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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31

추억의 사진... GOP에서 야식 먹는 시간

사진이 없었다면 기억할 수 없는 모습이다. 군대 사진을 정리하다 나온 한 장의 사진에 눈길이 갔다. 전투복을 입은 군인이 양손으로 빵 1개를 들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다. 그 앞에는 우유가 몇 개 놓여있지만, 1개를 제외하곤 손을 되면 안 된다. 다른 소대원들의 몫이다. GOP에서 야간 근무를 서는 대원들에게 야식으로 할당된 간식이다. 1인당 빵 1개와 우유 1개가 매일 야식 배급량이었다. 사진의 모습으로 짐작하건대, 시기는 GOP 근무를 했던 1985년 어느 여름날 동트기 전 새벽으로 보인다. 휴전선을 따라 이어진 철책선에서 밤새 경계근무를 선 후, 임무 교대를 하고 소초(소대 단위 초소)에 복귀한 상황이다. 철모와 총기를 내무반에 반납하고, 인근 취사장에서 야식을 먹는 순간이다. 군용 ..

군대 이야기 2024.01.03

최전방 군대 전역기념품... 추억의 '총칼 든 액자'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다가 특별한 사진을 발견했다. 전역 때 받은 전역 기념품 사진이다. 액자 오른쪽에 큰 시계가 있고, 왼쪽에 온도계가 들어있다. 액자 가운데는 단검과 M16 소총이 끝을 맞대고 45도 각도로 세워져 있다. 단검과 총의 모양을 본 뜬 모조품이다. 그 사이에 부대 마크와 독수리, 그리고 전역 기념품을 만든 후배들의 이름과 전역을 축하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액자에 들어있는 군대 사진은 내가 가지고 있던 GOP 근무 사진을 끼워 넣은 것이다. 하교대 동기인 박신교(맨 왼쪽) 분대장 과 후배 노태철(왼쪽에서 3번째) 분대장이다. 왼쪽에서 2번째, 어깨에서 내려온 흰색 띠를 매고 있는 사람이 소대장이다. 박 소위 였는데,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는 군대 체질에 맞지 않을 정도로 성..

군대 이야기 2024.01.03

마릴린 먼로, 한국전쟁 직후 한국 방문... 위문공연의 이정표

세기의 '섹스심벌'로 알려진 배우이자 가수였던 마릴린 먼로가 1954년 2월 16일 한국을 방문했다. 시기상으로 3년여 동안 한반도를 폐허로 만든 한국전쟁이 멈춘 직후였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돼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으로 정전 상태에 들어갔다. 휴전협정이 체결된지 약 7개월만에 그녀가 한국을 전격 방문한 것은 의외였다. 먼로는 방한 기간 4일 동안 주한 미군기지를 순회하면서 공연을 했다. 그녀는 총 10차례의 공연을 했으며, 약 10만명의 군인들이 관람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 공연에서 섹시한 매력과 화끈한 무대 매너, 매혹적인 창법을 선보여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해졌다. 미군 장병들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가져다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에서 미군의 희생과 도전에..

군대 이야기 2023.07.04

행군의 아침을 읽고(독자 리뷰)

그때 그시절.. 군대니까.. 첫장을 넘기고 나서 마지막장까지 단숨에 읽었다. 군 입대부터 훈련소 생활, 이등병, 일병, 상병.... 제대할때까지.... 한장 넘길때 마다 내 군생활을 더듬어 보게 했다. 첫 자대 배치 받았을 때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당황 스럽던지... 끝까지 다읽고 난 후에.. 지금은 군대도 많이 달라졌다지만... 그래도 군 입대를 위해서 대기 중인 사람들, 군대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군대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아무쪼록 모두들 무사히 군생활 마치기를 마음으로 빌어 봅니다. 대한민국의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만 하는게 아닐까요 ㅎㅎ (출처: 행군의 아침 블로그)

