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없었다면 기억할 수 없는 모습이다. 군대 사진을 정리하다 나온 한 장의 사진에 눈길이 갔다. 전투복을 입은 군인이 양손으로 빵 1개를 들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다. 그 앞에는 우유가 몇 개 놓여있지만, 1개를 제외하곤 손을 되면 안 된다. 다른 소대원들의 몫이다. GOP에서 야간 근무를 서는 대원들에게 야식으로 할당된 간식이다. 1인당 빵 1개와 우유 1개가 매일 야식 배급량이었다. 사진의 모습으로 짐작하건대, 시기는 GOP 근무를 했던 1985년 어느 여름날 동트기 전 새벽으로 보인다. 휴전선을 따라 이어진 철책선에서 밤새 경계근무를 선 후, 임무 교대를 하고 소초(소대 단위 초소)에 복귀한 상황이다. 철모와 총기를 내무반에 반납하고, 인근 취사장에서 야식을 먹는 순간이다. 군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