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당근 거래 후기]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 이용 해보니...

polplaza 2024. 5. 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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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을 1주일 가까이 이용했다. 사무실을 축소 이전하는 탓에 다량의 책걸상과 집기, 비품을 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용감은 있지만 대부분 사무실 용으로 쓰기엔 손색이 없어 당근에 내놓기로 했다. 이글을 쓰는 이유는 당근에서 잘 나가는 사무용품이 무엇인지, 또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다. 단, 물품 별 가격은 당근에서 거래되는 통상 가격대였거나 더 저렴하게 내놓았다.

이번에 처분한 것들은 사무용 책상 및 회전 의자, 접이식 연수용 테이블, 철제 의자, 화이트 보드와 스탠드, 브레이크 바퀴가 달린 3단 서빙 카트, 회의용 테이블, 나무 칸막이, 폭 210cm 롤스크린, 폭 3m짜리 유튜브용 파란색(크로마키) 수동 롤스크린, 조명등, 조명등용 레일, 파티션, 유튜브 크로마키용 천, 책장, 깃대 등이다. 각 품목에 대해 신품 가격과 당근에서 거래되는 시장가를 각각 확인한 후,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내놓았다. 파티션 등 일부 품목은 '나눔(무료)'로 내놓았다.

(당근에 나온 물건 캡처/ 본문 글과 상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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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기를 끌었던 품목은 접이식 연수용 테이블이었다. 가로 150, 세로 45, 높이 73cm짜리 2인용 책상이었는데, 당근에 올리자마자 2군데서 연락이 왔다. 철제의자와 함께 세트로 팔렸다. 이어서 화이트보드와 스탠드가 팔렸다. 다음으로는 가로 240, 세로 120, 높이 73cm의 6~8인용 짜리 회의용 테이블이 팔렸다. 회의용 테이블은 사무실에서만 사용해서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무 칸막이도 의외로 빨리 팔렸다.

사용감이 많았던 길이 190, 폭 35cm 나무 받침대와 높이 120cm 상단 유리 파티션은 '나눔'으로 내놓았다.

나무 받침대는 한분이 먼저 왔다가 승합차에 실리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 다음날 다른 분이 와서 만족스럽게 싣고 갔다. 그 분은 용도가 분명해 받침대 한쪽에 난 못질 흔적 등에 전혀 게의치 않는다고 했다. 이 분은 사무실 한쪽에 있던 서빙 카트를 보더니 필요하다면서 사가겠다고 했다. 이 바람에 뜻밖에 서빙 카트를 팔게됐다.

상단 유리 파티션은 3개를 내놓았는데, 나눔 신청자가 3명이었다. 먼저 신청한 사람과 채팅을 시작했더니 "2개만 가져가도 되냐"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 분과 채팅이 끝나고 다른 신청자의 글을 읽었다. 이 분은 "주시면 다 가져 가겠다"는 글을 보내왔다. 사무실을 정리 중이므로, 실은 이런 분에게 '나눔'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2개 가져가겠다고 한 분과 먼저 약속을 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1개 남는다"고 했더니 "다른 분에게 드려라"고 사양했다. 결국 '나눔' 처리를 잘 못하는 바람에 파티션 1개는 사무실을 비워주는 날까지 남게 됐다. 이를 본 사무실 후배는 "당근으로 처분할 때는 한번에 다 가져가는 사람에게 줘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크로마키용 천 등 일부는 '나눔'으로 처리하고, 폭 3m 짜리 롤스크린 등 일부는 지인에게 무료로 넘겼다. 지인도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버리기에 아깝다며 가져갔다. 언젠가 누군가가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지인의 사무실까지 운반해주기 위해 용달을 몇군데 알아봤더니 5~6만원을 달라고 했다. 주말이라 일부는 쉬거나 지방에 가 있었다. 카카오택시로 승합차인 '벤티'를 알아보니 3만4800원이 나왔다. 3m짜리 롤스크린을 차량 가운데로 넣었더니 운전석까지 들어갔다. 조수석에 앉아서 한쪽 끝을 잡고 이동했다. 짐의 부피가 크지 않으면 벤티를 이용하면 좋겠다 싶었다.

