 뉴욕타임스 등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볼 때, 피해자 배상금과 법률 비용, 세금 등의 지출로 대부분 소진됐지만 2026년 3월 현재 약 1억2000만~1억 8000만 달러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사망 당시 법원에 체출한 서류(2019.8)에 따르면 약 5억 7800만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요 자산은 △ 뉴욕 맨해튼 타운하우스 (71번가): 5,000만 달러 이상 △플로리다 팜비치 저택: 1,200만 달러 △뉴멕시코 잔코 랜치: 1,700만 달러 △파리 아파트: 860만 달러 △버진 아일랜드 섬 2개 (리틀 세인트 제임스 등): 8,600만 달러 (2023년 6,000만 달러에 매각) △개인 제트기 3대 + 헬기 + 보트·자동차: 2,250만 달러 △미술품·보석·골동품: 약 1,000만 달러 (32.73캐럿 다이아몬드만 540만 달러) △현금·투자·헤지펀드·사모펀드: 약 3억 8,000만 달러 이상 등으로 파악됐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 공식 확인된 것으로, 레슬리 웩스너(Les Wexner, 빅토리아 시크릿 소유자)가 유일하게 핵심 고객이었다. 엡스타인은 1986~1987년 사이 웩스너를 고객으로 만나 신뢰를 쌓은 후 1991년 전권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받았다. 웩스너 재산 전부를 관리·투자·차입·매매할 수 있는 권한을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뉴욕 타운하우스(1998년 2,000만 달러 매입)도 사실상 웩스너 자금으로 취득하여 양도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포브스는 2026년 엡스타인이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웩스너로부터 2억 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받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웩스너는 "엡스타인이 막대한 돈을 착복했다"고 주장하여 2008년 1억달러 규모를 반환받기도 했다.
2026년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와 포브스 보도 등에 따르면 기타 고객 수입으로 △레온 블랙(Apollo Global Management 공동창업자): 1억 5,800만~1억 7,000만 달러 △글렌 더빈 헤지펀드: 1,500만 달러 △2026년 신규 확인: 모티머 주커먼(부동산 재벌) + 아리안 드 로스차일드: 4,500만 달러 합계 △미확인 클라이언트: 약 1억 3,000만 달러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종합하면, 그의 회사(Financial Trust·Southern Trust)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고객 수수료: 4억 8,800만 달러 △배당금: 3억 6,000만 달러 등 총 8억 달러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그가 투자한 것들 중 피터 틸 Valar Ventures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 사망 당시 1억 7,000만 달러로 성장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엡스타인은 어떻게 억만장자가 되었나]
엡스타인이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 설립 초기부터 초고액 자산가를 고객층으로 삼는 전략을 수립해 고액 수수료를 받은 점, 예컨대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만 받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고객의 세금·상속 계획·투자 자문 명목으로 연 1~2% 수준의 고액 수수료를 받았다.
둘째, 버진 아일랜드에 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세금 혜택을 받고 자금 이동을 은폐할 수 있었다. 이는 Paradise Papers·Swiss Leaks 문서로 확인된 것이다.
셋째, 웩스너로부터 전권 위임을 받음으로써 부동산 및 투자를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돼 자신의 이름으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넷째, 헤지펀드·사모펀드·예술품 투자로 자본을 증식했다.
일부에서 그의 재산 형성 과정에 블랙메일과 불법자금, 돈세탁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2026년 3월 현재 그의 재산 형성에 있어 불법적인 범죄 증거가 드러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다. 2026년 공개된 법무부의 대규모 파일과 FBI 메모 등에서 블랙메일로 재산을 축적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엡스타인의 재산은 웩스너 등 극소수 초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받은 고액 수수료와 각종 투자 수익 등으로 형성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6.03.02 - [사이버정치마당] - 엡스타인 파일(Epstein Files), 무엇이길래 시끄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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