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아이들 이야기

군대 제대한 아들, 학교에서 '중고품 가게' 열어

polplaza 2023. 5. 1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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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제대한 아들이 며칠 전 학교에서 '중고품 가게'를 열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학교에서 학과 학생들이 모여서 단체로 여는 줄 알았다. 그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해서 아들에게 물어봤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것인지, 학과에서 주최하는 것인지?"
아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학교도 아니고 학과도 아니고 자기가 그냥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하고 같이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아들은 친구들이 아니라 후배 여학생과 자기가 모르는 여학생 한 명이 같이 하기로 했다고 했다. 말하자면, 3명이 모여서 하루 동안 '번개 장터' 같은 것을 연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파심에 "학교에 신고하지 않고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중고품 가게를 열기로 한 날의 전날 밤 귀가했더니 거실에 다림질 된 옷 10여 벌이 한쪽에 쌓여 있었다. 아들이 다리미를 꺼내 다림질을 했다고 했다. 아들에게 "군대 있을 때 다림질을 배웠냐?"고 물었다. 아들은 "군대에서 다림질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빠가 군복무할 때는 후임병이 휴가 갈 때 군복을 다림질해 주었는데 요즘 군대에서는 그런 것이 없냐"고 했더니 "없다"고 했다. 아들은 이번에 중고품 판매 준비를 하면서 다림질을 처음 했다고 했다. 처음 하면서도 그럴듯하게 다림질을 한 것 같아 보였다.

학교에서 가게를 열기로 한 날, 아내가 아침 일찍 아들이 꺼내 놓은 옷가지와 책 등을 차에 실어 주었다. 아들이 가져간 옷가지 가운데는 겨울옷과 여름옷 등이 섞여 있었다. 고등학교 때, 대학 입학 후 샀던 책들도 있었다. 아들과 같이 번개 장터를 열기로 한 여학생들은 자신들의 옷 등을 가져 나온 것 같았다. 아들이 물건을 배치한 사진을 보내줬기 때문에 대략 추측할 뿐이다.

(아들과 여학생들의 '번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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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아들에게 어떻게 됐냐고 했더니 "많이 팔았다"고 했다. 겨울 코트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학생들이 사 간 것 같았다. 가져간 책도 제법 사갔다고 했다. 아내가 신지 않는 신발도 하나 가져갔는데, 여학생이 사간 모양이었다. 3만 원에 팔렸다고 했다. 아내는 아들에게 50%를 주겠다고 했다. 나는 내놓을 게 없어서 아무것도 보태지 못했다. 딸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서 여학생들과 같이 실행에 옮긴 것은 나에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마무리를 잘 했다고 하니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다. 장모님이 이 소식을 듣고 "나중에 장사하면 잘하겠다"고 한 말씀 하셨다. 어쨌든 대학 생활 중 이런 일을 추진한 것은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신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용기가 가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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