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전태일 평전'의 최초 저자 金英琪(김영기)는?

polplaza 2021. 4. 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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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열사' 고 전태일의 평전은 1978년 일본에서 일본어판으로 최초 발간됐다. 책 제목은 '炎よ、わたしをつつめ―ある韓国青年労働者の生と死'였다. 한글로 번역하면, '불꽃이여, 나를 감싸라- 어느 한국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으로 이해된다.

이 책의 저자 이름은 '金英琪(김영기)'로 돼있다. 이 이름은 가명이다. 실은 3사람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김정남의 김(金), 조영래의 영(英), 장기표의 기(琪)를 합친 것이다. '김영기'라는 저자 이름을 조합해낸 인물은 김정남이었다. 김정남이 볼 때, 3사람의 노력과 정성이 모여 마침내 책으로 출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각자 역할을 보면, 장기표는 1970년 11월 전태열 열사의 분신 이후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로부터 전 열사의 일기장과 각종 자료를 입수하고, 전 열사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 중이어서 쫓기는 몸이었다. 장기표는 전태일의 자료를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으나 언제 붙잡힐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자칫 자료를 모두 압수당하거나 분실할 수도 있었다.

그는 절친인 조영래를 만나 그에게 그동안 수집했던 자료와 메모를 모두 넘기고 책을 준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조영래도 같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 중이었으나 장기표의 청을 기꺼이 수용했다. 조영래는 장기표가 건네준 자료와 추가 취재를 통해 출간을 위한 원고 정리를 마무리 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감시가 심해 도저히 출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영래는 김정남에게 해외 출판이 가능한지 타진했다. 김정남은 평소 알고 지내던 신부의 도움을 받아 일본에서 출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자료 수집과 집필, 그리고 당국의 감시 속에서 해외 출판 성사까지 장기표, 조영래, 김정남의 합작이 있었다. '전태일 평전'의 첫 저자가 '金英琪'였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 발간된 '전태일 평전' 최초본 표지)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된 때는 1983년이었다.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개인 이름이 아닌 단체명을 저자로 출판한 것이다.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도 당시로서는 저자의 실명을 알지 못했다. '김영기'라는 사람의 실체가 없어서, 누군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훗날 일본어 출판을 주도했던 김정남이 '저자 김영기'의 비화를 공개함으로써, '김영기'는 3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든 가명임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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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의 저자가 오늘날 알려진대로 고 조영래 변호사로 명명된 때는 1991년이었다. 전태일 사후 21년, 첫 책이 출간된지 13년만이었다. '김영기'에 포함된 3사람 중의 한명인 장기표가 전태일 평전의 저자에 대해 '조영래 변호사'라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조영래는 1990년 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자신이 저자라고 밝힌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장기표는 '<전태일 평전>과 함께 영원히 살아있을 조영래'라는 글을 통해 전태일 평전의 저자가 조영래 변호사임을 최초로 밝혔다. '<전태일 평전>과 함께 영원히 살아있을 조영래'라는 글은 전태일 평전 개정판(1991년)에 실렸다. 장기표의 글을 통해 전태일 평전의 저자는 '조영래'로 공식화 됐다. 장기표는 전태일에 관한 원천자료 수집과 취재, 평전 기획을 주도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태일 평전'이 나오기까지 장기표의 역할과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다.

아래 사진은 '저자 조영래' 이름을 1991년 출간된 '전태일 평전' 개정판의 표지와, 장기표가 쓴 '<전태일 평전>과 함께 영원히 살아있을 조영래'라는 글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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