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안면신경마비 8개월째... 회복 수준은?

polplaza 2024. 1. 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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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진단을 받은지 8개월째다.

지난해 5월 중순 갑자기 얼굴 왼쪽에 신경마비가 와 스테로이드 약을 먹고 재활치료를 계속해왔다. 어느새 해를 넘겨 갑진년 새해를 맞았다. 요즘은 겨울 찬바람에 근육이 수축돼서 그런지 얼굴에 근육이 조이는 땡김 현상이 심해지는 듯하다. 매일 로션을 아침 저녁으로 발라준다. 신경마비가 오기 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일이다. 얼굴을 관리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이런 습관은 앞으로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얼굴 피부에 보습효과를 유지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로션 바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 일부러 피해왔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람의 생각과 판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정보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오늘 내 생각과 판단이 항상 옳거나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새해에도 매주 2회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1월까지만 재활치료를 받는다. 의사가 7개월부터는 재활치료의 효과가 거의 없다며 권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했다. 2개월만 더 받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 재활치료를 통해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재활치료를 받기로 한 것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는 생각 자체만으로 약간의 희망과 안도감을 갖게 된다.

(왼쪽 볼에 전기자극과 적외선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금주에는 재활치료를 한번 밖에 받지 못했다. 첫날은 예약 시간보다 늦게 가는 바람에 치료 시간을 놓쳤다. 추운 날씨 탓인지 지난 연말에 비해 노인 환자들이 많았다. 특히 휠체어를 탄 할머니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듯 했다. 재활치료사들이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평소 같으면 좀 늦어도 기다리면 내 차례가 올 수 있었다. 새해 들어 재활치료실에 환자들이 늘어나 예약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언제 재활치료를 받을 지 기약이 없는듯 했다. 이런 상황이어서, 첫날은 포기하고 돌아왔다.

둘째 날인 오늘은 아주 신경써서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다. 치료사가 일찍 오신 할머니를 돌보느라 치료 시간이 지체됐다. 전기자극과 전기침 치료 사이에 공백이 길어졌다. 그래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다. 여성 치료사의 오른손 팔목에는 여러장의 파스가 붙어 있었다. 하루에 많은 환자들을 상대하면서, 근육이나 인대 쪽에 무리가 간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됐다. 스스로 잘 알아서 하겠지만 말이다.

재활치료사는 전기자극 치료를 하기 전에 늘 강도 테스트를 한다. 치료사가 왼쪽 볼 쪽에 전기자극을 가하는데 통증이 심하게 왔다. 치료사에게 "많이 아프다"며 "강도를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치료사는 즉시 2~3단계를 낮주면서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더 낮춰 달라"고 했다. 치료사는 "더 낮추면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거부했다. 나는 "알았다"며 치료사의 결정을 수용했다. 전기자극의 강도가 높아 통증이 컸으나 참았다. 5분 쯤 지나자 참을만 했다.

전기자극 치료는 적외선 치료와 함께 15분간 진행된다. 15분이 지나면 '종료 신호음'이 울린다. 다음 치료는 전기침 치료이다. 이 치료는 치료사가 15분간 얼굴의 여러 부위를 돌아가며 자극을 주는 것이다. 전기자극 종료 신호음이 "삐익~" "삐익~"하고 울렸는데, 치료사는 5분 이상 늦게 왔다. 자신이 담당하는 할머니 환자를 돌보고, 다음 환자를 찾아서 입실시키느라 늦은 것이다. 침상 커튼 밖으로 내다 보지 않고도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은, 침상에 누워 있으면 바로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귀로 다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극과 적외선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이달까지 재활치료를 마치면, 병원에서 치료는 끝이다. 더이상 재활치료 계획이 없다. 신경마비가 오기 전의 상태로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아직도 입 주변의, 특히 입술 근육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눈이 침침한 것도 그렇다. 심지어 두세달 전부터 오른쪽 눈 앞에 '길고 가느다란 곤충' 같은 것이 나타나서 어른 거리는, 이른바 비문증(飛蚊症) 증세가 생겼다. 눈의 노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신경마비와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결과도 있다. 왼쪽 눈을 오른쪽 눈과 별개로 감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며칠 전 거울 앞에서 오른쪽, 왼쪽 눈을 각각 차례대로 감아봤다. 왼쪽 눈을 감는데, 오른쪽 눈은 그대로 있었다. 오른쪽 눈을 감아도 왼쪽 눈은 그대로 뜬 상태였다. 한두달 전만해도 왼쪽 눈을 감으면 오른쪽 눈이 따라서 반쯤 감기는 현상이 있었다. 그런데, 깜쪽같이 각각 감을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된 것이다. 아직도 샤워할 때 왼쪽 눈에 비눗물이 조끔씩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만, 아주 좋아진 셈이다.

그리고 외형상으로는 입모양도 거의 정상 수준이다. 말을 하지 않고 웃지 않으면 상대가 알아차리기 힘들다. 발음도 상당히 회복됐다. 하지만, 왼쪽 입술 근육의 부자연스러운 경직 현상과 일부 글자의 발음이 새는 현상은 아직 남아있다. 입술을 모아서 발음해야 하는 글자의 경우, 특히 말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얼굴 근육의 땡김 현상은 매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어쩌면 평생 지고가야할 후유증으로 남을 수도 있다.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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