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점어상죽(鮎魚上竹)의 뜻

polplaza 2021. 3. 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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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들과 한 음식점에 갔다가 붓으로 쓴 '鮎魚上竹'이라는 4자 성어에 눈길이 갔다. 글자체와 시각효과가 흥미를 유발했다. 梧軒(오헌) 閔璨基(민찬기)라는 이름과 낙관이 찍혀 있는 걸로 봐서, 오헌이라는 호를 쓰는 민찬기라는 분이 쓴 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鮎魚上竹'을 한글로 읽으면 '점어상죽'인데, 마침 액자 아래쪽에 친절하게 설명이 붙어 있었다. 아마도 궁금증이 많은 손님들이 주인에게 글자의 뜻에 대해 묻곤 했을 것이다. 그러니 액자 아래에 설명을 붙여두지 않았을까 싶다.


<점어상죽>

메기(점어)가 대나무에 오르다. 
몸이 미끄러운 메기가 대나무 잎을 물어물어 대나무 꼭대기에 오름. 각고의 노력으로 난관을 극복해내고 목적을 달성함(성공)을 이르는 중국 고사성어

(음식점에 걸린 '鮎魚上竹' 액자)


따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국어사전'의 해석을 봤더니, '메기가 대나무에 올라간다는 뜻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목적을 이룸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액자에 붙여둔 설명문과 의미가 같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점어상죽은 매우 심오한 뜻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불굴의 의지로 노력하면,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어떤 해석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자 '鮎魚上竹'으로 구글에 검색해봤다. 송나라 구양수(歐陽修)가 지은 귀전록(歸田錄)이 출처라면서 출처의 원문과 중국의 해석이 나온다.

【解釋】比喻本想前進反而後退.
【出處】宋·歐陽修《歸田錄》:“君於仕宦,亦何異鮎魚上竹竿耶?

흥미로운 점은 중국어 해석은 한국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比喻本想前進反而後退'를 번역해보면, '비유의
 표현으로 본심은 앞으로 전진하고 싶지만, 뒤로 간다'로 해석된다. 몸이 미끄러운 메기가 대나무통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만 결국은 뒤로 간다는 뜻이다. 메기가 대나무통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鮎魚上竹(점어상죽)'의 출처가 된 원문, “君於仕宦, 亦何異鮎魚上竹竿耶?"에 대하여 앞뒤 문맥을 살펴본다면, 구양수가 쓴 '점어상죽의 의미'를 보다 정확히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귀전록의 해당 문맥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므로,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더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점어상죽'이란 말이 국어사전 설명대로 '난관을 뚫고 성공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덤비는 헛된 생각'을 비유한 말인지 그것이 문제이다. 

(서촌 먹자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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