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신경마비 진단을 받은 지 36일째다.
재활치료도 침 치료도 없는 날이었다. 어쩌다 여유가 생겨 생각이 나면 이마와 눈 주변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주물렀다. 인중과 입술 주변도 중지로 눌러서 오른쪽, 왼쪽으로 주물러주었다.
머리도 양손으로 손가락을 펴서 두드려 주었다. 며칠 전 유튜브를 보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해보기로 한 것이다. 양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머리를 콕콕콕 두드리면 체한 것 같은 느낌이 일시적으로 나아졌다. 사실 체한 것 같은 느낌이 수개월 전부터 있었다. 요즘에는 하루 종일 체한 듯한 느낌이 든다.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체한 것이 순간적으로 해소되는 것 같다. 두드릴 때마다 체한 것이 내려가는 것 같지만, 다시 체한 느낌이 살아나서 반복된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인지, 습관성인지, 무엇이 잘못돼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언젠가 알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다.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처방도 있을 것이다.
시야가 흐릴 때는 인공눈물을 짜서 넣었다. 안면 마비 이후 인공눈물과 매우 친해졌다. 인공눈물을 넣고 나면 시력이 약간 회복되는 듯했다. 외모 상으로는 아래 입술이 가장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눈과 인중은 겉보기로는 거의 정상에 가깝다. 그러나 왼쪽 눈만 감으려고 하면 오른쪽 눈도 반쯤 감긴다. 따라서 움직인다. 동조현상이다. 왼쪽 눈 주변의 신경이 극히 일부만 돌아온 듯하다. 눈 아래 눈두덩이에 주름을 잡으면 어제보다 조금 더 생긴 듯하다. 눈 주변의 조임 현상은 범위가 조금 더 줄어든 것 같다.
양치질할 때 입술은 불균형이 아주 심하다. 오른쪽은 어금니가 훤히 드러나고, 왼쪽은 꼭꼭 숨어서 볼 수가 없다. 손가락으로 왼쪽 입술을 당겨야 겨우 볼 수 있다. 입술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한창 걸릴 것 같다. 다만, 어제와 같이 왼쪽 입술로 공기를 흡입하는 힘은 살아난 것 같다. 담배를 왼쪽 입술 끝 쪽으로 꼰아 물고 피우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증세라는 것이 하루에도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좋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 달이 지나면서 외형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체감하는 회복 정도는 매우 약하다. 왼쪽 눈만 감는 것이 어렵다. 시야가 침침하다. 양치질하는 것이 어렵다.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신경을 써야 한다. 말하는 것이 온전하지 못하다. 왼쪽 눈 한 구석에서는 조임 현상이 남아있다. '우~" "오~" "이~"하면서 거울로 입술 모양을 보면, 균형이 맞지 않음을 실감한다.
겉모습은 어찌어찌하여 돌아와도 신경이 살아나지 않아 불편을 감수하고 수십 년을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 유명한 침술사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동양의학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구전에 의하면 동양 침술의 위력은 대단하다.
한편 한 지인은 "주변에 스테로이드제를 과다 복용한 사람이 있는데 양쪽 골반이 삭았다고 한다"면서 "그 사람은 걷지를 못해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스테로이드제를 무분별하게 장기 복용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초기 9일 치를 복용한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추가로 7일 치를 복용했다. 총 16일 치를 복용한 셈이다. 병원의 안내문에는 "정해진 양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약이다. 복용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정해진 양을 초과하여 복용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라고 적혀있다. 처방례에 대해서는 "염증 및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부신피질호르몬제로서 관절염, 알레르기, 안과질환, 신장질환 등에서 염증 및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약은 적절히 사용해야지 과도하게 이용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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