마지막까지 처분이 안됐던 것은 사무용 책상과 회전 의자였다. 일부만 가져가겠다는 구매자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유는 용달비 때문이었다. 용달비를 지불하고 중고품을 구매하기엔 부담이 됐던 모양이었다. 사무실을 비워줘야 하는 날이 다른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급기야 '나눔'으로 내놓아야 했다.

한두개 가져가겠다는 신청자가 나왔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한 분은 의자만 챙기려 왔다가 고장이 났다며 놔두고 갔다. 팔걸이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두고 고장난 것으로 착각한 듯했다. 일괄 처분이 힘들게 된 상황이어서 인터넷에서 '재활용센터'를 찾아 몇군데 연락을 취했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줬다. "거리가 멀다" "화물차를 보내기엔 물건 양이 적다" "실러 가려면 1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런 모델은 요즘 찾는 사람이 없다" 등등의 이유로 모두 퇴짜를 놨다. 사무실에 나오는 지인들에게도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전화를 걸었으나, 모두 "갖다 놓을 데가 없다"고 했다. 당근에서도 하루 이틀 새 '나눔'으로 일괄 가져가겠다는 신청자가 없었다.

아쉽지만, 인터넷으로 주민센터를 찾아 폐기물 처리를 하기로 했다. 가로 120cm 사무용 책상, 바퀴가 달린 등받이가 있는 의자  등등 사무실에 남아있는 물품 별 폐기처분 가격을 확인했다. 버리는 물건들은 폐기물 딱지를 붙여서 건물 밖으로 내놓아야 했다. 약 7~8만원 정도 나왔다.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남은 책상과 의자를 폐기 처리할 수 밖에 없겠다면서 주초에 사무실 밖으로 이동 시 거들어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후배는 "책상과 의자 다 새로 사려면 돈인데 멀쩡한 걸 왜 버리세요?"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동안 잘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를 버리는 것은 나도 사실 용납이 안됐다. 후배에게 "무슨 방법이 있느냐"고 했더니 "가져 갈 사람을 수소문 해보겠다"고 했다.

이 후배의 노력으로 누군가가 사무실에 남은 책상과 의자, 책장 등을 모두 수거해갔다. 사용할 수 없는, 고장난 서람장도 싸그리 챙겨서 싣고 갔다. 적어도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누군가가 쓸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당근에 나온 물건 캡처/ 본문 글과 상관 없음)


한편 이 참에 개인 물품 한개를 당근에 올려 1만원에 내놨는데 의외로 신청자들이 폭주했다. 짧은 시간에 9명이 신청하여 서로 달라고 했다. 어떤 분은 5만원에 사겠다고 역제안을 해왔다. 가격을 올려서 주겠다는 분과 채팅을 하면서 3만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이분과 거래를 결정하고 '예약중'이라고 밝혔음에도, 일부 신청자는 다른 판매물의 채팅창을 이용해 거래를 신청해왔다. "2만원 주겠다" "3만원 주겠다" "거래 성사 안되면 나에게 달라" "내가 제일 빨리 신청했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주느냐" 등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음날 오토바이를 타고 물건을 가지러 온 아저씨는 "그동안 당근 하면서 많이 당했다. '예약'을 해놨는데 다른 사람이 가져가곤 했다. 물건은 제대로 가격을 주고 사야지. 그래서 5만원에 사겠다고 했다. 가져가면 사무실에서 쓸 것"이라고 했다. 내가 "그동안 포장을 뜯지 않아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하자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하자, 그 분은 "고장이 나도 상관하지 않는다. 절대로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며 내용물을 확인도 안하고 박스채로 챙겨갔다. 그동안 당근을 이용하면서 '가로 채기'에 여러 번 당한 것 같았다. 이번에 제대로 복수한 듯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예약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넘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이런 일을 여러번 당했다는 아저씨의 경험을 들으니 씁쓸했다. 당근이 비실명 거래 플랫폼이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아직 그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지만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다양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당근을 이용하면서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또는 무료로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당근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매입자들에게 신의를 지키면 좋겠다. 매입자들보다 판매자들의 책임과 의무가 크기 때문이다. 유익한 플랫폼을 잘 활용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이용자들의 신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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