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북한산(삼각산) 승가사 설경 산행 후기

polplaza 2022. 3. 20. 18:13
반응형

서울 종로구 비봉4길 213, 북한산(삼각산) 승가사.
2022년 3월 19일(토) 아침부터 봄비가 내렸다.
광화문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인 구기동치안센터(옛 구기동파출소)에서 내렸다. 오전 10시경 지인들과 합류하여 우산을 쓰고 산행을 시작했다.

제법 넓은 산길을 따라 얼마쯤 올라가니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산 중턱 지점에는 이미 눈이 쌓여있었다. 산 아래쪽과 기온 차이가 있어 위쪽에는 일찌감치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10cm 이상 쌓여 길이 미끄러웠다. 눈 무게를 못이긴 큰 나뭇가지가 굉음을 내며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고 보는 광경이었다. 길 한가운데에 큰 소나무의 가지가 부러져 길을 막고 있기도 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승가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曹溪寺)의 말사이다. 서기 756년(신라 경덕왕 15) 수태(秀台) 스님이 창건하였다. 당나라 고종 때 장안 천복사(薦福寺)에서 대중을 교화하면서 생불(生佛)로 불렸던 승가(僧伽)를 사모하는 뜻에서 이름을 승가사로 지었다고 한다.

고려,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여러 차례의 중건·중수를 거쳤다. 1950년 6·25전쟁 때 소실되었으나 1957년에 비구니 도명(道明)이 중창하여 대웅전과 영산전(靈山殿)·약사전(藥師殿) 등의 당우를 갖추었다. 이어서 비구니 상륜(相侖)이 불사(佛事)를 계속하여 산신각(山神閣)·향로각(香爐閣)·동정각(動靜閣)·범종각(梵鐘閣)·대방(大房)·요사채 등의 당우들이 좁고 가파른 지형에 알맞게 들어섰다.

창건 이후 여러 왕들이 행차하여 기도하였고, 조선 초기의 고승 함허(涵虛)가 수도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조선 후기에는 성월(城月)이 이절에서 배출되어 팔도도승통(八道都僧統)의 직책을 맡아 쇠잔하던 불교를 크게 진작하는 등 불교사상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사찰이다. 또한 예로부터 기도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절에는 보물 제1000호로 지정된 석조승가대사상이 있다. 보물 제215호로 지정된 거대한 마애석가여래좌상이 부각되어 있고, 108 계단을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약사전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는 효험이 있다는 소문으로 이 절을 기도처로서 유명하게 만들었다. 약사전의 바위에 추사 김정희가 썼다는 '靈泉(영천)'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절의 뒤편 비봉에는 진흥왕순수비(眞興王巡狩碑)가 발견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고, 그 자리에는 유지비(遺址碑)가 세워져 있다.

눈가루가 휘날리는 가운데, 조심해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후, '三角山 僧伽寺(삼각산 승가사)'라고 적힌 현판이 보였다. 일주문을 지나자 '청운교(靑雲橋)'라고 적힌 돌비석이 반겨주었다. 잠시 후, 커다란 석탑이 나타났다. 한쪽 모퉁이에 '민족통일호국보탑 공덕비'라는 큰 비석이 서 있었다. 속칭, 통일탑이라고 부르는 이 탑은 여러 사람의 시주로 세워졌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일행 중 한 분이 "불사에 크게 시주하기로 유명한 사람은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과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을 꼽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좀 더 올라가자, 승가사 마당과 대웅전 보였다.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약사전을 방문했다. 추사 김정희가 영천이라고 명명한 약수를 떠서 한모금씩 목을 축였다. 일행 중 한명은 미리 준비해온 생수병에 물을 담아 가방에 넣기도 했다. 약수전 바로 옆에는 108 계단이 위로 이어져 있었다. 마애려재좌상을 보려면 이 108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옆에 미끄러워 위험하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계단 입구에서 사진 몇장을 찍고 하산하기로 했다.

약수전에서 내려오는데, 마침 비구니 스님이 대웅전 계단에서 눈을 치우고 있었다. 일행 중 한명이 "눈을 치우는 걸 도와드릴까요?"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스님은 허리를 펴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이 눈 다 치우려면 하루종일 걸릴 겁니다". "수고하세요." 스님은 빗자루로 눈을 아래로 쓸어 내리고 있었다.

구기동 치안센터로 다시 돌아온 일행들은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바쁜 사람들을 떠나고 시간이 남는(?) 몇명이 모여 차를 마셨다. 생강차에 대추차를 섞어 먹으면 좋다는 말에 시험 삼아 그렇게 해봤다. 색다른 맛이었다.

3월 중순, 뜻밖의 눈으로 북한산과 승가사의 설경을 엉겹결에 감상했다. 눈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하지만 눈 속에 들어가면 몸을 움직이는데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된다.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이다. 보는 것과 겪는 것은 다른 것이다.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그렇다. 그런데 추억은 본 것으로만, 시각적인 것으로 남는다. 물리적인 것들은 이미 과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주택가 너머 북한산)

(승가사 가는 등산객들)

(승가사 가는 길)

(승가사 가는 길)

(승가사 일주문/ 사진: 행군의아침TV 캡처)

(민족통일호국보탑, 흔히 '통일탑'이라고 부름)

(마애여래좌상 올라가는 108 계단)

(승가사 대웅전/ 사진: 행군의아침TV 캡처)

(승가사 대웅전 모퉁이에서 바라본 마당/ 사진: 행군의아침TV 캡처)

(약사전. 바위 상단에 추사 김정희가 쓴 '靈泉'(영천)이라는 한자가 보인다)

(약사전 안에서 약수 뜨는 등산객)

(승가사 가는 길)

(승가사 가는 길)

(승가사 가는 등산객)

(승가사 가는 등산객들)



https://youtu.be/InWKLMZ2GRc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