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치마당/정치이야기

사이버정치, 전자민주주의의 역사(이화여대 학보사 최초 기사로 다뤄)

polplaza 2021. 3. 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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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는 1999년 9월 13일자 학보에서 '이제 현실 정치에 접속하자!'라는 제목으로 사이버정치,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기사를 다뤘다. 당시엔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 PC통신이 온라인 공간의 여론을 지배하고 있었다. 인터넷은 인프라 기반이 부족해 초기 시장으로 평가되는데, 미래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시기에 사이버정치, 전자민주주의를 겨냥해 사이버정치마당 등 정치 전문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대 학보사는 국내 대학 및 유수의 언론사들 가운데 최초로 '사이버정치, 전자민주주의에 대해 취재하여 보도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다음은 이대 학보사의 기사 중 일부이다.

(이화여자대학교 1999.9.13자 학보 기사 캡처)


기사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 아 래 -
이화여자대학교 학보 기사 전문 보기

이제 현실 정치에 접속하자! - 이대학보

■사이버 정치 시대 전자민주주의 환상 불러“대통령 할아버지, 저는 회사가 없어서 못 들어간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요. 우리나라에 회사를 많이 세워 주세요.”청와대 홈페이지 어린이 마당

inews.ewha.ac.kr

■사이버 정치 시대 전자민주주의 환상 불러 “대통령 할아버지, 저는 회사가 없어서 못 들어간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요. 우리나라에 회사를 많이 세워 주세요.”청와대 홈페이지 어린이 마당 게시판에 올라온 초등학교 4학년생의 글이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50명의 어린이들이 들어와 ‘대통령 할아버지께’라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말한다.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청와대가 어린이들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뀐 데는 PC통신이나 인터넷 상의 열린 공간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사이버 공간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홈페이지, 정치인 개인 홈페이지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쉽게 들어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정치 관련 사이트가 많아져 ‘사이버 정치’란 말이 자연스럽게 쓰여지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현재 인터넷 상에 개설된 사이버 폴리틱스(svc.netsgo.comasic/cypol), 페미넷(www.feminet.or.kr), 지역넷(www.netsoft.co.kr) 등 다양한 사이트들은 이른바 전자민주주의(electronic democracy)시대가 도래했다는 장미빛 환상까지 품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정보통신혁명을 통한 참민주주의의 실현이 가능한 것인가.

■전자민주주의, 대의제 극복한 직접민주주의로 대중의 규모가 커지면서 현대 대의민주주의체제는 국민들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대변하지 못하며 이 방식으로는 결코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일일이 다 들어본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만한 정치비용을 감당할 수 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자와 유권자들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대표자들은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았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이를 통제할 만한 정보력이나 수단이 거의 없었고 이는 곧 정치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생겨나게 됐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가상공간.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아크로폴이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의 전형으로 통하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회(Ecclesia)가 사이버 상에서 부활할 것이란 이러한 기대는 전자민주주의란 새로운 이름으로 표출됐다.

■전자민주주의로 현실 정치 바꿀 수 있다는 기대 많아 첨단 정보통신망에 연결되고 있는 유권자는 온라인 토론, 선거, 주민투표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96년 국회전자민주주의연구회에서 인터넷과 통신 상에 개설한 사이버 파티(cyberparty.co.kr) 운영위원 김정미씨의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이 사이버 파티의 최종 목표”란 말이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 해준다.

이제 사람들은 정부와의 사이에 중개인을 거부한다.

필요한 것을 스스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의 수렴을 통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룰 수 있게 되며 나아가 국민의 직접적인 견제로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부패문제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거란 낙관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사이버정치마당’ 정치 웹진(www.polpiaza.co.kr)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사이버정치문화연구소 심평보 편집장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론이 실제로 현실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사이버 정치의 최대 강점인 쌍방향의 정보 전달성을 살려 전자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미래학자 토플러가 예언한 제3의 물결 한가운데에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재 통신이나 인터넷 상의 각종 사이트에 접속해보자. 그 중에서 정말로 국민들과의 의견 소통의 장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사이버 개혁국회 초대 부의장이었던 신철호씨(정치증권 포스닥 대표)는 “개설 당시 사이버 국회에서 입안된 정책이 국정에 반영된다는 것은 말뿐이었다”며 “인터넷 상의 정치 관련 사이트는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서라기 보다 국정홍보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정치공간에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인들의 참여율이 극히 저조하고 정부의 무성의한 정보 관리로 최선의 유익한 정보도 많지 않다.

더구나 민의의 반영 통로도 차단돼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맞물려 악순환을 하면서 결국 빈 광장만 덩그라니 남겨진 채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정보과부화 현상에 따른 국민들의 정치적 무력감과 방관자 의식도 문제다.

방대하고 상호모순된 정보들 사이에서 국민들은 판단력을 잃고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또 설령 필요한 정보를 얻고 정치적 식견을 쌓았다 해도 실제 자신이 그 속에 발 디딜 틈이 없음을 느끼며 실망하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정보 접근·향유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현재 통신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는 약5백만으로 수도권 지식 중산층에 집중돼 있다.

계층간의 빈부격차가 정보통신 수단의 소유와 활용에 고스란히 아니 더 큰 격차로 옮겨오게 된다.

전자민주주의는 커녕 그것을 맛 볼 수 있는 기회마저 주어지지 아ㅎ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이다.

저멀리 낙도에 있는 사람도 쉽게 전화를 쓸 수 있듯이 정보통신 기술도 ‘보편적 서비스’로 되지 않는 한 정보 향유의 불평등은 존속될 것이다.

더욱이 습득하는 정보의 질에서도 등급이 매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보의 상업화로 인해 자본력이 곧 고급 정보의 향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이 정보 접근·공유와 그 내용에까지 전가되는 상활을 과연 민주주의라 할 수 있겠는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보통신 혁명이었나.

■전자민주주의, 참민주주의로 보기 어려워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는 것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진보네트워크 오병일씨는 단언한다.

전자민주주의란 용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치 활동은 단지 현실 정치구조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왔을 뿐 진정 국민들이 정치의 주체로 나선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왜 항상 우리는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기를 요구하는 위치에만 있어야 하는가. 우리 스스로가 지역 자치를 하는 것이 훨씬 직접 민주주의에 가깝지 않은가. 결국 문제는 국민들이 자본의 권력을 가진 계층 아래에서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소비하는 객체로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것은 전자민주주의란 말이 주는 환상 속에 은폐된 우리 사회 구조의 현주소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네트워크의 물리적 활용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

개개인의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받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정치문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당장 컴퓨터 앞에 앉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의 위계적, 중앙독점적인 구조를 깨고 우리 스스로가 나서는 것이다.

이대학보 hakbo@ewha.ac.kr

출처 : 이대학보(http://inews.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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