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무로역 바로 뒷골목 입구에 극동극장이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대한극장은 아직 건재하다. 그런데 극동극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그 자리에는 작은 호텔과 주차장이 들어섰다.
마침 필자는 극동극장이 사라지기 전 몇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극동극장'이라는 명패가 달린 건물 모습과 '오늘 상영프로'라고 적힌 매표소 입구 사진이다. 상영프로 제목에는 누군가가 장난으로 적은 글이 엿보인다. 이 당시 극장은 완전히 폐업 상태였고, 매표소 옆 1층에는 치맥 집이 나홀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사진을 찍은 시점은 2015년 6월 10일 오전 11시경이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어서 상세정보를 보면 일시와 시간이 나타난다. 오전에는 치맥집도 열지 않아 썰렁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1년 쯤 지난 후, 극동극장 건물이 완전히 헐리고 새 건물 공사가 시작됐다. 나중에 다 짓고 나서 알았지만 호텔이 생겼다. 당시 건물을 지을 무렵 공사 사진도 찍어두었다. 이 시기는 2016년 8월 3일 오전 10시 경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공사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대학 친구를 이곳에서 만났다. 호텔의 별관인 바로 옆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가 말했다. "어릴 때 갔던 국도극장 등 옛날 극장들이 다 사라졌다"면서 "그런데 극동극장이 이곳에 있었던 건 몰랐다"고 했다. 서울 사정을 잘 모르는 나는 극동극장이 별로 유명하지 않은 극장인가 싶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극동극장에서 추억이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사라진 극장은 필자가 알 수가 없다. 다만, 극동극장은 다행스럽게 나의 핸드폰에 담을 수 있었기에 그 모습을 두고두고 볼 수 있게 됐다. 극동극장의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또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다른 극장들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이곳에 사진을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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