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치마당

문 대통령의 사저... 영농 경력 11년?

polplaza 2021. 3. 16. 22:15
반응형

문재인 대통령이 퇴직 후 살게 될 경남 양산 소재 사저 매입 과정을 놓고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불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 사건과 맞물려 야당이 파상 공세를 펼치자, 청와대와 여권이 반박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이 제기하는 핵심 논점은 ▲농지를 대지로 바꾼 형질변경 특혜 의혹 ▲문 대통령의 영농 경력(자경 경력) 11년 진위 여부 ▲농지를 대지로 형질변경 후 발생한 재산상 이익의 투기성 여부 ▲퇴임 후 원래 사저(양산시 매곡동)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해놓고 양산시 하북면 평상마을에 새 사저를 짓기로 마음을 바꾼 이유 등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3월 12일 트윗에서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또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 없는 땅"이라고 했다(참고. 문재인 대통령 트윗. 분노 감정 보였나)

우선 형질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던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16일 "귀농시 형질 변경은 '일반적 상황'"이라며 "건축법, 농지법, 국토계획법을 모두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퇴임 후 실제로 살기 위해서 법적 절차를 다 지켜서 농지를 주택 건축을 위한 대지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법적 절차를 준수했으므로, 형질변경의 특혜 의혹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반 귀농인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형질변경이 이뤄졌겠느냐는 의구심이다. 농사를 짓겠다해서 농지 매입을 허가한 것인데, 1년도 채 안돼 그곳에 건물을 짓겠다고 농지를 대지로 바꿔달라고 한다면 담당 공무원의 반응이 어떻겠는가. 농사짓겠다고 해서 농지 매입을 허가해줬더니, 매입 후에 건물을 짓겠다고 형질변경까지 요구한다면, 담당 공무원은 '속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농지를 구입할 때, 그곳에 여러 채의 건물을 지을 것이라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썼다면, 과연 현행법상 농지 매입을 허가했겠느냐는 의문이다. 법 이전에 정직성이 문제가 된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농지매입과 형질변경 과정에 특혜 의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영농 경력 11년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사저용 농지를 매입할 당시 하북면 사무소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의 '소유농지 이용현황'란에 '유실수 자경 경력'을 11년으로 기재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문 대통령이 양산시 매곡동 사저에서 유실수와 텃밭을 가꾸었기 때문에 11년간 영농 경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운건영 의원은 "농지를 살 때 영농 경력은 필수가 아니다"며 "농사 경험 1도 없어도 농지 살 수 있다"고 했다. 자경 경력은 11년간 했던, 안 했던 농지 매입과는 상관없는 항목이므로 논란을 벌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윤건영 의원이 만든 팩트체크 카드뉴스)


반면 유실수와 텃밭 정도로는 영농 경력이라고 할 수 없다며, 실제로 종자비 묘목비 농약비 등을 구매한 영수증 1개라도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11년간 자경했다는 농지는 등기부상으로는 답(논)으로 표시돼있으나, 실제로는 도로로 사용되는 땅이어서 자경할 수 없는 곳임이 확인돼 더욱 논란을 키웠다. 경제 용어에 '페이퍼 컴퍼니'가 있는데, 이를 원용하면 '페이퍼 자경'이 된 셈이다. 

농지법 상 '자경'의 정의를 살펴보자. 농지법 제2조에서 '자경(自耕)'이란, "농업인이 그 소유 농지에서 농작물 경작 또는 다년생식물 재배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農作業)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의 노동력으로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과 농업법인이 그 소유 농지에서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다년생 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동조에서 '농업인'이란, "농업에 종사하는 개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농지법 제2조에서 '농지'란, "전·답, 과수원, 그 밖에 법적 지목(地目)을 불문하고 실제로 농작물 경작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년생 식물 재배지로 이용되는 토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농지법에서 규정한 '자경'과 '농업인', 그리고 '자경'의 정의에 근거할 경우 문 대통령이 농업경영계획서에 기재한 '11년간 자경 경력'은 전혀 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일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농작물 경작 또는 다년생 식물 재배에 상시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윤건영 의원이 밝혔듯이 '자경 경력 11년'이 농지 매입을 위해 필요한 경력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매곡동 사저에서 유실수와 텃밭을 가꾸고, 청와대에서 텃밭에 채소를 재배하였다고 하여 농업인이 되는 것은 아님을 농지법을 통해 알 수 있다. 자경 자격이 안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 대통령은 '영농 경력 11년'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끗하게 인정하는 것이 낫다. 실제로는 도로인 곳에 유실수를 11년간 재배했다고 허위 사실을 기재해놓고서, 대리인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대리인을 탓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문 대통령이 매곡동 사저와 청와대 등에서 텃밭을 가꾸었기에 영농 활동이라고 우기고 있다. 농지법에서 요구하는 것은 '영농 활동'이 아니라 '자경 경력'이다. '자경 경력'이 없는 문 대통령이 마치 '자경 경력'이 있는 것처럼 우기는 것은 진정한 농업인들을 긍지와 자부심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농지를 대지로 형질변경 후 사저의 가치 상승이 투기성인가 여부를 따져 보자. 일반적으로 볼 때, 야당의 주장처럼 형질 변경으로 수익을 얻게 되므로 투기성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통령 퇴임 후 거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목적이 투기를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사저 매입과 형질 변경을 일반적인 투기 목적과 연계시키는 것은 정략적 공세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 없는 땅"이라고 밝힌 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호 시설은 국가 소유이므로 개인이 처분할 수 없지만, 문 대통령이 구입한 개인 소유의 땅과 건물은 추후 매각 또는 상속, 증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새 사저를 짓는 것에 대한 논란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원래 사저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해놓고 임기 중 마음을 바꾸었다. 그 이유는 '경호상 문제'라고 밝혔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경호원들이 상대적으로 경호하기 쉬운 곳에 새 사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번복한 것은 분명하다. 경호상의 문제라고만 해명할 일은 아닌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