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중국 이름: 쟈오팅, 赵婷) 영화감독이 2021년 4월 26일 미국 오스카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출신 감독으로서, 중국인으로서 오스카상 93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여성 감독으로는 2번째 수상자가 됐다. 2010년 캐스린 비글로(허트 로커)가 수상한 이후 11년 만이다. 자오 감독은 '비(非)백인계' 여성으로서도 최초의 감독상 수상자가 됐다.
그녀가 감독상을 받은 작품은 '노매드랜드(중국 명: 无依之地, 의지할 곳 없는 땅)'이다. 노매드랜드는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도 수상했다.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자오 감독이 연출한 노매드랜드가 3개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 관영매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자랑스런 성공을 거두게 되면 열광적으로 보도하던 행태와 달리, 자오 감독의 오스카 3개상 수상의 쾌거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검열관들이 웨이보 등 SNS 플랫폼까지 자오의 수상 소식을 차단하기 위해 검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이유는 2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최근 미·중간의 패권주의 경쟁을 꼽고 있다. 미중간의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문화예술분야에까지 후폭풍이 미쳤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오 감독이 중국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소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자오 감독은 2013년 미국의 한 영화매체와 인터뷰에서 조국 중국에 대해 "도처에 거짓말이 있는 곳"이라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여하튼, 중국 관영매체들은 오스카 93년 역사상 중국 출신으로, 아시아 출신 감독으로, '비(非)백인계' 여성으로서 첫 감독상을 수상한 자오 감독의 쾌거를 보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이번에 한국인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에 대해 상당한 양의 기사들을 쏟아내는 것과는 퍽 대조적이다.
자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친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바친다"고 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다는 '성선설'을 믿는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외신들도 이 부분을 인용하여 강조했다.
그녀의 이력을 살펴보면,
1982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올해 39세이다. 직업은 영화 및 TV 감독, 시나리오작가, 프로듀서이다.
그녀의 부모는 공산당원으로 저명인사들이다. 자오의 아버지(趙玉吉)는 중국 최대 국영회사인 쇼우강 그룹의 최고 경영자였다. 국영기업 퇴사 후 부동산 개발 및 투자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중국에서 매우 유명한 여배우 출신인 쑹단단(宋丹丹)인데, 양어머니다. 아버지는 친 어머니와 이혼한 후, 현재의 어머니와 재혼했다.
자오 감독은 중학교를 졸업하자 영국으로 건너가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그녀가 사춘기 무렵인 14세 때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배경은 가정사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버지가 양어머니와 재혼한지 1년도 채 안되는 시기였다. 양어머니도 아버지와 재혼하면서 아들 하나를 데리고 왔다. 자오 감독은 당시 이복 남동생까지 생겨 심리적으로 혼란과 갈등이 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오 감독은 18세 때 미국 비자를 받게되자 LA 소재 고등학교에 편입했다. 대학에서 정치학( 마운트 홀리오크 대학교)을 전공했으나, 대학원(뉴욕대학교)에서는 영화를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제68회 칸영화제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첫작품 '오빠가 가르쳐준 노래(哥哥教我的歌)'로 촬영상을 받았다.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부분 상을 휩쓴 그녀는 이제 아버지 뿐만 아니라 양어머니의 유명세마저 훨씬 능가하는 세계적인 영화 감독 반열에 우뚝 올라섰다는 평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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