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추석 명절에 가을 전어회 추억

polplaza 2023. 9. 3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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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구이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속담은 유명하다. 전어 구이 냄새를 맡아보지 못한 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아궁이에 불을 피운 후, 불기운이 벌겋게 살아있는 볏짚이나 숯불에 소금을 뿌린 전어를 몰대(석쇠)에 얹어 구우면 그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허기진 저녁 무렵이라면 더욱 고소한 냄새를 잊을 수 없다. 어쩌면 구운 전어를 먹는 것보다 전어를 굽는 냄새가 후각 못지 않게 훨씬 미각적이라 하겠다. 전어는 가시가 많아서 빠싹 구워서 통째로 먹는 것이 제맛이다. 그렇지 못하면 살을 발라먹기에도 힘들다. 찌개를 한다면, 먹기가 더욱 까다롭다. 잔 가시를 일일이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에는 시골에 가는 도중 갑자기 전어가 생각이 났다.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고, 마침 고향 가는 길에 읍내 시장을 들러보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시골집으로 직행했을 텐데, 밤샘 운전을 하다 보니 이른 아침에 도착하게 되어 시장에 가보기로 한 것이다.

(살아있는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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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인데도 시장은 붐볐다. 특히 생선회를 파는 시장 골목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어철이라서 그런지 생선회를 파는 가게마다 전어가 고무다라이(고무통)이나 수족관에 가득 들어있었다. "전어회가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1kg에 3만 원"이라고 했다. 주변을 좀 둘러보고 되돌아와서 그 가게에 1kg를 주문했다. 아주머니가 1kg를 담는데 좀 모자랄 것 같아서 1kg를 추가 주문했다. 아내와 아들 등 우리 가족 3명에 시골 어머니와 동생 가족을 생각해서 여유 있게 사기로 한 것이다. 전어회는 1팩에 1kg씩 2팩을 받았다. 초장 2통과 와사비(고추냉이) 1통이 추가로 들어있었다. 멍게는 이 가게에 없어서 바로 앞가게에서 1만 원어치 샀다. 아주머니는 껍질을 벗긴 후 물에 씻지 않은 채 비닐에 담아주었다. 물에 씻을지 물어보길래 "그냥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시골집에 도착해서 전어회와 함께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음식에 좀 까다로우신 어머니도 전어회를 드셨다. 남동생과 조카아이들도 같이 먹었다. 아내와 아들은 맛있다면서 잘 먹었다. 1kg짜리 1팩은 냉장고에 넣어놓고, 1팩만 꺼내 먹었는데 모자라지 않았다.  전어회를 횟집에서 먹어본 적은 있지만, 회를 사 와서 집에서 먹기는 처음이었다.

다음날인 9월 29일은 추석 명절이었다. 추석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온 후 점심을 먹고 귀경했다. 귀경하는 길에 읍내 시장에 가서 전어회를 사갈까 했더니 아들이 좋다고 했다. 전날 들렀던 그 가게에 갔다. 아주머니는 "어제 오신 분 아니냐"고 알아봤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가격이 5천 원이 올랐다고 했다. 1kg에 3만 5천 원이라고 했다. "가격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늘 들어온 가격이 높아졌다"고 했다. 처가의 장인 어르신과 장모님을 생각해서 2kg를 주문했다. 가게에서는 장거리를 간다고 박스에 얼음을 넣어 주었다. 

귀경 고속도로는 구간 별로 정체 현상이 있긴 했어도 아주 길지 않았다. 연휴가 10월 3일까지 꽤 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몰림 현상이 적었던 것 같다. 예년에 비해 꽤 이른 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아내는 늦은 저녁상에 전어회를 꺼내 놓았다. 아내와 아들은 소주 한 컵을 갖다 놓고 "고소하고 맛있다"면서 잘 먹었다. 나는 회만 먹기에 뭣해서 막걸리를 조금 마셨다.

그리고, 추석 다음날인 9월 30일 낮 처가로 장인 어르신과 장모님을 찾아뵀다. 아들은 옷가게에 아르바이트를 가는 바람에, 아내와 딸이 동행했다. 전날 산 전어회 1팩을 갖다 드렸다. 아내가 점심 상에 전어회를 꺼내 놓았다. 장모님이 "맛있다"면서 즐겨 드셨다.  딸은 어럴 때 생선 가시에 고생한 기억 때문에 입에 대지 않았다. 양이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남았다. 아내는 장모님에게 "나중에 회덮밥으로 드시라"고 조언했다.

이번 명절에는 '전어회'가 추억으로 남게 됐다.

그래서 전어에 대해 포털에서 검색을 해봤다. 전어와 관련된 글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소개한 '카드뉴스'가 있어서 아래에 소개한다.

전어는 맛이 너무 고소해 '바다의 깨소금'이라 불리며, 대표 영양성분으로 단백질, 칼슘, 비타민, 무기질, 인이 있다. 가을 전어는 봄철 전어보다 지질의 함유량이 3배 정도 많다. 구입 요령은 비늘이 많이 붙어있고 윤기 나는 것, 등은 초록색, 배는 은백색, 눈알은 맑고 깨끗한 것을 추천한다. 손질 방법은 구이 시에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비늘을 긁어낸다. 회나 무침 시에는 비늘, 머리, 내장, 지느러미, 꼬리 제거 후 흐르는 물에 세척한다. 보관 방법은 손질 후 냉동 보관하며, 즉시 섭취를 권장한다. 냉장 보관 시는 1, 2일 가능하다.
 

(위는 전어 소개 카드뉴스/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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