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허경영 스티커(라벨)' 붙인 '허경영 불로유' 썩지 않는다?

polplaza 2023. 12. 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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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불로유(不老乳)'가 화제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종교시설인 '하늘궁'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80대 남성이 '허경영 불로유'를 마시고 숨졌다는 신고가 2023년 11월 23일 경찰에 접수됐으나, 수사 결과 이 불로유와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허경영 불로유'를 정밀 분석한 결과, 독성 성분 등 인체에 위해한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이 2023년 12월 16일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허경영 불로유'란 무엇인가?

하늘궁과 허경영tv에 따르면, "불로유는 단순한 발효우유가 아니라, 허경영 암흑에너지가 들어가 암흑물질이 된, 즉 불로화(不老化)가 된 우유"라는 것이다. 

제작법은 아주 간단하다. 시중에 파는 우유를 사서 병에 허경영 대표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허경영 스티커'나 '허경영' 이름을 쓴 라벨을 붙인 우유를 '허경영 불로유'라고 부른다. 상온에서 보관해야 하며, 유통기한이 지나도 상하지 않고, 오래될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몸에 바르면 피부가 좋아지고, 마시면 대장이 튼튼해진다고 한다.

허경영 대표는 허경영tv에서 "만병통치약이라고 하긴 뭐 하지만 사람을 늙지 않게 한다"며 "가공 우유보다는 100% 원액 우유가 효능이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신 피부병을 앓던 사람이 (불로유를 발라) 완쾌되고, 변비가 심한 사람이 (불로유를 먹고) 시원하게 대변을 봤다는 경험을 전해왔다"며 "불로유는 대 히트작"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이러한 '허경영 불로유'에 대해 필자가 처음 알게 된 때는 2023년 6월 16일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침을 맞으러 갔던, 경기도 군포시의 한 침술원에서 허경영의 스티커와 이름이 붙은 우유, 이른바 '허경영 불로유'를 보게 됐다. 거실 한쪽을 차지한 책장에 올려놓은 수백 병의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와 '허경영 이름이 적힌 라벨지'가 붙어 있었다. 그 아래에 스티커 등을 붙인 날짜도 적혀 있었다. 

(허경영 스티커를 붙인 '허경영 불로유')


당연히 궁금증이 생겼다. "이렇게 많은 우유에 왜 '허경영 스티커'를 붙여 놓았느냐"고 물어봤다. 침술사의 부인은 "허경영 신인의 스티커를 사 와서 붙여놨다"면서 "보시다시피 유통 날짜가 지났는데도 썩지 않는다. 오래될수록 몸에 좋다고 해서 보관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탁자 위에 있는 '허경영 불로유'를 가리키면서 "수분과 우유 성분이 분리되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고 했다. 정말 우유가 썩지 않고 물과 우유 성분이 분리되는 모습이 보였다.

필자와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침술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니던 열일곱살 때 시골 마당에서 방으로 가려고 하던 순간, 갑자기 눈이 침침해졌다"면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으나 나아지지 않고 결국 맹인이 됐다"고 했다. 그 후, "우연한 기회에 침술교육을 받고 침을 배워 밥벌이를 하고 있다"면서 "오래전 허경영 신인의 이야기를 듣고 '하늘궁'에 가서 기적같이 눈에 엄청난 변화를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세상이 깜깜해서 하나도 볼 수 없었는데,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 순간은 놀라운 경험이었고, 너무 기뻤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허경영 신인의 신통력을 확실히 믿게 됐다"고 했다. 이러한 경험에 대해 "하늘궁에 가서 간증을 한 적도 했다"고 그 부인이 말을 거들었다. 부인은 남편과 달리 맹인이 아니었다. 부부는 허경영 대표를 '신인'이라고 호칭했다. 부부는 매달 하늘궁으로 허경연 신인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싸인펜으로 쓴 '허경영' 라벨을 붙인 '허경영 불로유')


나는.맹인 침술사에게 "그러면 지금은 어느 정도 보이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 전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는데, 허경영 신인의 기를 받은 후 빛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한 번은 허경영 신인에게 조금만 더하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허경영 대표가 뭐라고 대답하더냐"고 내가 물었다. 그는 "허경영 신인이 말하기를 '수십 년 만에 빛을 보게 됐는데, 금방 세상을 다 보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느냐'며 나무라듯이 말했다"고 웃었다. 그는 허경영 신인의 기와 도력(?) 같은 것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침술원 거실의 한켠에 '허경영 불로유'를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허경영 신인'에 대한 믿음과 '허경영 불로유'에 대한 기대감 때문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유병에 붙인 '허경영 스티거'는 하늘궁에서 사 왔다고 했다. 스티커가 없는 우유병에는 '허경영' 이름을 적은 라벨을 붙여놓고 있었다.

우유병에 찍힌 제조일을 보면 2023년 1월, 또는 3월이고 유통기간 10일이었다. 필자가 방문한 시기는 6월이었으므로, 길게는 5개월, 짧게는 3개월이 지났는데도 우유가 상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들 부부는 아직 한 번도 바르거나 먹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해서 몇 장 찍었다. 그때 찍은 그 사진이 위에 첨부한 사진들이다.

이 글은 '허경영 불로유'가  세간에 화제로 등장하였길래 6개월 전에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뒤늦게 기록한 것이다. 허경영 대표나 허경영 불로유, 특정 회사의 우유제품을 선전, 홍보하기 위한 글이 전혀 아니다. 이 글을 읽고 '허경영 불로유'를 만병통치약 처럼 상식밖으로 과대평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성분의 과학적 검증이나 조사는 우유회사나 공인된 기관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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