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배롱나무에 핀 '인심화심(人心花心)'

polplaza 2022. 7. 1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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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선배가 페이스북에 올린 배롱나무에 얽힌 사연을 읽었다.

여러해 동안 잎사귀가 시커멓고,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했던 배롱나무가 올해는 꽃을 활짝 피웠다는 얘기였다. 예년에 비해 잎사귀도 더 커지고 생기가 넘친다고 했다. 수년만에 마당 앞뜰에 아름답게 핀 배롱나무 꽃을 보고 기분이 매우 좋은 듯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선배의 앞뜰 배롱나무 꽃/선배 SNS)


선배는 배롱나무에 대해 "여러해 잎사귀가 시커멓게 되고, 꽃을 제대로 피우지도 못했다"면서 "그저 병충해려니 하고 넘겼다. 겨울 초입에 볕짚으로 감싸준 게 전부다"라고 고백했다. 신경을 쓴다고 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올해는 봄에 剪枝(전지. 가지치기)를 했다. 거름도 주고, 한약 찌꺼기도 덮었다. 잎사귀도 더러 닦아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예년에 비해 잎사귀가 더 커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잎사귀가 찐득찐득하더니 또 시커멓게 변했다고 한다. 진딧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딧물을 없애는 약을 쳤다고 했다.

평년에 비해 수배의 정성과 노력, 시간을 들여 배롱나무를 가꾸었음을 알 수 있다.

배롱나무가 차츰 원래의 모습대로 생기를 되찾고 꽃대를 하나둘 세워올렸다.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활짝 피었다고 한다. 초록빛 잎사귀는 넓고 튼실하고, 꽃은 화사하게 자태를 뽐냈다. 집안이 배롱나무 꽃으로 환하게 밝아지고, 덕분에 마음도 밝아지고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이다.


선배는 이 글에서 "무슨 일이든 정성을 쏟으면, 쏟은 만큼 결과가 있다"면서 "이따금 쉽게 이룬 듯이 보이는 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쌓아온 공덕이 만만찮다"고 적었다. 배롱나무에서 새삼 삶의 교훈을 실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흔히 거저 먹으려는 사람을 두고 도둑심보를 가졌다"고 하지만 "이 말조차도 온당치 않다. 도둑질도 제대로 하려면 치밀한 계획과 준비과정, 즉 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선배는 꼬집었다. 하물며 도둑도 노력하는데, 보통사람이라면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서 좋은 결실를 맺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선배의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절로 '인심화심(人心花心)'이라는 한자 조어(調語)가 떠올랐다. 선배의 글 아래에 "人心花心을 보는 듯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人心花心이란 말은 한자성어로 배운 적이 없다. 물론 누군가가 썼을 수도 있겠지만 여태껏 본 적은 없다.

여하튼, 선배의 배롱나무 이야기를 읽고난 소감을 4자로 요약하면 '人心花心(인심화심)'이었다. 나름대로 뜻을 풀이하자면, '사람의 마음을 꽃이 알아준다'는 것이다. 즉, '사람의 마음과 꽃의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다.

꽃은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성으로 가꾸고 보살펴주면 꽃도 정성을 다해 꽃을 피워 보답을 한다. 꽃이 보답하는 일이란, 무럭무럭 잘 자라서 꽃을 활짝 피워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선배는 이를 "花答(화답)"이라고 했다.

선배의 지극한 정성에 배롱나무는 꽃을 만개하여 花答하였으니, 이는 人心花心이라 하겠다. 세상의 이치와 도리가 따로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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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앞뜰 배롱나무 꽃/선배 SNS)



(선배와 주고받은 댓글 캡처/ 202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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