행군의 아침 작가와의 만남

☆ 작가와의 만남.한마디로 꾸역꾸역 읽어낸 소설이 있었다.드라마틱한 반전이나 회기적인 사실도 없이 한 번 잡고 그대로 쭉 읽어낸 소설이기에 이 표현은 지극히 온당하다.군대 생활의 애환을 완벽하게 재연해낸 병영 수첩이라고 해야 할까나!?우리 시대 (81학번)에는 소설의 황금기여서 빼어난 작품이 도처에 깔렸던 군웅할거의 시대였다.웬만한 내용과 필력으로는 감히 주목을 받을 수 없었던 그 살벌한(?) 시기를 살아낸 작가의 늦깎이 데뷔작이어서 내공이 단단한 탓에 아마 그랬을 거다.화려하지는 않은데 덤덤한 묘사로 문체가 찰지다.그 덕분에 내용보다도 형식보다도 전두환 군부 쿠데타 정권 치하의 악독한 군대 시절을 범생이 병사로서 착실하게 복무하면서 일궈낸 승리의 찬가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정겨우면서도 아련한 병..

어머니의 믿기지 않는 행군의 아침 열독

어머니는 평생 농촌에서 흙을 일구고 사시는 분이다.올해 연세가 예순여섯.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신 분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퇴하셨다. 그런 어머니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종이 비료부대를 잘라서 'ㄱ, ㄴ, ㄷ…, 아, 야, 어, 여…'를 가르쳤다.당신이 못 배운 한을 내게서 보상받으려 하신 것이 아닐까.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어머니가 가르치는 대로 배웠다.때로는 어머니가 내준 과제를 다 못해서 회초리로 매를 맞기도 했다.그것이 사랑의 매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은 어머니의 힘이 컸다. 결혼할 적엔 농촌 총각인 신랑의 얼굴도 한번 못 보고 하셨다.할머니가 외가에 한번 다녀가시고는 결혼이 정해졌다는 것이다.당시엔 부모들만 좋다고 하면 결혼이 이뤄졌다.신부의 의사..

행군의 아침 독자 소감(교보문고)

책을 펼치면서 나는 10년 전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당시의 느낌, 초조감, 불안감, 기쁨 등등... 마치 내가 다시 군대에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듯이 나를 빠져들게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대를 갔다 온 사람에겐 아릇한 얫 기억들을 군대를 가야 할 남자에게는 군대의 맛을 살짝 엿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길지 않은 이야기들이라 읽는데 무리가 없으며 수필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은 재미있는 책이었다.

행군의 아침 서평(출판사)

이 책은 저자가 군 입대 무렵부터 전역할 때까지 약 3년 동안의 병영생활을 당시 썼던 기록과 그림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최전방 병영의 일상사를 재치있게 소개, 군시절의 향수를 유발한다. 테마별 짤막한 내용으로 읽기 편하고, 간결하고도 유머러스한 표현력으로 긴장속의 최전방 병영생활이 웃음 넘치는 청년동아리인양 착각하게 한다. 힘들었던 군생활의 추억을 더듬게 만드는 한 육군 보병의 이야기는 각박한 사회생활에 짓눌려 살고 있는 우리에게 '몸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는 각오를 다지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군 경험이 없는 사람은 군대를 경험하고 싶고, 누구를 붙잡고 군시절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푸른 제복을 입은 청년들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마운가를 새삼 일깨워주는 책이다. 군 경험이 대한..

행군의 아침 서평(교보문고)

저자가 군 입대 무렵부터 전역할 때까지 약 3년 동안의 병영생활을 당시 썼던 기록과 그림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집.최전방 병영의 일상사를 재치있게 소개해 군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테마별 짤막한 내용으로 읽기 편하고, 간결하고도 유머러스한 표현력으로 긴장속의 최전방 군생활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행군의 아침을 읽고(주부가 된 친구의 소감문)

행군의 아침은 평보가 입대에서 전역까지의 미묘했던 자신의 심경과 파란만장했던 군대생활의 내면을 서정적인 시와 직접 스케치한 그림을 함께 엮어낸 산문집이다.이 글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나에게도 꿈많고 감수성 풍부했던 학창시절이 있었으며 한때는 일기와 비망록도 열심히 썼었는데... 결혼은 가사일만 하는 직책(?)인줄 알고 십여년이 넘도록 가계부 1장 쓰지 않고 철저히 책과 원수가 되어 살아 왔다.지하철을 탈 때도 두 눈을 꼭 감고 도를 닦고 앉아 있던 내가 요 며칠 행군의 아침을 읽고 있으니 나를 아는 이들에겐 하나의 사건이다. 책 사볼 생각은 안 하고 다 보고 나면 너도 나도 빌려 달라는 사람뿐이다.책을 빌려 주면 돌려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리 저리 돌려..

