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월암당 정대 스님, 누구인가

polplaza 2022. 1. 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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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 후에도 불교계에 영향을 미치는 큰스님들이 있다. 지난 2003년 열반한 월암당 정대 스님(1937∼2003)도 그런 인물로 알려진다. 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긴데다, 그가 신임하고, 그를 따르던 상좌들이 불교계를 주도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정대 스님 생전 모습/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정대 스님은 1937년 전북 전주에서 출생했다. 달성 서 씨 상섭 거사와 전주 최씨 은수 여사의 3남으로, 속명은 '병식(炳植)'이다. 법명은 정대(正大), 법호는 월암(月庵)이다. 전북대 영문학과 재학 중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치고 졸업했다. 1962년 완주 위봉산 위봉사에 머리를 깎고 들어가 출가했다. 당대 대표적 선지식으로 불교계의 추앙을 받던 전강(田岡) 선사(1898-1975)를 만나면서 운명적 인생이 결정됐다. 전강 선사의 법문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정대 스님은 당시 감흥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전강 스님이 법회를 하러 오시는데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고고한 큰스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모습이었어요. 중절모에 금테안경을 쓰고, 구두를 신고 은테 두른 지팡이를 짚고 오시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량이었어요. 시전에서 비단이나 파는 노인네 같은 분이 큰스님의 대우를 받고 해서 이상하다 했는데, 그 분이 법회를 했어요. 그런데 그 법문이 무슨 틀에 잡힌 말씀도 아니고, 당신이 그저 수행해온 경계로써 설법을 하시는데…… 말할 수 없는 어떤 감흥이 온몸으로 밀려왔어요."(인터넷 교보문고)

전강 선사와 정대 스님은 첫 대면에서 서로의 인연을 바로 알아본 것일까. 위봉사에서 공양주도 하고 채공 노릇도 하면서 열심히 수행을 쌓았다. 이듬해인 1963년 전강 선사를 따라 인천 용화사로 갔다. 이곳에서 전강 스님을 모신지 채 1년도 안돼 사미계를 받았다. 파격적인 일이었다. 전강 선사는 스님에게 법명 '정대(正大)'를 내려줬다. 스님은 4년 후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여주 신륵사, 수원 용주사 등의 주지를 지낸 스님은 총무원 사회국장 등 중앙종무기관의 주요 요직과 중앙종회 부의장, 의장 등을 맡아 종단 발전에 힘을 쏟았다. 1999년 종단 최고 수장인 총무원장에 취임하여 혼란스럽던 종단을 안정시키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건립, 중앙승가대 김포 학사 이전, 종단재정 안정화 등의 현안을 해결했다. 또한 동국대학교 재단인 동국학원 이사장을 맡아 불교병원을 건립했다. 2002년 5월에는 (재)은정불교문화진흥원을 설립하여 이사장을 맡아 불교인재 양성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벌였다. 이 재단은 어머니의 유산 40억원과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고 한다.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은정'은 어머니 최은수 여사와 스님의 법명에서 한자씩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2003년 11월 18일 세수 67세, 법랍 42세로 입적했다.

스님은 "수행이 깊어지고 욕심 없이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에 초연할 수 있는 안목은 자연히 트인다"고 했다. 스님의 일관된 법문이었다.

정대 스님이 열반에 든 지 5년 후 '천지는 꿈꾸는 집이어니'라는 책이 출판됐다. 생전 스님의 자유로왔던 행장과 법문, 그리고 언론사 대담 기록 등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책 속에는 일상의 모든 것이 부처다, 수행의 목적, 내려놓으면 인생이 유쾌해진다, 불교 지도자의 덕목, 여덟가지 수행법, 어떻게 죽어야 할까, 인과(因果)가 무서운 줄 알라, 마음으로 마음을 이기자, 효성이 지극하면 큰 복을 받는다 등의 깨달음과 수행, 회향에 관한 글이 실려있다.

한편 정대스님의 임종게와 정대스님의 상좌는 아래와 같다(불교신문 1984호/2003.11.25자 참조)

정대스님 임종게

내불입사관(來不入死關) 올 때도 죽음의 관문에 들어오지 않았고
거불출사관(去不出死關) 갈 때도 죽음의 관문을 벗어나지 않았도다.
천지시몽국(天地是夢國) 천지는 꿈꾸는 집이어니
단성몽중인(但惺夢中人) 우리 모두 꿈 속의 사람임을 깨달으라.


정대스님 상좌들

은상좌 : 성용 성조 성현 자승 성공 지일 성목 성주 신룡 성도 덕신 성법 성봉 성하 성륜 성월 정도 성화 성무 성유 선관 성곡 성국 정안 성운 성효 성암 성견 성고 성본 성각 성인 성오 성학 성원 성장 성완 성원 성산 성광 성파 성전 의탄 성허 성타 성현 성송 도안 효산 원광 성석 법성 성재 성인
손상좌 : 탄문 탄호 탄묵 대원 원일 보각 탄무 탄종 탄월 탄학 탄해 탄일 탄산 탄운 탄덕 태웅 도정 일연 도은 법기 법현 법천 법진 법웅 법성 법신 법공 법수 도명
재가상좌 : 정법(임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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