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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대망론' 이완구 전 총리 별세

polplaza 2021. 10. 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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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전 총리가 2021년 10월 14일 향년 71세로 별세했다.
충남지방경찰청장 출신으로 국회의원, 충남도지사(35대), 총리를 지냈다. 한 때 고(故) 김종필 전 총리(JP)의 뒤를 이어 '충청대망론'의 불씨를 지피던 인물이었다. 아니, 충청대망론의 유망한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정치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뒤로 하고 떠났다. 어느 날 닥쳐온 정치적 고난 속에서 지병(혈액암)을 얻어 풍운의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

이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당일 김재원 전 의원이 SNS에 '이완구를 추억하며'라고 쓴 글이 눈에 띈다.
김 전 의원은 이 글에서 "이완구는 나에게 추억의 남자"라며 "2014년 5월 이완구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되었고, 나는 그를 보좌하는 원내수석이 되었다"고 정치적 인연을 소개했다.

2014년 5월은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에게 정치적으로 매우 고통스런 시기였다. 앞서 4월 16일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사건의 책임론과 그 파장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당시 이완구 원내대표를 지켜봤던 김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의 집권당 원내대표 자리는 허망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들, 삿대질하며 꾸짖는 야당, 노심초사하는 청와대 사이에서 오가며 자리를 지켜야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김 전 의원은 "이완구는 넓으면서 깊고, 크면서도 세심하고, 따뜻하면서 냉철하고, 강하면서 부드러웠다"면서 "그는 자신에게 불화살을 쏘아대는 정치적 반대자에게 가슴을 열어젖히고 웃어주는 사람이었다"고 고인을 평했다. 그는 "이완구, 우윤근 시절은 정치가 작동했다"면서 "그 이완구 옆에서 비로소 나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했다. 여기서 우윤근은 이완구 원내대표의 제 1야당 파트너로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였다. 이완구 대표가 야당과 세월호 유족들에게 잘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같은 조정 능력을 평가를 받아 2015년 1월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당시 이완구 총리지명자의 인사청문회를 도왔던 김재원 전 의원은 "통의동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나는 충청인들 가슴에 꿈틀거리는 ‘충청대망론’을 보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휘말려 야당과 언론의 십자 포화를 받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4월 20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63일 단명 총리가 되어 '충청대망론'을 허망하게 무너졌다. '성완종 뇌물 리스트' 사건은 훗날 무죄로 사법 판단을 받았으나, 이미 상처 투성이가 돼 재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이 총리의 사퇴 상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 전 의원은 "(2015년 4월 20일) 자정 무렵 삼청동 총리공관에 도착했다. 불 꺼진 총리공관은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2층 침실로 올라가 잠들어 있는 총리 내외를 깨웠다"고 했다. 그는 이완구 총리에게 "총리님, 이제 그만 내려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온 세상이 달려들어 총리님을 불판위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굽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완구 총리는 "“그게 좋겠어요. 대통령이 순방 중이어서 망설였는데 연락은 되었나요”라고 물었고, 김 전 의원은 "예"라고 대답했다. 사퇴 시기를 엿보던 이 총리는 한밤 중에 전갈을 받고 총리직을 사퇴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이 한밤 중에 총리공관으로 급히 이 총리를 찾아가 사퇴하도록 한 배경에 대해 "그해 4월 20일 늦은 저녁, 남미 순방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의 사표를 받아달라'는 전갈을 받았다. '몰린 이완구에게 그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김재원 밖에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와 가까웠던 김재원 전 의원도 정치 역정이 탄탄하지 못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 때, 이완구 전 총리는 무척 분개하면서 "심장을 물어뜯긴 사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해 세상으로 돌아온다"며 김 전 의원의 손을 꼭 쥐어주었다고 김 전 의원은 전했다.

"그 추억의 남자 이완구가 몇 일 전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홀연히 저 세상으로 떠나 버렸다. 이제 이 험한 세상에 누가 있어 나를 이끌어주고 나를 위로해 줄까. 오늘은 너무 슬프고 너무나 슬프다". 김 전 의원은 정말 이완구 전 총리와 가까웠던 것 같다.

(김재원 전 의원과 이완구 전 총리(오른쪽)/김재원 전 의원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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