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한여름 8월 점심에 피하고 싶은 메뉴

polplaza 2024. 8. 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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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면 점심 메뉴가 항상 고민이다. 점심 때가 되면 무엇을 먹을까하고 고민하게 된다. 특히 여러 사람들과 같이 가게 되면 각기 취향이 달라서 조심스럽다. 어떤 때는 동행하는 사람이 적절한 메뉴를 추천해서 고민을 덜어줄 때도 있다. 오늘이 그랬다. 한 사람이 가정식 백반식당을 추천하기에 모두 동의했다.

각자 쌀밥 한공기에 공동 반찬으로 된장, 배추쌈, 김치, 생선 구이, 순두부 찌게, 콩나물 무침, 도토리묵, 고추, 마늘이 나왔다. 평소 다니던 식당이어서 반찬은 익숙한 것들이었다. 생선구이는 생선 종류가 고등어인데, 평소와 다르게 검은색 흔적이 많이 눈에 띄었다. 좀 심하게 태운 것이 분명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좀 탄 것 같다"고 알려주었다. 아주머니는 "그 정도 구워야 속이 익는다"면서 "탄 게 아니다"고 했다. 생선이 타서 검정색 재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탄 것이 아니라고 우겼다. 얼굴이 익은 주인과 싸울 일이 아니므로 그냥 지나쳤다. 탄 것 좀 먹는다고 탈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도토리묵과 배추쌈을 한 접시 더 요청했고, 아주머니는 부지런히 갖다 주었다. 잿덩이가 여러 곳에 붙은 생선은 잔 가시를 발라내지 않고도 먹을 수 있었다. 잔 가시가 모두 탔기 때문이다. 기름에 튀긴 듯하여 맛이 고소하기까지 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배가 고플 때와 배가 부를 때는 맛의 차이가 명료해진다. 배가 고플 때는 무엇이든 맛이 있다. 경험상 대체로 그렇다. 그러나 배가 부를 때는 맛이 뚝 떨어진다.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변화된다. 이 때 먹는 맛이 그 음식의 진짜 맛일 수 있다. 더 먹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느끼는 음식 맛이 진실된 맛이라는 것이다.

밥그릇에  밥 한두 숟갈을 남겨 둔 상태에서 남아 있던 생선 몸통에 젓가락이 갔다. 살 한점을 떼서 먹었다. 앗, 맛이 약간 이상했다. 비릿한 맛이 났다. 이 맛은 아주 미세하게 입가에 맴돌았다. 괜히 입에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뱉을 수는 없었다. 이 정도 먹는다고 탈날 일은 아닐 것이다. 내키지 않지만 그냥 먹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는 가급적 생선을 피해야겠다고 말이다. 특히 한여름에는 생선 요리를 피하자는 생각을 재차 했다.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며칠 전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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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근처에 꽤 오래된 레스토랑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주 들러서 식사를 했던 곳이다. 주메뉴는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생선까스 등인데 나는 이곳에 오면 거의 생선까스를 주문했다. 사무실을 이사한 후 뜸했는데, 마침 지난 주 이곳을 몇달만에 갔다. 나는 평소처럼 생선까스를 주문했다. 같이 갔던 일행은 볶음밥, 함박스테이크를 각각 주문했다. 그런데 생선까스가 기대했던 맛이 나지 않았다. 빠싹한 맛도 없고, 부드러운 맛도 없었다. 튀김옷이 딱딱하고, 생선맛이 비릿하게 느껴졌다. 한여름 폭염 때문인지 생선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항변하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다 먹었다. 별 탈은 없었지만 여름에 생선을 선택하는 것은 신중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 가정식 백반식당에서 생선구이를 먹으면서 또 비릿한 맛을 경험했다. 연 이은 실망감 때문에 한여름에는 가급적 생선을 먹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에는 식재료가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그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생선류는 더욱 그럴 것이다. 폭염이 지나갈 때까지 생선류를 먹지 않고 참기로 하니 아쉽긴 하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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