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5일(목), 안면 신경마비 진단을 받은 지 8일째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이 평소보다 편안했다. 그러나 잠시 후 얼굴의 마비증세가 느껴졌다. 어제와 비교하여 나아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이마에서 볼까지 피부가 조이는 느낌이 들고 눈이 침침했다. 어젯밤에는 눈에 안 연고를 짜서 넣고 의료용 테이프로 눈을 붙이고 잤다. 연고 때문인지 시력이 더 떨어진 것 같다. 주변의 글자가 잘 안 보이고 주변의 모든 것이 흐릿해져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용 테이프로 왼쪽 눈꺼풀을 붙이고 잤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왼쪽 눈이 잘 감기지 않아 테이프로 붙이고 잔 것이다. 병원에서 내린 처방인데, 잠자는 동안 세균 침입 등으로 인한 눈의 각막 손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테이프로 눈을 붙이는 방법은 어젯밤 처음 시도해 본 것이다.

일반 증세는 전날(7일차)와 비슷.. 발음이 새는 게 심하고 눈의 초점이 전날보다 더 흐릿해짐
아침을 먹고 처방약을 먹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염증)인 메치로정4mg이 당초 7알에서 3알로 줄어들었다. 지난 22일부터 하루 1알씩 줄어들고 있다. 위장약인 스토가정 10mg은 초지일관 1알씩 먹게 돼 있다. 항바이러스제(포진 치료제)인 팜빅스정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8시간당 1개씩 하루 3알을 먹고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내일이면 다 먹는다. 스테로이드호르몬제도 내일이면 다 먹게 된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내일이 마지막이다. 이후 별도의 약 처방은 없었다.
전체 날짜를 살펴보면, 안면 신경마미 진단을 내린 날부터 9일치 약이 처방된 것이다. 약 처방은 이것으로 끝난 것 같다. 이비인후과의 다음 진료일이 6월 16일(금)이니 그동안 약 처방을 받을 일이 없다.
이비인후과의 다음 진료일까지 병원 치료는 재활치료 과정이 있다. 병원 안내문에 5월 30일(화) 오전 10시 근전도 검사가 있고, 매주 3회씩 3주간 물리치료가 있다. 근전도 검사란, 신경 이상을 알아보는 검사로 손과 발, 팔과 다리에 힘이 없고 저리거나 느낌이 둔해지는 등 신경마비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실시한다고 한다. 증상이 있는 부위에 특수검사용 침을 근육에 삽입하거나 전기자극을 주는 검사이므로 검사 시 통증이 발생하지만 신체에 해롭지 않다고 한다.
기 치료와 '생기' 머리띠... 기 치료가 과연 통할까
장 선생님과 사무실 선배의 독촉으로 오늘은 기 치료하시는 분을 만났다. 마침 전철로 머지 않는 곳에 계셔서 오후 찾아갔다. 인상이 퍽 좋아 보이는 분이셨다. 역 근처 햄버거집에서 만나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 분은 나의 갈비뼈 양쪽 끝 중상부를 누르셨다. 왼쪽 갈비뼈 쪽은 많이 아팠는데 오른쪽은 거의 아프지 않았다. 이 분은 "폐가 약하기 때문에 마비가 왔다"면서 기 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갈비뼈 쪽을 눌러보라며 "이제 안 아프냐?"고 물었다. 처음보다는 아프지 않았다.

이 분은 서울역에서 약속이 있다며 내일 다시 보자고 했다. 토요일까지 이곳에서 매일 아침 일찍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좋아진 변화는 없었다. 햇살 때문인지 오히려 조이는 느낌이 강했다. 사실 기 치료를 받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기 치료를 연구한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가 꽤 오래전에 기치료를 위해 제작한 '생기' 머리띠를 내게 준 사실이 떠올랐다. 머리띠는 가벼워서 늘 가방 한 구석에 넣어 다니던 터라 걸음을 멈추고 찾아봤다. 가방 한 곳에 들어 있었다. 사무실에 돌아와 책상에 앉자마자 머리띠를 꺼내 착용했다.
장 선생님이 머리띠를 보고 물으셨다. "심 이사! 기 치료 받으러 가니 그걸 주던?" 마침 장 선생님은 전화가 오자 전화를 받으셨다. 나는 대답하려다 그냥 웃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머리띠에 대해 관심이 없는 듯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이 머리띠가 과연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제대로 실험에 들어간 듯싶다.
이비인후과를 가든, 신경과를 가든 약 처방과 재활 치료 과정은 동일
앞서 기 치료 후 돌아오는 길에 가끔 가는 피부 전문 개인병원을 방문했다. 예약을 받지 않는 곳인데, 먼저 와서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아서 1시간 가량 기다렸다. 내 차례가 와서 의사에게 미리 준비한 궁금증을 물어봤다.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서 나의 안면 신경마비가 '대상포진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라는데, 만일 그게 맞다면 피부과 전문의사의 소견을 듣고 처방을 받고 싶다고 했댜.
평소 안면이 있는 의사는 나의 얼굴을 살펴본 후, "이건 내가 아는 한 대상포진이 전혀 아니다. 대상포진 같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볼 수 없다. 포진이 생긴 것도 없고, 통증도 없고, 피부에 염증의 징후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의사는 내가 치료받는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보겠다며 해당 병원과 약 5분 정도 통화를 했다.
이 의사는 통화에서 "우리 환자 중 한명이 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OOO인데, 내가 보기엔 대상포진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비인후과에서 치료하기보다 신경과로 보내서 신경문제를 살펴보고 치료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우리 병원에서 안면 신경마비 환자는 대부분 이비인후과에서 담당해 치료한다. 신경과로 보내도 약 처방이나 재활치료는 동일하다. 따라서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과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은 차이가 없다"라고 대답했다고 피부과 의사는 내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신경마비는 내가 할 수 있는 처방이 없다"고 의사는 덧붙였다.
세월이 약... 시간이 해결해 준다?
나의 궁금증은 풀렸다. 그런데 그냥 나올 수는 없었다. 마침 의사가 나에게 물었다. "무좀은 다 나으셨냐"고 했다. 지난 겨울에 발뒤축이 약간 갈라져서 약 처방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양말을 벗어 보여주었다. 의사는 "이 약을 발라보라"며 약 하나를 추천했다. 그동안 조제약을 추천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기성 제품이었다. 피부과 바로 옆 약국에 가서 처방전을 주고 약값 2천 원을 계산했다. 연고는 일양약품 나이트랄 크림이었다.
여하튼 기 치료사를 만나고 피부 전문병원에 가서 정보를 얻었다. 병원에서 안면 신경마비 환자에 대한 치료 과정은 정형화되어 있음을 간접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신경마비가 발생한 이후에는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하고 다소 체념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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