행군의 아침을 읽고(박진열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저자로 여겨지는 한 사병이 휴전선 철조망 위에 걸터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표지그림부터가 눈길을 끈다. 대학시절 그림 동아리에서 활동한 저자가 그린 것으로 아마추어 수준은 훨씬 넘어선 경지다. 첫 장을 넘기다 보니 단숨에 절반인 150여 페이지가 훌쩍 지나갔다.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다. 병영에서 일어나는 일상사를 유려한 필치로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 낸다. 되뇌기 싫은 병영 일화도 재치있게 소개, 향수를 유발한다. 테마별로 짤막짤막한 제목을 달아 풀어 쓴 방식이 읽기 편해 더욱 좋았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불쑥 30여년 전의 군생활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졌다. 입대를 앞둔 장정이나 ‘쫄병’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병영이 더욱 환해 질 것 같아서다. (출처: 행군의 아침 블로그)

'행군의 아침'을 읽고(임도경 전 뉴스위크 편집장)

한국사회에서 군대처럼 짙은 희로애락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가 있을까. 많은 유명인사들이 떳떳하지 못한 자신과 가족의 병역문제로 하루아침에 고꾸라지고, 군복무 중 변심한 애인으로 인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군에서 잃은 어머니의 절규도 끊이지 않는다. 이 땅에 태어난 건장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군대에 다녀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니 군은 이제 우리 삶에서 만들어진 굳은살과 같은 존재가 됐다. 그 군의 실체를 이보다 더 잘 파헤친 책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베테랑 기자 출신인 저자가 직접 경험한 진솔한 병영 이야기를 읽으면서 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왜 세상에는 ‘군대 다녀온 남..

'행군의 아침'을 읽고 나서(교보문고 독자)

책을 펼치면서 나는 10년 전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당시의 느낌, 초조감, 불안감, 기쁨 등등... 마치 내가 다시 군대에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듯이 나를 빠져들게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대를 갔다온 사람에겐 아릇한 얫 기억들을 군대를 가야할 남자에게는 군대의 맛을 살짝 엿볼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길지 않은 이야기들이라 읽는데 무리가 없으며 수필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은 재미있는 책이었다. 출처 : 교보문고 북로그에서

GOP에서

파아란 창공은 나의 이상이며 짙푸른 녹음은 나의 벗이며 맑은 계곡물은 나의 마음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혼자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아니, 만물이 나와 동화된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볍다. 흐르는 계곡물 속에 손발을 담그고 온 몸을 담그고... 너무나도 깨끗한 물 너무나도 시원한 물이다. 냉수욕을 끝낸 후 바위 위에 전투복을 가지런히 펴고 하늘을 바라보며 큰 대자로 드러누워 상쾌한 바람을 맞이한다. 아! 무한한 이 기쁨. 세상사의 모든 갈등 속에서 일탈한 자유로운 새가 된다. 1985.6.18- 심평보 행군의 아침을 읽은 후 나의 뇌리에 가장 뚜렷이 남아 전율을 일으키는 신비한 세계인 GOP. 그 삼엄하고 긴장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주위는 온통 별 세상인 것 같은 착각. 평보가 그린 삽화를 함께 올리지 못해..

