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시인의 3번째 시집 <낮게 흐르는 사랑> 출판 기념 북콘서트가 2026년 4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온'(통일빌딩 3층)에서 열렸다. 시인이 회장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지식포럼을 비롯해, 대지문학회, 시인대학, 신문명정책연구원 등 각계에서 100명 가까이 참석해 박명호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이날 북콘서트 과정에서 박명호 시인과 주변 인사들이 밝힌 인상 깊었던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우선, 박 시인이 직접 밝힌 내용으로, 생후 11개월에 걸을 수 없는 중증 장애를 앓게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교에 가기 위해 목발을 배웠다"고 했다. 초등학교 직전부터 목발을 짚고 다니다가 불과 5년 전에 휠체어로 바꾸었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목발로 걷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 휠체어를 장시간 이용하다 보니, 사실은 엉덩이가 말이 아니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시를 배우기까지 고심이 컸다고 한다. 시인대학교에 입학 신청을 했다가 포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작문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시를 쓴다는 게 가당키나 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인대학 관계자가 간곡히 설득하는 바람에 시인대학에 5기로 들어가서 시를 배웠다고 한다. 꾸준한 배움과 노력으로 첫시집 <내영혼의 불꽃>(2022. 부크크)에 이어 두번째 <목련인생>(2025), 세번째 <낮게 흐르는 사랑>(2026. 다담기획) 시집을 내기에 이르렀다.

박명호 시인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시인들 가운데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김소월, 윤동주, 나태주, 천상병 등의 시집을 집에 두고 있다"면서 "그런데 여기 계신 박종규 시인을 가장 본받고 싶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박종규 시인은 시인대학의 교수이고, 대지문학회 회장, 대지문학 발행인, 목사, 평론가이다. 박명호 시인이 '아부성 발언'으로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하여 특히 웃음이 컸다. 아마도 박명호 시인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약간 아픈 대목인데, 고등학교 입학 때였다. 당시는 고등학교에 시험을 쳐서 들어갔다. 중학교 3년생 박명호는 달리기, 턱걸이 등으로 매기는 체육 점수를 20만 만점에 4점밖에 받지 못했다. 고교 입시 총 200점 만점에 체육에서만 16점이 깎여서 비장애 학생들에 비해 아주 불리했다. 그럼에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부산의 명문인 부산고등학교에 합격했다. 그런데 면접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가 원인이었다. 재수를 해서 다시 부산고에 가려고 보니, 전년도의 그 교장이 그대로 재직 중이었다. 박명호는 부산상고로 진로를 바꿔 입학시험을 쳤다. 면접시험까지 최종 합격했다. "그때 부산상고 교장선생님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서 '이갑도 교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다. 부산고등학교 교장의 이름도 잊지 않고 있다며 실명을 말하였는데, 그 이름은 여기에 적지 않는다.


박명호 시인의 시집 북콘서트를 축하해 주기 위해 부산에서 여러 친구들이 비행기, KTX를 타고 올라왔다. 그 중의 한명은 "졸업할 때까지 박명호를 몰랐다"면서 "IMF 때 잘하고 있던 사업이 망해 부정수표단속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1년간 '학교(교도소)'에 갔는데, 어느날 '박명호'라는 이름으로 영치금이 들어와서 누군지 궁금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박명호라는 사람을 수소문해 보니 고등학교 동기이고, 서울에 살면서 부산까지 일부러 내려와 영치금을 넣고 간 사실을 알게 됐다. 정말로 제가 박명호 친구를 존경하게 됐다. 그 감격이 말을 못해"라고 숨은 일화를 공개했다. "지금은 똑같은 사업으로 재기해서 그때보다 10배 이상 큰 회사를 만들었다"면서 "친구의 시집 출판을 축하해 주기 위해 회사 일을 모두 제쳐놓고 왔다"고 거듭 감사와 축하인사를 표했다.


박명호 시인은 1997년 목발을 짚고 백두산 정상에 올라갔다고 말해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는 "연길에서 관광버스로 6시간 정도 달려 장백산 입구에 도착하면, 거기부터 언덕이 심해서 짚차를 타고 간다"면서 "짚차에서 내리면 직선거리로 70M 정도만 걸으면 천지인데, 길이 울퉁불퉁하여 혼자 목발로 가지 못하고 옆에서 두 친구가 부축해줘서 정상까지 갔다"고 밝혔다. "그날이 추석날 아침이었는데,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맑은 천지를 보게 됐다"면서 "정말 감사하더라"고 백두산 등정 때를 회상했다.
박 시인은 또 "일찍이 사업을 해서 일등도 해보고 꼴찌도 경험했는데, 지금은 돈 꿔지 않아도 품위 있게 살 정도는 된다"고 했다. 지난 총선 때 유력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한때 비례 신청을 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더라"고 소회를 피력했다.
그의 3번째 시집의 제목으로 뽑힌 시, '낮게 흐르는 사랑'을 아래에 소개한다.
낮게 흐르는 사랑/ 박명호
사랑은
산맥을 넘는 함성이 아니라
골짜기 아래로 스미는 물소리였다.
돌에 부딪혀도
크게 울지 않고
자갈을 어루만지며 돌아가는 마음
햇빛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도
묵묵히 제길을 찾는
은은한 물결의 숨결
우리는
서로의 깊이를 묻지 않은 채
낮은 곳에서 만났다.
높이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손끝이 닿지 않아도
체온은 천천히 번졌고
말이 없어도
하루는 다정히 저물었다.
사랑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그러나 결코, 마르지 않게
낮게, 오래 흐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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