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최전방 봄처녀의 덫

polplaza 2021. 2. 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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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GOP)에서 근무하다 보면 민간인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안에는 군 부대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통선을 출입하는 민간인은 민통선 내에서 농사를 짓거나 병사들이 버린 짬밥 찌꺼기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민통선 안에서 여자를 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가끔 봄나물을 캐러 무작정 산에 들어오는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있긴 하다. 이들은 나물 캐는데 정신이 팔려 미확인 지뢰밭에도 마구 들어갔다가 지뢰를 밟아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군인들은 알고 보면 혈기왕성한 청년들이다. 군대에서 농담 삼아(실제 그러하기도 하다) 하는 말이 "치마만 두르면 다 여자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70~80대 할머니도 여자로 보인다는 뜻이다. 청년들이 성욕을 꾹꾹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할머니인들 무슨 상관이겠냐는 것이다.

민통선 안 전방부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봄 햇살이 따사로운 4월 어느 날 민간인이 들어올 수 없는 지역에 아가씨 한 명이 나타났다. 아가씨는 빨간 바구니를 들고 나물을 캐러 무작정 산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 지역을 맡고 있는 소초(소대 단위의 초소)의 김 모 상병은 화장실을 가려고 막사 밖으로 나왔다가 이상한 이동 물체를 보게 됐다. 그는 한쪽 모퉁이에서 이동물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젊은 처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때였으면 여간첩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면서 소초 상황실에 보고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절차였다. 그런데 김 상병은 순식간에 뭔가에 홀리고 말았다. 그는 살금살금 여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여자가 혼자 산에 올라왔다는 사실에 주체할 수 없는 성적 욕구가 일어난 것이다.

그는 여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옷을 잡아당겼다. 바로 옆에 잔디가 적당히 자란, 이름 없는 묘지 옆으로 반강제로 데리고 가서 옷을 벗겼다. 그는 정신없이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만일 이 여자가 간첩이었다면 김 상병은 혼을 잃고 있던 그 순간, 여간첩이 몸에 품고 있었을 단검에 목이 잘렸을지도 모른다. 몸이 성했으니 다행히 간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때 아가씨의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의 아줌마가 나타났다. 그녀는 김 상병을 향해 "우리 딸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고 썩은 나뭇가지를 들고 달려들었다. '확~' 정신이 든 김 상병은 '5분 대기조'처럼 옷을 재빠르게 입고서는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아가씨의 어머니는 "부대장을 만나서 영창을 보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위쪽 소초에서 근무병들이 달려왔다.

이 사실은 곧 소대장에게 알려졌다. 소대장은 그 윗선까지 보고하지 않았다. 중대장 윗선까지 알려지면 해당 병사는 영창감인데다가 소대장 자신의 진급에도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대장은 아가씨의 어머니와 만나 돈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합의금 액수는 당시 돈으로 약 60만원이었다. 소대장 월급이 6만원일 때였으니 요즘으로 따지면 꽤 큰돈이었다. 소대장이 50%인 30만원을 부담하고, 선임하사, 관련 병사와 소대원 등이 나머지 비용을 십시일반으로 분담했다. 이 사건은 4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이다.

한 달 후에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인근 소초에서 일병 한 명이 나물 캐러 온 아가씨를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해결 수단은 역시 합의금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피해자는 그 아가씨와 어머니였다. 뾰족한 벌이 수단이 없었던 모녀는 군인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상습적으로 병사들을 유혹해 돈벌이 행각을 벌였던 셈이다. 자신들의 정체가 들통나자 모녀는 부대 근처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어디로 갔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었다.

실제로 모녀 사이였는지, 그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출처: 행군의 아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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