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에어컨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polplaza 2021. 7. 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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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에어컨으로 심한 곤욕을 치렀다. 정신적으로 피로도가 높았다. 지금도 여진은 진행형이다.

작년 12월 13일 이사하면서, 바로 설치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실외기와 에어컨을 배관으로 연결하지 않은채, 실외기만 따로 베란다 밖 앵글에 올려두고 있었다. 해가 바뀐 지난 1월 중순경 제조사인 대기업 A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에어컨 설치를 요청했다.

제조사와 브랜드명은 A사, H였다. 생산년도는 2005년 산이었다. 오래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오래 된 줄은 몰랐다. 가동만 잘되면 되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여전히 작동이 잘됐다. 점검 서비스를 신청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1월 하순.
A서비스센터 직원이 설치하러 왔다. 배수 호스를 달 곳을 살펴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배수관 문제로 확인차 본사에 전화를 했다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대기업에서 책임질 수 없다면서, 현 상태에서 비정상적으로 배수관을 설치하면 안된다는 지침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본사 방침이 그렇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파트에는 보통 베란다에 배수관이 하나 정도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베란다 확장공사를 하면서 배수관을 막아버린 것 같다는 것이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추론이었다. 집의 구조상 정상적으로 배수관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A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만일 추후에 사고가 나면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 날,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배수관을 문의했다. 잘 모른다고 했다. 확장공사는 이전 주인이 한 것 같다면서, 확장공사가 돼있는 상태에서 집을 샀다고 했다. 그동안 에어컨을 사용했지만, 배수관이 어디로 설치되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사할 때 시중의 에어컨설치 업자를 불러서 설치했고, 떼 갈 때도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배수관이 어딘지 챙겨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주변에서 사설 에어컨 설치업자를 소개받았다. 이 분들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 이전에 설치했던 곳을 찾아서 배수관을 연결했다. 불안감은 있지만, 사용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실외기와 에어컨 본체를 연결했다. 원래 '2in1(실외기 1개에 에어컨 2개)'이지만, 거실에 스탠드 에어컨만 연결했다. 벽결이형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연결해도 작동 안될 수 있다고 해서 설치를 포기했다. 설치가 끝난 후 냉각가스를 충전한 후 시험가동을 했다. 처음엔 더운바람이 나오다가, 찬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치비와 냉각가스비를 지급했다. 에어컨 설치는 이것으로 완료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6월초. 여름 날씨가 시작됐다.
에어컨을 켰는데 더운 바람만 나왔다. 뭔가 이상이 있다는 신호였다. 지난해까지 잘 썼는데, 올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7, 8월 한여름이 오기 전에 에어컨 점검을 하기로 했다. 6월 13일(일) 집사람이 A대기업 출장서비스센터에 가정용 에어컨 점검 서비스를 신청했다. 신청자가 많이 밀렸는지, 빨라도 열흘이나 걸린다고 했다. 6월23일 방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꼬박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고, 더위를 견뎌야 했다.

나는 원래 결혼하기 전 선풍기도 없이 여름을 보낸 사람이다. 더우면 더운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집사람은 에어컨 바람이 없으면 견디지 못한다. 더위에 대한 짜증과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따라서, 더위를 참아내는 나는 에어컨 고장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열흘이 지나갔다. 6월 23일 A출장서비스센터에서 2명의 직원이 나왔다. 배수관과 냉각 가스관이 모두 설치되어 있는 상태라, 실외기 상태를 중심으로 점검했다. 가스 계측기에 숫자가 '0'으로 나타난다며, 가스가 모두 샜다고 했다. 가스를 충전한 때가 언젠지 물었다. 나는 무심코 지난해 넣었다고 했다(나중에 생각해보니, 1월달에 설치업자가 충전했음).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기계가 노후화되면 가스는 조금씩 샐 수 있다"며 "한번 충전하면 올해는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가스가 조금씩 새더라도 내년 여름에 한번 더 넣으면 된다고 했다. 최소 1년은 간다고 했다. "실외기 안에서도 가스가 샐 수 있는데, 분해해서 새는 곳을 찾아내더라도 이 제품은 오래돼 자재가 단품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외기를 사면 30~40만원 든다"고 했다.
가스 충전을 마치고, 에어컨을 틀었다. 시원한 바람이 나았다. 실외기는 외관상 터진데가 없고, 에어컨이 싱싱 돌아가니 점검을 무사히 마친 셈이 됐다. 출장비와 기술료 등 74,000원을 지급했다. 가스 충전은 유료이지만, 그해에 한해 2번째 충전은 무료로 해준다고 했다.

A대기업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점검을 마치고 떠났지만, 나는 조마조마했다. 찬바람이 계속 나올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 또 더운 바람만 나올지 걱정이 됐다.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실외기만 보고, 가스 충전만 해놓고 갔기 때문이다. 1월달에 설치업자는 대기업 소속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다. 그 때도 가스를 충전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6개월도 안돼서 가스가 떨어진 것이다. 당시는 겨울이라 설치할 때만 틀어봤기 때문에 가스가 얼마나 존속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6월 하순은 더운 날씨여서 매일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치한 날은 잠잘 때까지 에어컨 가동이 잘 됐다. 둘째날에도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그리고 셋째날이 됐다. 이날까지 에어컨 바람이 잘 나오면 여름 에어컨은 걱정안해도 될 것 같았다. 셋째날 초저녁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저녁 늦은 시간이 되자, 더운 바람이 나온다고 아내가 문자를 내게 보냈다. 에어컨 어디에선가 가스가 새는 것이 분명했다. 우려했던 것이 현실화 됐다. 낙담이 밀려왔다.

