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안면신경마비 침 치료 13회차.. 어느덧 1년

polplaza 2024. 5. 7. 18:40
반응형

병원에서 재활치료까지 모두 마치고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고 있다.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진단을 받은지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왼쪽 얼굴 눈꼬리와 관자놀이 사이의 피부 댕김 현상은 어느날 사라졌다가 최근 들어 가끔 느껴진다. 왼쪽 잇몸과 입술 사이는 여전히 불편감이 남아 있다. 아직 크게 나아진 느낌은 없다. 

그럼에도 마냥 속수무책으로 지내는 것보다는 침을 맞음으로써 위안을 삼는다. 내가 침을 맞으러가는 한의원은 갈때마다 환자들이 한 두명씩 대기 중이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5~6명이 대기 중이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노년 층이고, 가끔 젊은 남성이나 여성도 보였다. 병원에 가는 것이 대세인 요즘 한의원에 환자들이 꾸준히 오는 것은 의외다. 나름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후에 짬을 내서 한의원에 갔다. 지난 주 개인 사정으로 침을 한번밖에 맞지 못해 신경이 써였다. 대기실에 할머니 한명 대기 중이었다. 좀 있으니 젊은 아가씨가 들어왔다. 여유가 있어서 한쪽에 앉아 느긋하게 스마트폰을 봤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모퉁이에 있는 침상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오늘 부항 치료가 있는지 물어봤다. 간호사가 2명인데, 둘다 "알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원장이 환자의 상태를 보고 그때 그때 판단하는 것 같았다.

환자복 바지로 갈아입고 천장을 보고 누워서 대기했다. 원장이 와서 "'이~' 해봐요"라고 했다. 다른 날은 '우~'도 해보라더니 오늘은 더 이상 시키지 않았다. 다리, 손, 얼굴에 침 놓을 곳에 소독약을 묻힌 솜으로 닦았다. 얼굴을 닦을 때는 소독약 특유의 강한 냄새가 확 풍겼다. 원장은 평소처럼 오른쪽 다리의 정강이를 시작으로, 오른손, 왼쪽 손, 왼쪽 정강이에 차례로 침을 꽂았다. 그리고 정수리, 인중, 턱, 관자놀이, 눈썹 위, 눈 아래, 광대뼈, 입술 끝 쪽으로 거침없이 침을 놨다. 마지막으로 귀 뒤쪽에 침 2방을 놓았다. 속으로 세어봤더니 총 21방이었다. 올때마다 매번 20방 전후의 침을 맞는 셈이다. 침을 맞을 때 가장 아픈 부위는 인중이고, 다음으로 턱이다. 원장이 침을 놓으면서 유독 이 두곳만 집게 손가락으로 살을 모으기 때문이다.

(침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300x250


15분쯤 지난 후, 간호사가 와서 팔다리, 얼굴에 꽃혀있는 침을 쏙쏙 뽑았다. 마치 물건을 줍듯이 거침이 없었다. 부항치료 받을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었다. 웃옷을 벗고 엎드린 채로 대기했다.

원장이 와서 오른쪽, 왼쪽 어깨 살을 잡고 차례로 당겼다. 먼저 왼쪽 어깨 쪽에 뭔가를 들고 툭툭 두드렸다. 바늘 꾸러미로 찌르는 듯이 따끔따끔했다. 왼쪽 어깨에 약 50회, 오른쪽 어깨에 약 60회를 각각 두드렸다. 부항은 피를 뽑기 위해 피부를 찌르는  이 과정이 가장 괴롭다. 어른이니까 그냥 참을 뿐이다. 5분여가 지났을 무렵 간호사가 와서 피가 약간 고인 플라스틱 종기를 떼내고 소독을 했다. 처음에는 피가 얼마나 나왔는지, 색깔이 선홍빛인지 검은색인지 궁금했다. 이것도 몇번 하다보니 별 생각이 없어졌다.

이 한의원은 지난 3월 상담할 때 1개월 정도 해보자고 했다. 그 1개월은 훌쩍 지나가고 이제 2개월째가 됐다. 이런 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할지 모르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