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GOP)에서 근무하다 보면 민간인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안에는 군 부대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통선을 출입하는 민간인은 민통선 내에서 농사를 짓거나 병사들이 버린 짬밥 찌꺼기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민통선 안에서 여자를 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가끔 봄나물을 캐러 무작정 산에 들어오는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있긴 하다. 이들은 나물 캐는데 정신이 팔려 미확인 지뢰밭에도 마구 들어갔다가 지뢰를 밟아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군인들은 알고 보면 혈기왕성한 청년들이다. 군대에서 농담 삼아(실제 그러하기도 하다) 하는 말이 "치마만 두르면 다 여자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70~80대 할머니도 여자로 보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