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명동칼국수의 '원조', 명동교자 칼국수

polplaza 2021. 3. 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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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아서 종각에서 명동까지 걸었다. 아시는 분이 "명동칼국수가 어떠냐?"고 해서 칼국수를 먹으러 명동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청계천을 건너기 전, 전태일 기념관이 보여서 잠깐 들렀다. 월요일은 휴관이라고 했다. 전시실에는 못 들어가고, 입구 거치대에 놓여 있는 책자 몇 개를 챙겼다. 전태일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명동칼국수를 다루기로 한다.

 

(청계천 옆 도로변에 위치한 전태일 기념관)

 


청계천 다리를 건너, 을지로 1가, 명동 성당 입구를 가로질러 명동 골목에 진입했다.
거리는 한산했다. 평소 같으면 외국인과 내국인들로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곳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뜸했다. 

주변에서 명동칼국수가 유명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여태껏 나는 명동칼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동안 춘천 닭칼국수, 팥칼국수, 바지락 칼국수, 들깨칼국수, 그냥 칼국수 등은 접할 기회가 있어서 먹어본 경험이 있다. 

같이 가시는 분은 "명동칼국수는 명동교자 칼국수가 진짜"라며 "큰 마트의 식당 같은 곳에서 명동칼국수를 팔기도 하는데, 원조는 명동교자 칼국수"라고 했다. "1972년 직장 다닐 때 여직원들의 소개로 알게 됐다"면서 "그때는 자주 다녀 단골이 됐다"고 했다. 그런데, 퇴직 후 근처에 올 일이 없어서 수년만에 찾아가게 된다고 했다. 명동에 '명동교자 칼국수' 집이 2곳 있는데, 본점과 분점이라고 했다. 우리는 새로 생긴 분점을 지나 본점으로 향했다.

골목 왼쪽에 '명동교자' 본점 간판이 보였다. 한자로 '明洞餃子'라고 적혀 있었다. '餃子'는 중국에서 만두의 한 종류를 지칭하는 것이다. '明洞餃子'를 한글로 풀이하면, '명동만두'가 되는 셈이다. 중국인들이 보면 만두집으로 알 것 같았다.

 

(명동교자 칼국수 집 본점 입구)

 


입구에 들어서자, 직원이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간단한 열검사와 QR코드로 본인 확인을 했다. 나는 1층만 있는 줄 알고 들어갔는데, 3층까지 올라가게 되어 1,2,3층이 식당임을 알 수 있었다. 동행했던 분은 "줄 안 서고 자리에 앉긴 처음"이라고 했다. 메뉴판을 보니 만두(1만 원)도 보였다. 우리는 칼국수를 먹으러 왔으므로 칼국수(9천 원)를 주문했다. 여기는 선불로 계산하는 곳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잠시 정리하는 사이에, 칼국수가 나왔다. 마치 미리 주문 예약을 했던 것처럼 빨랐다.

 

(명동교자 칼국수)

 


겉보기로, 만두 4개가 얹혀 있는 것이 일반 칼국수와 달랐다.
만두피를 아주 얇게 하여 넓이를 넓게 만든 만두였다. 교자 칼국수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쉽게 말하면, '만두 칼국수'가 되는 것이다. 만두를 먹어보니, 국물 향이 배여 독특했다. 면은 아주 부드러웠다. 고기는 잡내가 전혀 없었다. 국물은 중국 음식에서 나는 특유의 미묘한 향과 깊이 우러난 맛을 담고 있었다. 반찬은 김치 한 종류만 제공됐다. 종업원이 식탁 사이로 다니면서 김치가 떨어지면 채워주었다. 만두도 맛있다던데, '1인분 체질'이라 칼국수만 먹었다. 

음식은 종류에 따라 각각의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춘천 닭칼국수든, 팥칼국수든, 바지락 칼국수든, 들깨칼국수든 나름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취향에 따라, 식감에 따라, 기분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 교자 칼국수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제법 까다로운 내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일반에 알려진 그 명성이 과장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칼국수의 한 종류로서, 고유의 식자재와 장인 정신으로 그 가치를 이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명동교자 칼국수(엄밀히 말하면, '명동교자' 옥호의 음식점에서 파는 칼국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를 알차게 먹고, 명동 한복판으로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명동, 상가들이 죽 늘어서 있었지만 행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곳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침묵의 거리'로 변해 있었다. 빨리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회복되어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날이 언제일지, 한편으로 답답한 시절이기도 하다.

 

(한산한 명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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