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내가 묻는다. "당신 딸이 담배 끊었는지 물어본다"라고.
이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가슴 한켠이 아련히 아려온다. 딸이 늦게 귀가하는 나에게 대놓고 묻지 않지만 엄마를 통해 물어본다는 것이다. 담배 예찬론자인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상대는 딸 아이다. 딸은 초등학교 때 "아빠, 학교에서 선생님이 담배가 몸에 안 좋대. 아빠, 담배 피우지 않는다고 약속해"라고 '금연' 약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담배 연기가 싫다"며 근처에 오지 말라고 하던 아이다. 나이가 들면 담배 피우는 아빠를 이해해 주려나 했는데, 그게 아니다. 나와 딸은 담배를 사이에 놓고 평행선이다. 그래도 딸을 의식해서 담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내의 물음에 여전히 담배를 끊지 못하는 나의 대답이 궁색했다. "그동안 담배를 좀 줄였다"는 말이 최선이었다.
아내는 "얼마나 줄였는데 그러냐?"고 물었다.
"반갑 정도..."
"그래? 많이 줄였네."
"반갑보다는 조금 많을 수도 있는데 예전에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던 것보다는 많이 줄였지."
"애가 자꾸 그러는데 좀 끊어봐요."
"참 힘든 일이야"
"뭐가 힘들어요?"
"담배가 꼭 나쁜 것은 아닌데 말이야/"
"뭐가 안 나빠요?"
"담배가 없으면 내가 하루종일 몇 시간씩 의자에만 앉아서 보낼지도 몰라. 담배를 피우려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바깥공기도 쐬고 머리도 좀 식히고 하지. 그러면서 다리 운동도 자주 하게 되고... 담배 덕분에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게 되는 거지."
"말은 잘 하네."
"사실이 그런 측면이 있는 건 인정해야지."
"말하는 걸로는 못이겠네."
"알았어. 담배를 당장 끊지는 못하겠지만 줄여 나가도록 해볼게."
"언제까지?"
"그거야 알 수 없지. 여하튼 줄여 나가도록 해야지."
담배가 무엇인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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