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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가덕도 신공항 '폭주'

polplaza 2021. 2. 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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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은 양대 도시인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시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사망)과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문 사건으로 물러나 시장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하던 때,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직위를 상실했을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못한다"고 당헌(96조 2항)에 못을 박았다.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자랑스럽게 공언했다. 당헌에까지 명시했기 때문에 절대로 번복할 일이 없을 것처럼 선전했다. 그런데 실제로 민주당 단체장의 귀책사유, 그것도 중대 범죄인 성추문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자, 슬그머니 편법을 동원해 당헌을 개정하고, 당당하게 시장 후보를 내기로 했다. 당원들이 원해서,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후보를 낸다는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이 있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당원들만 아는 것은 아쉬웠던지 전 국민에게 현대 정치사에 볼 수 없었던 정치개혁을 한 것처럼 천명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귀중하게' 홍보했던 당헌 조항을 어느 날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리자, 민주당은 당원들의 손을 빌려 '몹쓸 휴지'인양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키지 못할 당헌을 왜 만들었는지, 당시에는 왜 그렇게 자랑을 했는지, 국민을 기망한 것은 아닌지, 자책하거나 반성의 기미도 없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권력 쟁취에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의 당헌 96조 2항은 권력 쟁취를 위해 내세운 선전도구에 불과했던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민주당은 마침내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국책사업을 변경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사업이다. 신공항 문제는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하여 논란 끝에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결론이 났다. 프랑스의 전문 평가업체에 타당성 평가 용역을 의뢰한 결과, 가덕도는 김해, 밀양에 이어 3위로 밀려 공항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김해는 경제성, 투자비용, 안전성 등 종합 점수에서 1위를 차지해 최종 김해공항 확장을 통한 신공항 후보지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한 이후, 갑자기 가덕도 신공항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매진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김해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대신 가덕도 신공항을 끄집어냈다. 문 대통령은 2월 25일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행사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면서 "정부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지원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궐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두고, 부산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가득도 신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부정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은 전날 문 대통령의 발언대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처리한 것이다. 2016년 김해 신공항 확정 이후, 지리적, 환경적, 재정적 요인 등에는 변동이 전혀 없었다. 오직 하나,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만일, 김해 신공항에 뒤늦게 문제가 발견됐다면, 2순위 점수를 받은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했다. 따라서, 3등으로 꼴찌였던 부산 가덕도에 갑자기 신공항을 건설하자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고, 여당이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민주당 후보의 보궐선거 당선을 위한 작품임을 99.99%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무공천' 당헌을 휴지조각으로 버렸듯이,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해버렸다. 선거에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돌진하는 식이다.
당헌은 국민의 일부인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국책사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정치적 폭주'가 아닐 수 없다.

비용면에서 부산시는 7조 5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 반면 관련 부처인 국토부는 부산시 대비 4배에 가까운 28조 6천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시가 내세운 7조 5천억 원은 프랑스 용역 회사가 5년 전 추산했던 과거 비용이다. 앞으로 소요될 미래 비용을 산정한다면, 물가 및 임금 인상 등을 감안할 때 국토부의 계산이 더 설득력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법(제38조)은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신규사업'에 대하여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하게 되어 있으나, 이번 특별법에는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여차하면 예타는 하지 않아도 되게 했다. 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범위를 규정한 이유는 정부의 무분별한 예산 낭비를 막고, 성과 지향의 건전한 재정운용을 하기 위해서이다. 국토부 추산으로 무려 28조 이상, 부산시 추산으로도 7조 이상 비용이 들어가는 신공항 국책사업에 예타를 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덕도가 과연 김해보다, 밀양보다 최적의 신공항 후보지인지, 현재 시점에서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어떠한 신뢰할만한 기관의 조사와 평가도 없이, 특별법 제정을 하고, 관련 부처를 압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출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는 '승리 지상주의'가 선거 때마다 판을 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될 것이다. 대통령 자리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특정 정당의 당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소속 정당의 승리가 급해도, 원칙과 신뢰를 뒤집고, 선거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대통령 직책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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