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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상품권', 불편한 진실

polplaza 2021. 9. 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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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재난지원금이 풀린 이번 추석에 제삿상 준비를 위해 시장에 갔다. 지방 면 소재지의 전통시장이었다. 찹쌀과 일반미 한되씩 2되를 떡 방앗간에 맡겼다.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지역 상품권(1만원짜리) 석장으로 3만원을 지불하려고 했더니, 주인 아저씨가 만원은 현금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상품권 2장과 만원짜리 1장을 떡 만든 값으로 지불했다. 
잠시 후, 시골의 할머니가 상품권 한장과 오천원으로 떡값 1만5천원(아마도 쌀 한되로 떡을 한 모양이다)을 지불하려고 하자, 주인 아저씨가 2만원을 달라고 했다. 즉, 오천원을 거슬러주겠다는 것이다. 떡집 아저씨는 "상품권은 장 보러 가실 때 쓰시라"고 했다. 할머니는 상품권 대신 현금을 모두 지급했다.

재난지원금으로 지급된 상품권이 전통시장에서는 제대로 활용이 안되는 것 같아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떡집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왜 상품권으로 모두 받지 않고, 현금을 받느냐고 말이다.

아저씨 얘기는 "상품권은 여기 고성군 관내에서만 통용되어서 다른 지역에 가면 쓸 수가 없다"고 했다. "물건을 부산에 가서 사오는데, 거기서는 고성군에서 발행한 상품권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또, 아저씨의 가게는 "오래 전부터 가내공업으로 해왔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증이 없어서 상품권으로는 농협에 예금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 아저씨 가게에서는 상품권을 받아도 사업상 바로 사용하기 힘들고, 금융기관에 저축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그림에 떡같은 '이상한 화폐'인 셈이다. 당장 원하는 재료를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도 없고, 금융기관에서 현금화를 할 수도 없는 처치 곤란한 상품권이라는 것이다.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사업자라 하더라도, 상품권을 현금화하려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상품권을 바로 현금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떡 가게 아저씨의 아내는 "상품권을 시장에서 다 안받아준다"며 "국가에서 재난 지원금을 종이 상품권으로 찍어내는 것은 낭비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이 반은 상품권으로, 반은 현금으로 받는다"며 "골이 아프다"고 했다.

재난지원금을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지역상품권이 실효성 있는 화폐의 대체성을 누리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물건을 판 사람들이 현금화를 할 수 없다보니, 시골 같은 데서는 상품권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상품권을 새로 찍거나 배급하는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하면 지역상품권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행군의아침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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