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90년대 삼보 486과 대우 586 노트북 추억만 남았네

polplaza 2021. 2.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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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이사를 하는데 창고 속에서 노트북 가방이 두 개가 나왔다.

하나는 1994년 신상품으로 출시됐던 삼보컴퓨터 486 모델이고, 하나는 좀 더 업그레이드된 대우의 586 솔로 컴퓨터였다. 90년대 중후반 전화선을 이용해 사용하던 노트북이었다. 당시로선 제법 비싼 가격대였으나, 요즘 노트북과 비교하면 철기 시대의 유물쯤 될 것 같다.

사각형의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CD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소형의 USB를 소지하고 다니는 시대라 격세지감이 크다.


(삼보 모빌라이프 486(왼쪽)과 대우 솔로 586 노트북)


서랍을 정리하면서 플로피디스크 박스도 나왔다. 그중에는 1999년경 어느 선배가 내게 준 플로피디스크 뭉치도 보였다.

그 선배는 출판을 염두에 두고 한글 문서로 썼다가 사정이 있어서 출판을 포기하고 플로피디스크에 담아서 건네주었던 기억이 났다. 선배가 출판을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용을 굳이 살펴보지 않았다. 물론 주제가 무엇인지는 선배가 알려줘서 알고 있었다. 옛날 노트북이 작동되면 플로피디스크의 내용을 볼 수 있을 텐데, 20여 년이 지난 노트북이 작동할지는 의문이었다.

요즘은 PC나 노트북에 플로피디스크를 인식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플로피디스크는 저장 용량이 적어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 용산 전자상가에도 플로피디스크를 인식하는 컴퓨터를 관리하는 가게는 아마도 없을 것 같다.


(삼보 모빌라이프 486 노트북)


일요일인 오늘, 노트북 가방 2개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노트북이 작동되면 플로피디스크를 넣어서 20여 년 동안 잠자고 있었던 기록물의 내용을 확인해볼 참이었다.

먼저 대우전자의 솔로 586 노트북을 꺼냈다. 그 이유는, 삼보 486 컴퓨터보다 3~4년 늦게 출시되어 기능이 좋기 때문이 다. 삼보컴퓨터를 쓰다가 몇 년 후 갈아탄 노트북이 대우 솔로였다. 삼보 노트북은 사재를 털어서 산 것이 분명한데, 대우 솔로는 회사에서 지급한 것인지, 내가 산 것인지 분명치 않다. 삼보 486도 비쌌지만, 늦게 출시된 대우솔로 586은 삼보 486보다 당연히 비쌌다. 아마도 180~190만원 대 정도 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우 솔로 586 노트북/ 마우스가 패드형임)


노트북 가방 속에서 꺼낸 대우 솔로의 외형은 멀쩡했다. 액정 뚜껑을 열자 키보드 판과 액정을 연결하는 플라스틱 부분이 삭아서 깨졌다. 전원선이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플라스틱이 깨져 전원선이 밖으로 돌출된 것이 마음에 걸려 전원 연결을 포기했다. 삼보컴퓨터가 남아 있으니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대우 솔로 노트북용 팩스모뎀 카드 등)


삼보 486을 꺼내서 액정 뚜껑을 열었다. 살짝 들리더니, 좀 더 들자 빡빡하게 버텼다. 대우 솔로처럼 연결 부위의 플라스틱이 깨질까 봐 조심스럽게 힘을 가했다. 겨우 액정 뚜껑이 열렸다. 가방에서 전원 코드를 찾아 조심스럽게 연결했다. 전원선 배터리에는 초록불이 들어왔다.

노트북에 불만 들어오면 작동이 될 것이다. 노트북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빨강 불빛이 잠깐 왔다가 사라졌다. 화면에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다시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빨간색 불빛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다시 전원 스위치를 눌러보았다. 반응이 없었다. 스위치를 또 눌렀다.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삼보 노트북의 볼 마우스와 키보드)


삼보 486 노트북을 살 때가 생각난다. 영업사원과 가격 협상을 했다. 당시 출시 가격이 170만원 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삼보 컴퓨터 영업사원이 가격의 마지노선을 제시하고,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서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그랬던 과정이 기억난다. 그 영업사원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직도 삼보컴퓨터에 있을까. 그 직원을 생각하면,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던 삼보컴퓨터가 옛 명성을 되찾아 우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삼보 모빌라이프의 생산 연도)


삼보 노트북 486은 25년이 지났는데도, 외양의 어느 부분도 부식되지 않고 건재했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내부를 점검하면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플로피디스크를 열어 볼 수 없게 되어 아쉬운 마음에 문득 드는 생각이다.

(삼보컴퓨터의 건재한 밧데리)


결국 2개의 노트북은 이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노트북 하드에 남아있을 데이터도 있을 텐데, 언젠가 플로피디스크의 자료와 함께 열어볼 날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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