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싱크대 아래에서 물이 새서 주방 바닥으로 흘러나왔다. 싱크대 아래쪽을 살펴보니 철제호스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호스의 어느 지점에서 물이 새는지 찾아서 테이프로 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설을 쇠러 고향에 다녀온 후, 조치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설 연휴가 끝난 그저께 아파트 관리실에 물이 샌다고 알렸다. 담당 아저씨(나이 드신 분)가 장비를 가지고 와서 살펴본 후, 철제 호스에서 물이 새는 지점을 찾아냈다. 그리고 테이프를 칭칭 감았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이 더 많이 샜다. 여러 군데서 샜다. "호스를 완전히 교체해야겠다"고 하셨다. 호스가 없어서 다음날 교체하기로 했다.
집 근처 철물점에 호스를 사러 갔다. 사무실 불은 켜져 있는데 사람이 없었다. 문에 붙어 있는 안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온라인마켓에서 제품을 주문하기로 했다. '싱크대 수전'을 통째로 바꾸기로 하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검색해 봤다. 1만 원대부터 10만 원 대까지 다양했다. 구매자가 많고 점수가 높은 제품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5~6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후, 가격대와 디자인, 상품평을 종합하여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다행해 이 제품은 다음날 새벽 배송이 가능하다고 하여 바로 결재했다.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어제 아침 문밖에 나가보니 주문했던 제품이 배달돼 있었다. 박스 안에는 수전과 부품이 모두 들어있었다. 혼자서 교체해 볼까 하다가, 우선 관리실에 문의해 보기로 했다. 토요일이라서, 관리실은 업무를 하지 않았다. 경비실에 확인해서, 당직 근무를 하시는 아파트 수선 담당 아저씨와 통화가 됐다.
배달된 싱크대 수전 박스를 개봉하고 스패너와 펜치를 준비했다. 마침 아저씨가 와서 수전 교체 작업을 해주셨다. 본체를 뺄 때는 위쪽 수전 몸체를 왼쪽으로 돌려 조임을 풀 수 있게 도와드렸다. 그전에 온수와 냉수를 잠그는 작업을 했다. 구형 수전 몸체를 모두 들어내고 새 수전을 조립하여 대체하는 작업을 했다. 교체 작업이 끝난 후 물을 틀자 또 물이 샜다. 나사형으로 결합하게 돼있는 수전 머리와 몸체를 꽉 조이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결합 부분을 조인 후, 다시 물을 틀어 새는 곳을 점검했다. 이제 물 새는 곳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철제형 호스에 무게추를 달았다. 교체 작업이 완료된 것이다.
이 모델은 물이 직사형(한줄기만 나오는 것)과 분사형(여러 줄기로 나오는 것), 그리고 압력형(물줄기가 세게 나오는 것) 등 3가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테스트를 해봤더니 3가지 물의 분사형태가 모두 가능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또 물이 흥건하게 주방 마루 한쪽에서 흘러나왔다. 양이 많았다. 수전 호스에서 새지 않는데, 어디서 나온 물인지 당황스러웠다. 범인은 냉수 수도꼭지에 연결된 고무호스였다. 이 호스는 정수기와 관련 있는 호스였는데, 실제로 사용하지 않아서 그동안 방치된 호스였다. 이 호스로 나가는 물을 잠갔다. 그리고 물 새는 것은 그쳤으나 주방 바닥으로 흘러나온 물을 수건으로 훔쳐서 그릇에 짜내고, 닦아 내느라 애를 써야 했다. 수전 교체하는데 한바탕 쇼를 한 셈이다.
그리고 딸아이 방이 춥다고 해서, 방바닥에 설치된 온수관의 에어 빼는 작업을 했다. 공기가 많이 찼는지 "꾸륵~", "꾸륵~" 하는 소리를 내며 물받이 호스를 통해 물이 흘러나왔다. 한참 후엔, 녹물과 같은 구정물이 흘러나왔다.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공기 빼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큰방 변기의 부속품 교체를 했는데, 일부만 했다. 변기 위로 싱크대가 설치돼 있어서 부속품을 완전히 교체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 저녁에 아내가 교체한 수전이 마음에 든다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유는 2가지였다. 첫째는 설거지할 때 물이 튀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물이 안쪽으로 분사돼서 개수대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는 수도꼭지가 높게 달려서 냄비를 씻을 때 수도꼭지를 빼내서 들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덧붙여 디자인도 고급스럽다며 집안이 달라져 보인다고 했다. 아내는 버튼을 어떻게 조정하였는지, "직사형과 분사형 물줄기가 동시에 나온다"며 "이 제품은 너무 좋다"고 했다. 오래된 싱크대 수전을 교체하면서, 이렇게 많이 칭찬을 듣게 된 것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이왕 할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신경 써서 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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