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치마당

서울대전경(SEOUL PANORAMA), 원본사진 어디에 있나

polplaza 2022. 7. 14. 21:44
반응형

[편집자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서울 파노라마(SEOUL PANORAMA)'라는 서울 전경을 찍은 사진이 길게 걸려있다. 이 사진의 원본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서울시는 '앨버트 W. 테일러(Albert Wilder Talyor)가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하고 있어, 원본의 출처에 대한 의혹을 낳고 있다. 


박물관 측은 이 사진에 대해 "이 파노라마 사진은 1929년 경 서울(경성) 전경을 찍은 것"이라며 "왼쪽 북한산 자락부터 오른 쪽 남산에 이르기까지 사대문 안의 모습을 모두 5장의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덧붙여 "당시에 발행된 '일본지리백과사전' 등에 실린 사진으로 원본은 처음 공개되는 것인데, 앨버트 테일러가 취재 등의 목적으로 확보해서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역사박물관에 걸린 서울 전경 사진과 설명문)


앨버트 테일러는 1919년 미국 AP통신사 임시특파원으로서 3.1운동을 세계에 첫 타전한 인물이다. 그는 1917년부터 일제로부터 1942년 강제 추방당하기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그가 1923년부터 20년 가까이 살았던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딜쿠샤'(서울 종로구 사직로2길 17)라는 이름의 서양식 2층 주택은 2017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여기에는 그의 손녀 제니퍼 L. 테일러(Jennifer Linley Taylor)의 공이 컸다. 그녀는 2016년 3월 조부모의 한국 생활을 보여주는 딜쿠샤 관련 자료 30여 점을 시작으로 2018년 3월까지 총 1,026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에 서울역사박물관은 2018년 11월 '딜쿠샤와 호박목걸이'라는 이름으로 테일러 기증유물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총 1,026점 중 310점이 전시됐다.

전시물에는 '서울 파노라마'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하지 않은 나머지 716점 속에 '서울 파노라마' 사진이 숨어 있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저 사진 아래의 설명문에 "엘버트 테일러가 취재 등의 목적으로 확보해서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가 아니라 "~ 소장했던 것이다"라고 쓰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사진의 원본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위키백과'에서 똑 같은 사진이 나타났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테일러가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한 사진이다. 해상도가 높아 사진을 확대하면 당시 서울의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 있다.

('Keijo grand panorama(경성 대전경)' 이름의 서울 전경/ 위키백과)

300x250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사진의 파일명은 'Keijo grand panorama(경성 대전경)'이며, 1945년 이전에 찍은 작자 미상의 서울(Keijo)의 전경 사진이다. '경성'은 해방 전 서울의 명칭이다. 저작권 관련 부분에서는 "일본 법 관할인 이 사진은 (1)1956년 12월 31일 또는 그 이전에 공표되었거나, (2) 1946년 이전에 촬영되었고 그로부터 10년 이내에 공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구 저작권법 제23조 및 현행 저작권법 부칙 제2조에 따라서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되었다"며 "파일을 올릴 때는 자료의 출처를 밝혀주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즉, 사진의 저작권은 만료됐으나, 출처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여기서 출처는 '위키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진은 일본에서 옛 서울(경성부)를 소개하는 자료 사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사진을 디지털 데이터로 만든 시간은 2009년 10월 11일(일) 오전 3시 59분이며, 위키백과에 첫게시한 시각은 2012년 11월 18일(일) 오후 8시47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수정돼 게시된 날짜는 2012년 11월 19일(월) 오전 5시28분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의 해상도는 90 dpi로 나타나 확대하여 인쇄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게시자는 'Elmor'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위키백과에 2012년 최초로 개시된 서울 전경 사진은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가 할아버지의 유품을 한국에 최초 기증한 2016년보다 4년 빠르다.

그런데 여기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반응형


바로 원본 사진의 사이즈이다. 위키백과에는 원본 사진의 크기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서울역사박물관도 원본 사진의 가로 세로 크기가 얼마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모두 5장의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무슨 근거로 5장의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한 것일까. 원본 사진의 크기가 가로, 세로 각각 얼마인지 밝혀야 하지 않을까. 5장의 사진을 붙여서 제작한 것이라면, 각각의 사진 크기는 얼마인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서울 파노라마(SEOUL PANORAMA)' 사진은 원본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게 큰 사진을 보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929년 사진을 찍을 당시 그만한 크기로 사진을 인화하기도 힘들었을뿐만 아니라, 90년 가까이 그만한 크기의 사진을 보관하거나 옮기는 일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역사박물관에 비치된 '서울 파노라마' 사진은 어디서 구한 것일까? 정말 앨버트 테일러의 유품 속에 있었던 사진일까. 서울역사박물관이 5장의 사진 크기와, 서울 전경을 담은 원본 사진의 크기를 구체적으로 밝혀준다면 그러한 궁금증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물론 원본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