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치마당/정치이야기

어느 노점상이 흘린 눈물

polplaza 2021. 2. 1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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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의 공천 심사가 한창 무르익을 때였다. 노점상을 해서 하루벌이로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 아저씨의 이야기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이 거주하는 인천 남동구을 한나라당 국회의원 B 씨에 대한 신뢰감과 존경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B 씨가 노점을 자주 방문해서 상인들의 어려움을 경청해 주는 등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데 대해 내심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이 사진은 본 내용과 상관없음)

 


그는 이 국회의원을 후원하기 위해 매달 5,000 원씩 당비를 납부했다. 당비는 최소 2,000 원부터인데, 통 크게 2.5배를 낸 셈이다. 노점을 하며 번 돈으로 정치헌금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후원하는 국회의원을 위해 쌈짓돈을 당비로 쾌척했다. 혹시 잊어버리고 못 내는 달이 있을까 봐 자동이체로 연결시켜 놓았다.

그런데 국회의원 B씨의 지역구는 아쉽게도 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됐다. 전략공천지역이란 사실상 공천탈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B 씨는 전략공천지역 발표가 있자마자 미련 없이 당 공천심사위의 결정을 수용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눈물을 글썽이거나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를 외치는 일부 ‘배지 편집증 환자’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며칠 후, B씨의 지역구에는 새로운 인사가 공천됐다.

노점상 K씨는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서 뉴스를 듣고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 설마 했는데, B 씨는 결국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다. K 씨는 화가 나서 밤잠을 설쳤다. B 씨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정당을 찾아가 항의하고 싶었다. 무기력한 자신이 미웠다.

다음날, 그는 B 씨의 정당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OOO에서 노점상을 하며 하루 벌어 사는 장애인 아무개(K)인데요, B 의원님 같은 분을 떨어뜨리는 당신네 당의 높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소. 내가 그동안 우리 노점상들을 이해하고 돌봐주신 B 의원님을 보고 내 형편에 정말 어렵지만 매달 5,000원씩 후원금을 냈습니다. 이제 그 돈을 낼 이유가 없어졌소. 지금 바로 내 후원계좌를 소멸시켜 주시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이 의원을 보고 당비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 참고: 이 이야기는 경인지역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당사자였던 B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공천에 승복했다. 훗날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였고, 지역구를 부산으로 옮겨 출마를 시도했으나 실패하는 등 이후 정치 행로는 순탄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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