군대 이야기 2021.02.07

친구가 쓴 '행군의 아침'은

얼굴이 하얗고 얌전했던 산북 소년 평보가 책을 냈대요. 서울에 있는 모임 친구들에게 일일이 사인해서 준 책 "행군의 아침"은 참 소중하게 생각되어 혹시 흠집 날까 봐 책갈피까지 입혔다. 책 표지를 잘 보이게 하려고 투명 비닐 한 마를 사서 책갈피를 싸고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최대한 사람들에게 잘 보이도록 양손으로 쫙 펴서 읽고 있다. (홍보 잘하고 있지요?) 다 읽고 잘 보관해두었다가 이 다음 우리 아들 군대 가기 전에 보여 줄 생각. 용만, 한열, 경정, 춘순, 혜정, 성필, 수희... 내가 알고 있는 친구들의 이름과 마을, 그리고 시골의 전경들을 책 속에서 대하니 너무 신기하다. 오늘 퇴근시간에 읽었던 대목이 마침 최영천 상병이 일병 장성우와 친구의 가슴을 구타하는 대목이었는데 얼마나 가슴이 ..

친구의 병영일기... '행군의 아침'을 읽고

며칠 전 친구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두툼한 책보따리를 싸들고 숨을 헐떡이며 사회에서 만난 친구 중에 가장 정이 가는 친구다. 어쩌면 성장 환경이 나와 비슷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내적인 성향마저도 비스무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내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특유의 겸연쩍은 웃음과 함께... 80년대 우리가 경험해야만 했던 군생활에 관한 자신의 병영일기를 책으로 펴냈단다. 입영에서부터 전역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소상하게 그린 ‘행군의 아침’이란 책이다. 나는 집에서 읽을 요량으로 표지만 보고 그냥 가방 속에 넣어 두었다.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지만…. 그날은 몹시 분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책을 폈다. 책장을 넘기면서 슬슬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잊혀졌던 내 청춘의 한..

전역 20여 년만에 연락 온 군대 동기

지난주 금요일(6월 13일),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혹시… 누구 계시냐?"라고. 나를 찾는 전화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했더니 전화 건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대면서 모르겠느냐고 물었다. 23년 전 강원도 양구에서 군생활을 함께 했던 군대 동기였다. 민유식이다. 크아, 입대 동기이면서 하교대 동기인 친구가 20년이 지나서 나를 찾아 전화를 주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군대에서 같이 휴가 나왔을 때 수원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나는 그를 가끔 생각하곤 했었다. 양구에서 신병훈련을 같이 받고, 같은 대대에서 생활하다가 상병 때 하교대로 입소해 분대장 교육을 같이 받았던 친구다. 그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다. 이 친구, 내 사무실 전화는 어찌 알고 전화를 했을..

군대 이야기 2021.02.02

고문관 이등병의 위험한 실험 정신

약간 고문관 끼가 있는 신병이 훈련소를 퇴소하자마자 최전방으로 배치됐다. 그는 틈날 때마다 상념에 잠겨 있거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공상가이거나 허무주의자 같았다. 이런 녀석은 뺑뺑이를 심하게 돌려야 정신을 차릴 놈이었다. 경계 근무를 선지 1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화창한 봄 날씨가 그저 온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어느 날이었다. 경계초소로 근무 나간 이등병은 몇 시간짜리 근무를 서자니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훤한 대낮에 간첩이 넘어올 리 만무하고, 그저 상념만 깊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등병은 심심한 터라 총을 만지작거렸다. 쇠로 만든 이 물건이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총의 위력은 얼마나 될까. 이렇게 작은 탄환이 어떻게 사람을 죽인단 말일까. 생각은 생각을 낳고 또 생각이 꼬리를..

군대 이야기 2021.02.02

최전방에서 날마다 고기 식단.. 무슨 일이?

군대에서 매 끼니마다 고기가 올라온다? 이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실제로 매일 고기가 식탁에 올라오는 부대가 있었다. 최전방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K 씨의 증언이다. 소대장 K 씨는 자신의 식탁에 매일 고기 덩어리가 올라오는 것이 신기했다. 아무리 최전방이지만 매일 고기를 배급할 정도로 국방부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 고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렇다고 병사들에게 고기의 출처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병사들이 소대장을 위해서 특별히 고기를 아껴두었다가 매일 주는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소대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높지만 말이다. 소대장의 생각이 깊어질 무렵, 어느날 취사병(짬밥 전담 병사)이 ..

