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앵두가 익어가는 계절 6월

polplaza 2024. 6. 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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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참여하는 산악회가 6월 정기산행을 경기도 파주에서 가졌다. 경의선 문산역에서 모여 승용차로 파주에 사는 회원의 농장으로 이동했다. 승용차를 끌고 온 회원들이 있어서 분승했다. 참여자는 이날 농장으로 초청한, 농사를 짓는 회원을 포함해 13명이었다. 오랜만에 서울 주변의 산을 벗어나 외곽에서 자연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회원의 집 뒤로 앵두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다가가서 앵두 한두개를 따서 맛을 보았다. 앵두의 새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윗집 할아버지가 "거기 누구냐"고 큰 소리로 물었다. 앵두를 따 먹지 말라고 소리치는 것으로 생각됐다. 나는 뒤로 발걸음을 옮겨 앵두나무에서 떨어졌다. "아랫집에 온 사람이다"고 크게 대답해줬다. 그 집에서 기르는 개가 "컹! 컹!" 소리를 내며 아래로 뛰어내려왔다. 개가 달려올 때 뒤로 돌아서서 뛰면 안된다는 것을 오래 전에 들어서 알고 있다. 딱 버티고 섰더니 개가 멈칫했다. '목줄 없는 개를 이렇게 방치했다가 사람이 다치면 어쩔려고 그러는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개를 향해 "야, 빨리 이리 와!"라고 여러차례 외쳤다. 개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며 짓어댔다. 나는 뒤로 물러서다가 섰다가 하면서 아래 집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에 할아버지는 "앵두가 많으니까 많이 따 드세요"라고 외쳤다. 내가 바로 아랫집에 온 손님이라는 걸 알고 갑자기 관대해진 것이다.

(주렁주렁 달린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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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앵두를 따 먹고 싶은 생각이 저만치 달아나고 없었다. 개가 컹컹 짓어대면서 달려들 기세를 늦추지 않으니 말이다. 앵두가 주식인 것도 아니고, 특별한 보약도 아닌데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햇살을 받은 앵두가 손 대면 터질 것 같이 빨간 이슬처럼 주렁주렁 달려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거였다. 어릴 적 앵두를 먹어본 추억이 떠올라 나이 들어서 그 맛은 어떤지, 엣날 그대로인지 궁금했던 거였다. 반갑기도 하고 말이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에 앵두나무가 딱 한 그루 있었다. 햇살을 머금은 앵두가 얼마나 영롱하고 예뻤던가. 한두 개 따서 먹어보면 새콤하긴 한데 심심하기도 했다. 같은 계절에 나는 산딸기와 오디처럼 깊은 맛은 없었다. 그러니 멀리서 한눈에 봐도 산딸기보다 더 붉고 탐스러웠다. 오디는 견줄만한 대상도 아니었다. 나이 들어서도 잊지 못하는 건 빨갛게 익은 앵두의 투명한 빛깔이다. 빗물을 쫄딱 덮어쓴 앵두, 햇살을 가득 이마로 반기던 앵두. 주변 세상이 온통 초록이어서 더욱 빛나고 우아했던 그시절 앵두의 모습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햇살에 빛나는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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