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쪽 어금니 하나를 지난해 10월경 뺄 때, 3개월 후에 임플란트를 시술하자고 Y치과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빈 자리로 오래 둘 수 없어서 그러겠다고 했다. 이빨이 빠진 잇몸을 오래 방치하면 양쪽 치아가 빈 자리로 치고 들어가게 돼 주변 이빨이 부실해지고 맞은 편 치아가 돌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듯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은 내가 아는 지인은 어금니가 몇개 빠진 상태로 수년간 그냥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별로 불편하지 않다면서, 굳이 임플란트르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65세가 되면 임플란트 2개까지 의료보험으로 할 수 있다며 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내 자신이 치과에 전문 지식이 없으므로 뭐라고 조언할 입장이 아니었다. 세월이 지나면 어떤 판단이 옳았는지 그 때가서 느낄 일이다.
새해 들어 치과에서 연락이 와서 날짜를 잡아 며칠 전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러 갔다. 상체 목 위의 머리를 한두 바퀴 빙 돌아가는 엑스레이를 찍었다. 잇몸과 이빨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엑스레이 사진이 나왔다. 시술대에 올라서 컴퓨터에 나타난 잇몸 사진을 보았다. 어금니 중 몇개는 크라운(덮어 씌운 것)을 했고, 일부는 브릿지를 했다.
임플란트는 이번에 처음 시술받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처음으로 임플란트 이빨을 갖게 될 것이다. 몇년 전 윗쪽 어금니 한 곳에 임플란트를 시술했다가, 겨우 1년 지나서 저절로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 얼마나 황당했던지 모른다. 임플란트 시술을 했던 P치과원장님은 "100명 중에 1명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고 내가 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치과병원을 지금의 Y치과로 바꿨다.
P치과는 지인의 소개로 갔던 곳인데, 친절하고 가격도 착하게 해주서 수년간 다녔다. 문제는 어렵게 시간을 투자해서 견뎌냈던 임플란트 이빨이 불과 1년만에 쏙 빠지는 바람에 회의가 생겼던 것이다. 그 자리에 임플란트를 새로 심으려면 뚫린 곳에 인공뼈를 이식하고, 또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그 사이에 여러번 치과를 다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런 저런 이유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치과를 찾다가, Y치과를 다니게 됐다. 이곳 원장님은 임플란트가 빠진 부위를 보더니, 임플란트 대신 브릿지로 하자고 제안했고, 나는 그 제안을 따랐다. 그래서 내 잇몸에 브릿지 이빨이 생겨난 것이다.
"브릿지는 잘 이용하고 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현재까지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여하간, Y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시작했다. 간호사 2명이 보조하고, 별도로 젊은 남자 한명이 기기를 챙겨주었다. 시술 하루 전날 항생제와 소염제 등의 약처방을 받아 3회분(점심, 저녁, 아침)을 당일 아침까지 미리 복용했다. 시술대에서 마취 주사를 맞고, 잇몸뼈에 픽스처(고정장치)을 박는 절차까지 마쳤다. 원장님은 수술이 잘 됐다면서, 다음날 소독을 하고, 3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임플란트 최종 단계인 보철물을 씌우자고 했다. 수술 후 염증이 생기거나 진통이 클 것이라며 5일치분의 약을 별도로 처방해주었다. 앞서 3일치를 합치면 모두 8일치가 된다. 수술 당일은 약을 4번 복용하라고 일러주셨다. 임플란트 시술비는 총 160만원이 청구돼 3개월 카드 할부로 결제했다. 간호사는 보철물을 씌우는 최종 단계까지들어갈 총 비용이라고 했다.
하루만에 임플란트 시술을 모두 끝내는 치과도 있다는 광고와 소문도 들은 바 있지만, 이빨은 신체 부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되기를 바랬다.
다음날 오전.
약을 먹어서인지 진통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수술 부위에 소독 처방을 받기 위해 치과를 방문했다.
원장은 소독을 마치더니, 갑자기 "여기에 캡을 씌우자"고 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픽스처 가운데 있는 나사 대신 무슨 캡을 덮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슨 기기를 사용하는데, 잇몸 아래에 신경성 통증이 느껴졌다. 아프다고 했더니, 마취주사를 놓자고 했다. 마취주사를 맞았는데도 픽스처를 건드릴 때마다 잇몸 아래쪽에 근육을 짓누루는 통증이 왔다. 원장은 "아픈 게 맞냐. (아프다는 게) 이상하다."면서 기계 대신에 손을 사용해서 힘을 쏟았다.
내가 "아~, 아~" 하고 통증을 호소하는 사이에, "어! 빠져버렸네~"하는 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원장은 "에이~" 하고 실망스런 투로 한숨을 내쉬었다. 픽스처가 쏙 빠져 버린 것이다. 하루 만에.
(잇몸뼈에 박혀 있는 픽스처(왼쪽)와 픽스처가 빠져버린 잇몸에 인공뼈를 넣은 사진)
원장은 각종 도구를 올려둔 쇠판 위에 방금 빠져버린 픽스처를 내려놓았다. 선홍빛 피가 픽스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어금니를 빼고 3개월 기다려서 가까스로 임플란트 시술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원장은 "이런 일은 내 평생에 2번째 당하는 일"이라고 했다. 원장은 잇몸뼈가 약한 것 같다며 인공뼈를 조좀 많이 심어야겠다면서 인공뼈 넣는 작업을 하고 실로 꿰맸다. 엑스레이를 찍어서 보여주었는데, 인공뼈를 많이 추가한 것 같았다.
원장님은 인공뼈 추가 비용과 엑스레이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미안한 지, 문 앞까지 나와서 인사를 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잘 하려고 한 일인데 뭐라고 항의할 생각은 없었다. 3개월 후에 이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임플란트와는 정녕 인연이 없는 것일까?
앞으로 3개월 후, 나는 Y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고 있을까?
어디서든 결과는 잘 될까?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농 농업창업, 광개토팜의 청송사과 시판 (0) | 2021.02.03 |
---|---|
임플란트 수술 후 주의사항 10가지 (0) | 2021.01.26 |
상악동 거상술, 하지 않으면 안될까. (0) | 2021.01.24 |
숙정문은 왜 막아놨을까. (0) | 2021.01.21 |
겨울철 피부병 관리 및 예방법 (0) | 2020.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