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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물어볼 스승이 없어졌다" 故 조순 전 부총리 추모글 전문

polplaza 2022. 6. 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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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장기표 선생은 2022년 6월 24일 고(故) 조순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 "세상이 혼란할 때 물을 스승이 없어졌구나"라고 안타까워하는 추모글을  SNS에 남겼다.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국민당 창당을 할 때 함께 한 인연을 최근까지 이어왔다고 한다.

(고 조순 전 경제부총리 빈소)


장 선생은 전날 오전 조순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일찌감치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4일 오전 사무실에서 추모글을 쓰느라 점심 약속을 깜빡 잊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 급히 나가셨다. 오후에 사무실에 들른 장 선생은 쓰다만 추모글을 마무리했다.

아래는 장 선생이 쓴 '세상이 혼란할 때 물을 스승이 없어졌구나'라는 제목의 추모글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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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혼란할 때 물을 스승이 없어졌구나!
조순 선생의 별세에 부쳐!

조순 선생이 별세하셔서 무척 서운하다. 별세를 맞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물어볼 스승이 없어졌구나’ 하는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세상문제를 물어볼 찾기 힘든 스승이셨다.

조순 선생은 내가 민주국민당을 할 때 당 총재로 모시고 했다. 나는 그때 이기택, 김윤환, 김상현 씨 등과 함께 최고위원을 맡았는데, 이와 관련한 일화가 많으나 여기서 말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마침 댁이 봉천동에 있어 우리집과 가까이 있어 자주 찾아뵙게 되었다. 초기에는 바둑도 두고 술도 함께 하시는 등 격의 없이 지냈는데, 그래서 첫째 아이 결혼 주례도 맡아주셨다.

그런데 만날 때 마다 ‘오늘 참 잘 왔구나’ 싶을 정도로 배우는 바가 컸다. 특히 국제정세에도 아주 밝으셨다. 하기야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민일보를 정기구독 하실 정도이니 그런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찾아뵐 때 적지만 과일을 한 봉지 꼭 사가지고 갔는데, 수업료로는 너무 작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만나 뵈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침체케 하고 있을 때인 2008년 경 폴 크루그만 교수가 한국에 와서 어느 세계 경제 금융 콘퍼런스에서 발제를 하면서 ‘나도 경제침체의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나는 찾지 못하겠더라’라는 말을 한 일 있었다. 그 며칠 후 조순 선생을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 크루그만 교수가 자기도 경제침체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찾지 못하겠더라고 한 기사 보셨습니까’라고 여쭤보았더니, ‘우리나라 교수들은 고민도 안 할 거요’라고 말씀하셨다.

조순 선생께서는 한국경제의 해법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셨으나 여기서 그것을 다 적을 수는 없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선생님도 미국에 상당 기간 계셨는데 골프를 안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대답이 이러했다. ‘대학교수가 골프 칠 시간이 어디 있나요’라고 말이다.
 
한국에서 독보적 경제학원론이 된 조순 선생의 경제학원론이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조순 선생은 진정한 지성인이었다. 참으로 박학다식한 분이셨다.

불과 서너달 전만 하더라도 거동은 불편하셨지만 정신은 말똥말똥 하셨는데 이렇게 홀연히 가시니 오래 함께 할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황당한 느낌마저 든다. 어쩌겠는가? 오래 편찮으시지 않고 돌아가신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조순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6월 23일 

장 기 표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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