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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1주기.. 장기표의 헌시

polplaza 2021. 11. 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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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지 51주년 되는 날이다.

(전태일 묘소 참배하는 장기표 선생/2021.9.3. 이소선 여사 10주기)


오늘의 전태일 열사가 있기까지,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가장 가깝게, 가장 헌신적으로, 가장 열렬히 그를 사랑하고 추앙한 사람을 꼽으라면 감히 장·기·표라고 단언한다. 내가 아는 한 그렇다. 물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는 제외하고서다. '전태일 평전'을 쓴 것으로 알려진 고(故) 조영래 변호사보다 전태일을 더 많이 알고, 그를 더 많이 기록하고, 그를 평생 선양해온 사람이 아마도 장기표 선생일 것이다. 사실, 장기표를 빼놓고 전태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흔히 하는 말로 '앙꼬없는 찐빵'과 같다.

'전태일 평전'을 누가 썼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때, 저자가 고 조영래 변호사라고 밝힌 사람이 장기표 선생이다. 조영래 변호사는 1990년 사망할 때까지 전태일 평전을 자신이 썼다고 밝히지 않았다. 초판은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일본어로 출판됐다. 당시 일본어판 저자는 '김영기'로 표기됐다. 김정남의 '김', 조영래의 '영', 장기표의 '기'를 땄다고 김정남 선생이 밝힌 바 있다. 세사람 모두 이 책이 출판되는데 각자 역할이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저자가 미상이었다. 1983년 '전태일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 단체 명의로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의 전태일 평전을 출판했다. 조영래 변호사가 사망한 후, '전태일 평전'의 저자는 조영래 변호사로 굳어졌다. 모두가 궁금해하던 저자에 대해 장기표 선생이 "조영래 변호사"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장기표 선생은 전태일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을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전태일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전태일이 주는 최대 교훈"이라며 3가지를 설파하기도 했다. 즉, "고난을 통해 사랑을 얻는 사랑의 원리", "사랑을 통해 지혜를 얻는 지혜의 원리", "사랑과 지혜를 통해 해방된 삶을 얻는 해방의 원리"가 그것이다.

장기표 선생은 16년 전인 2005년 9월 청계천에 전태일 동상이 세워질 때, '전태일의 새로운 출발이어라!"라는 제목으로 추모의 글을 썼다. 글의 형식과 내용으로 볼 때 '헌시'로 볼 수 있다. 현재 전태일 동상 교각에 새겨진 글은 장기표 선생이 쓴 글을 축약한 것이다.

전태일의 새로운 출발이어라!(원문)

-청계천 전태일상 제막식에 부쳐
고난을 이겨낸 꿈과 희망
생명까지 바친 무한한 사랑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절규한 인간선언으로
수천수만의 사람을 감동시키고 부끄럽게 하고 거듭나게 한
아름다운 청년 노동자 전태일!
한 전태일이 죽어 수만의 전태일이 태어나게 하고
한 노동조합의 설립으로 수천의 노동조합을 설립케 하면서
노동운동 농민운동 학생운동 통일운동 인간해방운동의 초석이 된
전태일의 위대한 부활!
그의 꿈과 사랑, 고난과 시련, 결단과 희생이 배어 있는 청계천!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라고 약속한 ‘내 마음의 고향’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이 살아 숨 쉬는 곳 청계천!
그 청계천이 구시대 종언과 새시대 개막의 표상으로 복원되는 오늘
인간해방운동의 새 불꽃으로 그 한복판에 돌아왔으니
전태일의 새로운 부활이어라!
불과 두어 달 만에
수천수만의 사랑과 정성과 의지가 모아져
수억 원의 전태일 기념상이 세워졌으니
더욱이 불과 3일 만에
우람한 상과 수천의 동판이 말끔히 단장되었으니
전태일의 기적 같은 부활이어라!
아! 전태일상!
사랑에 찬 헌신
얼음을 뚫은 불꽃
인간해방을 위한 단호한 결단과 위대한 희생이
이 상에 응축되어
새 꿈 새 희망 새 사랑으로 우뚝 섰으니
아! 전태일 동지 당신이로다!
저 오른손으로 하늘의 뜻을 내리받고
저 왼손으로 땅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저 귀로 세상의 슬픔과 기쁨을 듣고
저 눈으로 꿈과 희망을 노래하면서
저 가슴으로 ‘전태일을 아는 전태일 전태일을 모르는 전태일’
우리 모두를 품어 안으니
전태일의 위대한 사랑이어라!
고난과 시련이 클수록 더 큰 사랑을 키우고
그 크나큰 사랑으로 더 밝은 지혜를 얻으며
세상이 냉혹할수록 더 큰 꿈 더 높은 이상을 품고
모두가 참혹한 현실을 외면할수록 더 큰 사명감을 다진
전태일!
오늘 그 전태일이
하늘과 땅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청계천 한복판에
인간해방운동의 새 불꽃으로 우뚝 섰으니
전태일의 새로운 출발이어라!
아! 이 감동! 이 기쁨! 세상 끝까지 펼쳐지리라!
아! 이 사랑! 이 부활! 세상 끝까지 영원하리라!
2005. 9. 30.
장 기 표

('전태일 다리'에 새겨진 '인간해방의 불꽃')


전태일 동상 교각에 새겨진 글(위의 내용을 축약한 글)

인간해방의 횃불

고난을 이겨낸 꿈과 희망
생명까지 바친 무한한 사랑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인간해방의 불꽃이 되었으니
전태일의 위대한 부활이어라

고난에서 사랑을 얻고
사랑에서 지혜를 얻으며
사랑과 지혜로 해방을 얻는
전태일 정신 전태일 사상으로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게 하니
전태일의 크나큰 사랑이어라

사랑에 찬 헌신
얼음을 뚫은 불꽃
사람세상 위한 결단과 희생이
이 상에 응축되어
인간해방의 불꽃으로 타오르니
전태일의 영원한 횃불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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