군대 이야기 2021.02.02

최전방 봄처녀의 덫

최전방(GOP)에서 근무하다 보면 민간인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안에는 군 부대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통선을 출입하는 민간인은 민통선 내에서 농사를 짓거나 병사들이 버린 짬밥 찌꺼기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민통선 안에서 여자를 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가끔 봄나물을 캐러 무작정 산에 들어오는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있긴 하다. 이들은 나물 캐는데 정신이 팔려 미확인 지뢰밭에도 마구 들어갔다가 지뢰를 밟아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군인들은 알고 보면 혈기왕성한 청년들이다. 군대에서 농담 삼아(실제 그러하기도 하다) 하는 말이 "치마만 두르면 다 여자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70~80대 할머니도 여자로 보인다는 뜻이다...

군대 이야기 2021.02.02

공수부대에 너같은 놈은 필요없어!

각고의 노력 끝에 학사장교로 입대한 P군은 공수부대로 차출될 위기(?)에 놓였다. 검정색 선글라스를 낀 소령(말똥 한 개)이 신임 장교(소위)들의 명단을 훑어보면서 4명씩 공수부대 예비 후보들을 호출했다. P군은 이미 1차 선발에서 공수부대 장교로 합격한 상태였다. 이번 2차 관문을 통과하면 영락없이 공수부대에서 3년을 복무할 상황이었다. P군은 공수부대에는 가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올 궁리를 했다. 소령이 P군을 호출했다. 다른 3명과 함께 앞으로 나갔다. 얼핏 동료들의 키를 보니 오른쪽 친구는 180 센티 이상, 왼쪽 친구 2명은 165~170 센티 정도였다. P군은 174 센티여서 4명 중 체격과 키가 가장 적당해 보였다. 소령이 4명 중 P군에게 먼저 물었다. "자네,..

군대 이야기 2021.02.02

학사장교 미스테리

친구 P군은 장교로 전역했다. 대학 4년 졸업 후 학사장교로 입대했다가 중위로 예편했다. 송년 모임에서 친구들이 P군에게 학사장교로 입대하여 전역한 사실에 대해 모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학교 다닐 때 술 마시고 농땡이 치다가 성적도 좋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어려운' 학사장교 시험에 붙었느냐는 것이다. 그것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였다. P군이 그 때의 상황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시험은 어찌하여 붙었는데, 결정적인 것은 오히려 신체검사와 면접이었다고 했다. 시험에 합격했다면 대단한 사건이었다. 시험보다는 의외로 신체검사와 면접이 문제였다니 또다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친구 왈, 준장(별 한 개)과의 1 대 1 면담이 가장 클라이막스였다. 준장은 "자네, 여기(신체검사 결과서) 보니 왼쪽발은 평발이고, 치질도..

군대 이야기 2021.02.01

꿈속에서 받는 영장

평생 군 면제를 받은 친구 K는 가끔 꿈 속에서 영장을 받는다. 영장을 받고선 어떻게 해야 할 지 황당해하다가 잠을 깬다. 생시같은 꿈이다. 친구는 사실 군대를 가고 싶어했다. 입대를 위해 휴학을 했다. 휴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징병검사를 받으러 서울 모처 신체검사장으로 갔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위생병이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야, 나 모르겠어?" 친구는 그 위생병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2년 선배였다. 친구는 몸집이 상당히 나가는 지라, 고등학교 때 선배들의 눈에 확 띄었나 보다. 친구가 큰 소리로 "예, 선배님. 알아보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고교 선배인 위생병은 신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야, 그냥 집에 가!"하고 명령했다. 후배라고 특별히 잘 봐 준 것인지 모르겠지만, K는 엄..

군대 이야기 2021.02.01

팀스프리트 훈련에 일본군도 참가하나

친구가 전방 예비사단에서 작전장교로 근무 중일 때 팀스프리트 훈련에 차출됐다. 참고로, 팀스프리트 훈련은 1976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한미 합동 방어훈련이다. 2개월간 약 20만명이 각종 전투훈련을 받는 대규모 군사작전이다. 친구는 얼떨 결에 팀스프리트 훈련에 참가하게 되자 그 배경이 궁금했다. 군대를 다녀온 전역자들은 잘 알겠지만, 군대의 속성이 늘 그러하듯 누구도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군대는 친절하지 않다. 명령이 나면 명령에 복종하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금물이다. 그러던 차에 훈련을 앞두고 장교들을 격려하러 온 사단장을 만난 후, 나름대로 차출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고진석 사단장은 친구를 보자, "자네는 일본어과 출신이잖아. 이번 훈련에 일본군(자위대)도 참가하나?"..