다시 A서비스센터에 출장 수리를 온라인으로 신청했다. 이번에는 보름후에나 방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무더위가 시작됐는데, 보름이나 기다린다는 것은 아내에게 무리였다. 아내는 이 참에 새 것으로 교체하자고 했다. 더위를 무척 싫어하는 아내에게 무작정 참으라고 또 부탁하기엔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도, 일단 출장서비스를 신청해두자고 했다. 한편으로 온라인에서 에어컨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 사이에 지난 1월 에어컨을 설치했던 아저씨에게 연락해서 급한대로 점검을 받아보기로 했다. 6월30일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집으로 찾아왔다. 아저씨는 스탠드 에어컨의 하부 두껑을 열어 비누 거품을 묻힌 헝겊으로 연결 부위를 적셨다. 그리곤, 이음새 부분에서 새는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만일 가스가 새면 기음이 나와있거나, 공기방울이 생길텐데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실외기 내부나, 에어컨 상부의 어느 부분에서 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은 부품이 없어서 실외기를 뜯어봐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에어컨 상부는 복잡해서 자신이 손볼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대신, 가스를 충전해주었다. 혹시 모른다면서, 실외기와 연결된 배관의 나사를 힘껏 조여주기도 했다. 가스충전비오 출장비를 받지 않겠다고 사양했지만, 3만원을 드렸다. 또 가스가 새면 AS센터에 신고해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겨우 이틀 버텼다. 이틀 동안은 잘 됐으나, 3일째 더운 바람만 나온 것이다.
결국 7월 4일 온라인으로 에어컨을 구매하기 위해 여기저기 서핑했다. 제조사, 상품, 가격대 등을 비교해가면서 고민했다. 아내의 요청에 따라 '2in1' 에어컨을 중심으로 사양과 댓글 등을 살펴보고 마침내 하나를 선택했다. 신용카드로 할부로 구매했다. 인테넷 구매 후 이틀째인 7월 6일 에어컨 설치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음날(7일) 설치가 가능한가 하고 물었다. 예상보다 빨리 설치 연락이 온 것이다. 평일은 시간을 내기 힘들어서, 설치일을 주말(11일)로 늦췄다.

7월 11일 일요일 오전, 에어컨 설치기사가 에어컨을 직접 운반해왔다. 거실에는 설치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고장난 에어컨을 교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주문했던 2in1 형의 실외기가 커서 기존 것으로 안된다며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실외기를 새로 교체하는데 12만원의 비용이 추가됐다. 연결 호스도 다른 것으로 교체할지 묻기에, 구매할 때 설치비용이 '무료'였던 사실을 들어 기본으로 제공되는 호스로 해달라고 했다. 따라서 추가비용은 총12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딸아이 방이었다.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벽에 구멍을 내야 했다. 물론, 집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놓았다. 사는데 불편하면 안된다며 벽에 구멍내야 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신 것이다. 그런데 일요일에 벽 뚫는 공사를하면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한다며, 관리실에서 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거실에만 스탠드 에어컨을 설치하고, 딸 아이 방에는 평일에 따로 날을 잡아서 설치를 하기로 했다.
7월 15일(목) 오전 딸아이 방에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했다. 지난번 왔던 두명의 젊은 기사가 왔다. 지난번보다 더 바쁜 듯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벽에 구멍을 뚫고, 베란다 쪽에도 구멍을 뚫었다. 구멍 뚫는 기계 소음이 날카로웠다. 시멘트 가루가 방바닥과 베란다에 떨어졌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시멘트 가루 먼지도 미세하게 나왔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소음에 대한 민원은 없었다. 설치기사가 시멘트 가루를 쓸어담고, 나는 청소기로 마무리 청소를 했다.
이렇게 하여, 올여름 에어컨 설치는 모두 끝이 났다. 거실에 스탠드형 하나, 딸아이 방에 벽걸이 하나!
작년 연말 이사와서, 올해 1월 기존 에어컨 설치부터 7월 새 에어컨 교체까지 꼬박 6개월이 걸렸다. 일반 에어컨 설치업자가 2번 다녀가고, 대기업 서비스센터에서 2번 다녀가고, 그리고 다른 대기업 설치기사가 새 에어컨 배달 및 설치를 위해 2차례 다녀갔다. 에어컨이 정말 말썽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새로 설치한 에어컨은 기존 에어컨보다 소리도 없고, 작동이 잘 된다. 15년 전 기술과 지금의 기술력은 비교가 안될 수 있다. 아내가 새 에어컨의 기능에 호평을 내렸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평소 예민한 딸아이가 불만을 표시했다. 에어컨 문제가 아니었다. 에어컨 설치를 하면서 침구과 의자 등을 옮겼다고, 손 때가 탔다고 화를 냈다. 좁은 방에서 에어컨과 포장지, 벽 타공 기계와 각종 장비 등이 들어오다보면, 의자 같은 것은 약간 밀려날 수도 있지만 화살은 내게로 날아왔다. 차라리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튼, 올해는 에어컨 문제로 가장 노릇하기 힘든 여름이다.

(대기업 A사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실외기의 가스 충전 여부를 측정기로 검사하고 있다)

(샐내기 에어컨의 배관을 연결한 실외기의 연결 부분)

(새 에어컨 설치 작업 중)

(교체한 기존 에어컨의 제조년월이 2005년 5월임을 보여주고 있는 제품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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