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머리카락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polplaza 2023. 1. 9. 02:01
반응형

머리카락이 피부에 박혀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우연히 어디선가 본 듯하다. 인터넷 글에서 본 것인지, 언론의 뉴스로 본 것인지, 꿈속에서 들은 것인지 명확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머리카락이 어떻게 몸속에 들어간다는 것인지 수긍할 수 없었다. 그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다. 다만, 세상에 별별 기괴한 일이 많으므로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매우 가늘고 부더러운 머리카락이 두꺼운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어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속에 1.5cm 길이의 머리카락이 박혀 있었다. 만일 거울이 없었다면 이 상황을 스스로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거울을 통해 가늘고 검은 물체를 내 몸에서 직접 빼냈기 때문이다.

약 1주일 전 쯤 세수를 하는데 콧등이 아팠다. 이상한 일은 건드리지 않으면 전혀 통증을 느낄 수 없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오래 사용해서 그런 것으로 짐작했다. 마스크의 철심이 콧등을 눌러 생긴 통증 정도로 여겼다.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세수할 때마다 콧등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콧등을 피해서 얼굴을 씻기로 했다.

4, 5일 쯤 지났을 콧등이 발개지면서 부어올랐다. 염증이 생길 조짐이었다. 그로부터 하루쯤 지나자 깨알보다 작은 흰색 고름 염증이 보이기 시작했다. 섣불리 고름을 짜다가는 염증을 키울 수 있어 하루 이틀 더 기다렸다. 고름 염증이 깨알만큼 커져 눈에 띌 정도가 됐다.

드디어 고름을 짜내기로 했다. 나무 귀이개의 끝에 붙은 솜에 소독약을 묻혀 욕실의 거울 앞으로 갔다. 콧등의 염증 부위에 소독액을 발랐다. 귀이개 나무를 분질러서 바늘처럼 날카로워진 한쪽 끝에 소독약을 묻힌 후, 흰고름 부위를 살살 찔러 터뜨렸다. 아주 작은 흰고름이 밖으로 조금 흘러나왔다.

이제 흰고름 덩이와 피고름을 완전히 짜내면 된다. 몸은 자생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염증의 근원을 빼내버리면 완치는 시간문제이다.

거울 앞에서 염증이 생긴 콧등 부위의 양 옆을 두 손의 손가락으로 눌렀다. 흰 고름과 남은 피고름을 완전히 짜내기 위해서였다. 흰색 고름이 다 빠진 후 피고름이 올라왔다. 이어서 가느다란 검은색 이물질이 보였다. 더 세게 누르자 검은색 이물질은  2~3mm 정도의 모습을 드러냈다. '염증이 생긴 곳에 있던 털이 빠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삐죽이 콧등 밖으로  나온 털을 집게손가락으로 잡아당겨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그대로 쏙 빠져나왔다. 약 1.5cm 정도 길이의 검은색 털이었다. 몸에 난 털이 뿌리째 빠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콧등에 이렇게 긴 털이 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털의 뿌리로 볼만한 모양도 없었다. 코털일 가능성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코털이 콧등을 관통해서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5cm 길이의 털의 정체는 머리카락임이 분명해 보였다. 손으로 만져봤더니 평소 생각했던 것처럼 부드럽지 않았다. 길이가 짧아서인지 빳빳하게 힘이 느껴졌다. 이런 정도라면 살갗을 파고 들어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동안 머리카락이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버리기로 했다. 머리카락도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머리카락이 통증과 염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머리카락이 박힌 곳은 압력을 받으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콧등 같은 곳은 평소 압력을 받을 일이 거의 없어 세수할 때가 아니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박힌 곳에 염증이 생기므로, 뒤늦게나마 통증과 몸속에 들어간 머리카락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염증의 고름을 짜 낼 때, 양 옆으로 압력을 가하면 머리카락을 피부 밖으로 쉽게 뽑아낼 수 있다. 

남은 의문은 어디서 어떻게 콧등에 머리카락이 박혔을까 하는 점이다.

손쉽게 추측할 수 있는 곳은 이발소다. 이발을 하면 짧게 잘린 머리카락이 얼굴 위로 떨어지기 일쑤다. 그중 하나가 어떻게 콧등 속으로 밀려 들어간 것일까? 이발사가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의 머리카락을 털어줄 때 콧등 위에 떨어져 있던 머리카락 하나가 어느 순간 밀려서 들어간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라면, 개연성이 아주 조금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밖에 다른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