군대 이야기 2021.02.01

인간이 이등병이냐

백치 같은 놈에게서 간접적인 충격과 피해를 당했다. 군대를 잘 모르는 놈에게서. "계급이 이등병이지 인간이 이등병이냐."는 말이 있다. 이등병은 역시 할 수 없나 보다. 군대서는 철부지 아이에 지나지 않는가 보다. 아까운 젊음을 원통해하면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 새벽 05시 10분경. 이등병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함께 철수하던 분대장과 일병 고참을 총으로 쏴 죽이고 북으로 도망치다가 지뢰를 밟고 죽었단다. 미친 자식! 한 발의 총탄에 아까운 청춘이 스러지고 지금까지 해 온 군생활이 물거품이 되다니 아, 원통하다. 조국의 방책선 일부를 담당하다가 적도 아닌 애송이 졸병에게 죽임을 당하다니…. 말을 잊었다. 부디 명복을 빈다. 위의 글은 '행군의 아침'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분이다. 1984년 9월 ..

군대 이야기 2021.01.31

신병훈련소에서 짱박아둔 돈, 어디로 갔을까.

신병훈련소의 훈련병 이야기다. 훈련병 김동수(가명)는 입대할 때 용돈을 두둑이 가지고 들어왔다. 훈련받으면서 맛있는 것을 사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훈련소에 입소해서 보니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훈련병들의 생활은 엄격히 통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은 어느 새 고민스런 존재로 다가왔다. 관물대에 넣어두자니 누군가 훔쳐갈 것 같고, 호주머니에 넣어다니자니 언제 분실할지 걱정스러웠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한숨만 나왔다. 며칠 동안 고민 끝에 좋은 생각이 났다. 그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갖는 시간에 막사 밖을 두리번 거렸다. 막사에서 머지 않은 곳을 주시했다. 제법 큰 돌이 하나 보였다. 그는 그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가서 호주머니에서 돈을 ..

군대 이야기 2021.01.31

행군의 아침 군가 가사

군대에서 군가를 많이 불렀지만, 그 중에서 좋아했던 노래가 '행군의 아침'이다. 이 노래는 강원도 최전방에서 근무할 때 자대에서 많이 불렀다. 특히 새벽 구보할 때, 훈련 중에 많이 불렀다.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할 때 지친 피로를 싹 가시게하는 뭔가 기운을 북돋여주고 울림을 던져 주었던 노래, 행군의 아침이다. 티스토리 문패를 '행군의아침TV'로 정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행군의 아침 가사] 동이 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 후 외투입고 투구 쓰면 맘이 새로워 거뜬히 총을 메고 나서는 아침 눈 들어 눈을 들어 앞을 보면서 물도 맑고 산도 고운 이 강산 위에 서광을 비추고자 행군이라네 잠깐 쉴 때 담배 피며 구름을 본 후 배낭 메고 구두끈을 굳이 매고서 힘 있게 일어서면 열려진 앞길 주먹을 두 주먹..

군대 이야기 2021.01.31

어느 병사의 알몸 에피소드 |

강원도 모 전경부대에서 찍은 알몸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돼 말이 많다. 해병대에서도 이런 사진을 찍어 유포하는 바람에 요즘 인터넷엔 군대에서 성 추행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상한 선임병들이 많다. 예쁘게 생긴 후임병들의 그것을 만진다든가(그런대로 양호한 편이지만), 자신의 그것을 후임병이 추행해 주도록 강요하는 선임병들도 있다. 거기에 비하면 발가벗겨 놓고 사진 찍는 것은 신사적일 수 있다. 직접 성추행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을 유출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행위다. 찍을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을 수 있겠지만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다보니 공개하고픈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군대 일화 한토막이다. 아주 깐깐한 중대장이 한 명 있었다. 이 중대장은 병..

군대 이야기 202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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