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신경마비 진단을 받은 지 26일째다.
비관적인 날이다. 오전에 재활치료를 받고, 오후에는 재활치료과에서 원선재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 근전도 검사 결과를 듣고 재활치료를 연장하기로 했다. 며칠 전 이비인후과의 박소영 교수한테서 미리 들었지만, 원 교수의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원 교수는 "근전도 검사결과 신경조직이 13% 정도 남았다. 10%를 겨우 넘겼다. 상태가 중상급으로 아주 좋지 않다. 회복되는데 6개월 정도 걸린다. 그래도 완전히 낫지 않고 후유증이 남는다. 가까운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는다"고 했다.
박 교수는 "신경의 87%가 변성(파괴)됐다. 심한 편이다. 완치되는데 3~4개월 걸릴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진료받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박 교수와 원 교수는 죽은 신경과 살아있는 신경 비율을 각각 언급하면서, 회복 기간과 왼치 가능성을 달리 진단한 셈이다.
"6개월까지는 신경조직이 살아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신경이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6개월까지가 골든타임이다." 원 교수는 말을 이어 갔다. "재활치료를 연장해서 계속 받는 것이 좋겠다."
나는 원 교수의 처방에 동의했다. 재활치료사가 "재활치료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한 말이 현실이 됐다. 내일까지 재활치료를 받게 돼있었는데, 현 상태로는 좌우 불균형이 심해 연장 치료가 불기피하다는 판단을 내심 하고 있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었다. "2가지 정도가 궁금한데 여쭈어봐도 되느냐"고 했더니 원 교수는 "무엇이냐"고 했다.
"먼저 재활치료(전기자극과 적외선 치료)는 (신경이 죽었으므로) 사실 근육치료로 보인다. 신경과 무관한 치료라면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의 첫 질문이었다.
"논문이나 의료계에서 공식적으로 효과를 인정하는 치료법은 2가지다. 첫째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 처방이고, 두번째는 전기자극 등과 같은 재활치료이다. 재활치료는 신경과 직접 관계가 없지만 근육이 굳지 않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한다. 나중에 신경이 살아서 근육으로 나오는데 도움이 된다." 원 교수의 대답이었다.
나는 "그러냐"면서 두번째 질문을 던졌다. "신경마비쪽에 피부 조임현상이 있는데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원 교수는 "그건 내 분야가 아니어서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추가로 하나 더 물었다. "신경마비가 온 첫날부터 약 처방을 받아 복용했다. 그런데 신경의 87%나 파괴됐다니 그 이유를 모르겠다." 사실 신경마비가 발생하고 24시간내 스테로이드제와 항바이러스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신경 파괴율이 너무 높게 나온 점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원 교수는 "검사 결과 신경의 13%가 남은 것으로 나왔다. 50%대로 나왔으면 빨리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신경이 많이 파괴됐으므로 회복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약을 일찍 복용했는데도 신경 파괴율이 87% 나온 이유에 대해 그는 납득할 만한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음 진료일을 두달 후인 8월 중순으로 예약하고 병원을 나섰다. 혹시 한의원을 찾아가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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