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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갔더니

polplaza 2022. 12. 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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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데이를 맞아 서울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몰려든 인파에 외국인을 포함해 158명이 압사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한지 50여일이 흘렀다. 그동안 불교계에서 대표적 의식인 49재를 봉행했다. 49재는 사람이 죽은 날부터 7일마다 좋은 곳에서 태어나도록 비는 천도(薦度) 의식으로 칠칠재(七七)라고도 한다. 사람이 죽은지 49일째에 좋은 곳에서 태어나길 기원하는 의식이다. 불교계의 지극정성이 하늘에 닿았다면, 고인들은 이미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사고 직후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7일간(10.30~11.5)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를 봉행했다. 158차례의 타종으로 고인들을 추도하고, 헌향, 추모 법문 등의 49재 의식을 거행했다. 이날을 기해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중앙총부, 유교 성균관, 천도교 중앙총부,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은 이태원 광장에서 '7대 종단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을 열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유족 28명은 지난 11월 22일 서울 서초구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및 책임 규명, 2차 가해 방지 및 대책마련, 참사피해자 소통 보장 등 적극적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일부 유족들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협의회)는 12월 14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공동으로 이태원 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정식 명칭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이다. 사망자 158명 중 유가족의 동의를 얻은 70여명의 영정과 사진을 비치했다.

2022년 12월 22일 오후,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장기표 선생이 분향소를 찾았다. 한파가 밀려와 추운 날씨였다. 장 선생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고인들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고자 했다. 분향소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한산했다. 조문객을 맞이하는 이들은 학생들로 보였다. 국화 한송이를 받아 제단에 올리고 고인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동행했던 사람들도 함께 분향을 했다. 분향소에서 유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학생들로 보였다.

(한산한 분향소)

(향을 올리며 조문하는 장기표 선생)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장기표 선생과 일행)


분향소에 차려진 영정사진은 대부분 꽃다운 젊은이들이었다. 영정 사진이 없는 곳은 국화로 채워져 있었다. 한 영정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젊은 여성도 보였다.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안타까웠다. 지나가던 젊은 여성 2명이 분향소에 들렀다 가기도 했다.

장기표 선생은 서명대에 가서 서명을 했다. 서명대 앞에는 '국가책임 인정하고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라', '피해자 참여속에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2차 가해에 대한 적극적인 방지대책 마련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서명대 옆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분향소 맞은 편에는 보수 유튜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중간에 경찰이 자리 잡고 있어서 어떤 충돌이나 소음도 없었다. 각자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분향소를 나오면서, 뒤를 돌아 보았다. 들어갈 때는 못봤는데, 큰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었다. "세월호 팔아 집권한 문재인·이재명 민주당! 제도정비·법령정비 안 하고 뭐했나?"라는 꾸짖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세월호 사건'의 교훈을 살리지 못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임기말까지 5년 내내 세월호조사위원회를 가동했는데,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밖에 남은 것이 없다면, 이 또한 세월호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하겠다. 사전 책임도 있지만, 사후 수습과 대책 마련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세금을 사용했다면 더욱더 그렇다.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사고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참사이든, 사고이든 많은 인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사실이다. 사고사인 것도 분명하다. 고인을 사망자로 부르든, 희생자로 부르든 그것은 고인들과 상관없다. 남은 자들의 언어일 뿐이다. 법적으로 국가 배상을 받을 것인가, 보상을 받을 것인가의 잣대가 될 수는 있다. 국가 배상을 받으려면 희생자로 부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국가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런 문제는 전문가들이 풀 문제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많은 인명이 안타깝게 죽었다는 사실이고, 유족들의 슬픔이 크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고였든, 갑작스런 죽음과 이별은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자식의 죽음은 가슴에 묻는다고. 유족들이 하루속히 슬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서명을 마치고 나오면서 인사하는 장기표 선생)

(조문하는 젊은 여성들)

(맞은편에 자리 잡은 보수 유튜버)

(이태원 광장 입구에 걸린 현수막)

(독사평 역 근처에서 바라본 남산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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