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안면 신경마비 46일째... 증세는

polplaza 2023. 7. 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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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신경마비 진단을 받은 지 46일째다.

토요일이라 특별한 치료는 없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했다. 아내가 회사에서 승진했다고 한 턱 냈다. 집 근처 삼겹살 집으로 갔다. 아들이 선택했다고 했다.

아내는 가기 전에 나에게 뭘 먹고싶냐고 물었다. 아들이 선택했지만 나에게도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사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불판으로 삼겹살을 구워먹는 게 내키지 않았다. 고기냄새도 날 것 같고, 안면마비로 고기를 씹는 게 좀 어렵다. 그렇지만 아들이 선택했다고 하기에 나는 괜찮다고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삼겹살집은 이전에 간 적이 있는 집이었다. 가서 보니 내부 구조가 약간 익숙했다. 에어컨을 틀어 우려했던 더위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토요일이라 손님은 별로 없었다. 주문한 고기는 직원이 구워서 잘라주었다. 원래 이 가게의 시스템이라고 했다. 4명이 6인분을 시켜 먹었다. 아들은 물냉면을 한 그릇 추가로 먹고, 된장죽도 먹었다. 나는 밥 한공기를 추가해 아내랑 나눠먹고도 남겼다.

점심 후, 을지로 사무실로 나오는데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KBS 대하드라마 미술감독을 지낸 김 감독이 보낸 문자였다. 충무로 근처 커피점에 있다며, 사무실 나오면 보자는 내용이었다. 사무실에 가방을 놓고 그곳으로 갔더니 세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잘 아는 김 실장이고, 다른 한명은 초면의 스님이었다. 트레일러는 모는 일창 스님이라고 했다.

일창 스님은 연세가 70대로 보였는데(나이를 묻지 않았음), 스스로 50대라고 주장했다. 성직자는 모름지기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라며, 남에게 얻어먹지 않고 시주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종교인으로서 신념이자 철칙같았다. 선물을 하나 주겠다며 가방에서 뭘 꺼냈다. 한장 뽑으라고 했다. 오늘 추첨하는 로또복권이었다. 내가 받은 복권은 높은 번호 쪽에 몰려있었다. 내가 "이건 당첨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고 하자 "다른 걸로 바꿔가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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