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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사건 후 김만배, '구라쟁이'에서 '세다'로 존재감[유동규 실록]

polplaza 2023. 3. 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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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튜브 채널 '유재일'은 최근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인터뷰 영상을 시리즈로 편집, 소위 [유동규 실록]으로 방송하고 있다. 당초 100부작으로 제작하겠다는 의욕을 보였으나 얼마 전 영상에서 30부작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여기서는 지난 2월 28일 공개된 '[유동규 실록] 3화 이재명 구출 그리고 통진당 RO' 영상에서 유 전 본부장이 밝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김만배 기자의 등장과 역할', '정진상 실장의 180도 달라진 태도' 등을 짚어본다.

(김만배 기자를 처음 알게된 계기를 설명하는 유동규 전 본부장/유튜브 '유재일' 영상 캡처)


유튜브 '유재일'이 공개한 [유동규 실록] 3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김만배 기자(당시 머니투데이 법조 출입기자]와 이재명 성남시장 측의 최초 만남은 김 기자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성남 소재 한 카페에서 세사람이 만났다. 김만배 기자와 대학(성균관대) 동문인 성남 시의원 Y 씨가 유동규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게 김 기자를 소개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Y 시의원에 대해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첫 만남 후, 유 전 본부장은 김 기자의 요청으로 다른 의원들과 함께 여러 차례 만났다.

김만배 기자는 당초 성남 출신 국회의원 측과 접촉했으나 소기의 성과가 나지 않자 이재명 시장 측과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시장이 만만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뒤에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통합)이 어차피 '대장동 사업' 등을 관장할 것이므로, 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던 자신을 찾아왔다고 판단했다.

김만배 기자, 대학 동문 시의원 통해 유동규 기획본부장 만나

유동규 전 본부장은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김만배가 (성남에) 오게 된 것은 50억 클럽 중 한 분"이라면서 "그 분이 '정영학과 남욱이를 도와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영학과 남욱이가 있었는데 시장이 바뀌어 쉽지가 않은 거죠?"라고 말했다.

즉, '50억 클럽'에 이름이 오른 B 변호사가 김만배 기자에게 성남시장이 바뀌어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가 추진하는 일이 어렵게 되자 도와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성남에 와서 시의원들과 국회의원들을 스크린하다가 마침내 이재명 시장의 핵심 측근인 유동규 본부장을 소개받은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으나, B 변호사가 김만배 기자에게 도우라고 했던 일은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가 추진하던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이해된다. B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초기부터 관여하고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김만배 기자를 만났다는 유동규 전 본부장/유튜브 '유재일' 영상 캡처)


유 본부장은 김만배 기자의 존재를 알렸으나, 이재명 시장을 오래 전부터 보좌해 온 정진상 정책실장(성남시 총무과)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유 본부장은 어느 날 김만배 기자가 취임한지 얼마 안 된 검찰총장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와~, 세다. 정보를 교환하면 우리한테 불리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참고로, 이 시기에 검찰총장에 취임한 사람은 채동욱 검찰총장(2013.4.4.~2013.9.30)이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됐다면, 2013년 4월 10일 전후에 통화를 한 것으로 짐작된다. 

유 본부장은 "김만배 기자는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정진상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에 정 실장은 "야, 그런 사람은 천지 삐까리 깔렸다. 뻥이 심한 거 아니냐. 구라쟁이 아니냐"라며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천지 삐까리'라는 말은 경상도 사투리로, '아주 흔하다'는 뜻이다.

정진상, "그런 사람 천지 삐까리다. 구라쟁이다" 김만배 평가절하

김 기자는 유동규 본부장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성공했으나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정진상 실장이 '구라쟁이'로 치부하면서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무렵, 김 기자는 마침 이재명 성남시장이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된다. 검찰과 국정원이 내사 중이었던 통합진보당과 RO(지하혁명조직) 내란음모 사건에 이 시장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첩보였다.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를 돕는 일이 지지부지한 상태에서, 김 기자는 이재명 시장을 '버리는 카드'로 고민했다. 이듬해(2014년) 6월 지방선거까지 1년 남짓 남은 시기여서, 관계당국의 수사를 내버려 두면 이재명 시장은 이름만 거론돼도 '퇴출'될 것이 자명했다. 새 시장이 선출되면 새 시장과 함께 하면 되는 것이다. 김 기자는 이재명 시장 측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동규 본부장이 이 때 무슨 텔레파시가 있었던지 김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첫 만남 이후 30년 이상 사귀어온 형이 동생을 대하듯이 살갑게 대해주던 김 기자의 태도가 차가웠다. '너, 이제 별 볼 일 없어.' 이런 식의 말투였다. 유 본부장은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는 마음에 김 기자를 무조건 만나러 가기로 했다. 김 기자가 머물고 있다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근처의 목욕탕으로 찾아갔다. 성남에서 서울 서초동으로 직행한 것이다. 목욕탕에 들어간 유 본부장은 김 기자에게 "왜 그러시냐?"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유 본부장의 성화에 마침내 김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중요한 정보가 있는데 뭘 수사하냐면 통합진보당과 RO 수사하고 있어. 거기 수사리스트에 이재명이 있다. 나눔환경에 자금을 준 걸로. 너네 시장은 솔직히 너 여기 안 왔으면 내버려 두려고 그랬다." 김 기자는 유동규 본부장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성남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것을 감안해 이재명 시장과 다시 함께 가기로 마음을 돌렸다. 

김만배, "통합진보당과 RO 수사하고 있는데 수사리스트에 이재명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그 때 김만배는 알고 있더라. 한참 있다가 RO사건 터졌는데"라며 "시장을 바꾸면 다음 시장하고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거야. (이재명 시장을) 살릴까? 네가 와서 내가 한번 살려볼 게 한 거야. 그날 마음을 푼 거지"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수사하는 쪽에다 우리 명단을 빼달라 했다는 거야. 건대 빠졌어. 어쨌든 한마디도 안 나왔잖아."라고 김만배 기자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김 기자는 유 본부장에게 '시장 교체'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재명 시장은 주민들 앞에서 한 이야기를 안 지키는 것 같다. 안될 인간 같다. 시장 새로 뽑아서 얘들 도와줘야겠다. 시장 바꾸면 다음 시장하고 해야 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 유 전 본부장은 전했다. 김 기자는 한때 이재명 시장을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우리가 통진당의 김미희를 성남시장직인수위원장으로 임명해 연합정부 구성하고 나눔환경에 수의계약해서 자금 지원했다, 이런 식으로 충분히 몰고 갈 수 있었다"면서 "2013년 8월에 터져 그때 난리가 났다. 국회의원도 구속되고(했는데), 어쨌든 김만배 이야기로 빠졌잖아. 한마디도 안 나왔다. 그때 (수사) 책임졌던 분이 김만배와 굉장히 친하다고, 김만배가 이야기하고"라고 덧붙였다.

(김만배 기자에게 사과했다는 유동규 전 본부장/유튜브 '유재일' 영상 캡처)


통진당과 RO사건에 이재명 시장이 연루된 것으로 수사 발표가 나올 여지가 충분히 있었지만, 김만배 기자가 아주 친한 수사 책임자에게 이 시장을 빼달라고 요청해 이 시장이 수사 발표에서 완전히 빠졌다는 것이 유 전 본부장의 판단인 셈이다.
  
유 본부장은 2013년 8월 28일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통합진보당과 RO에 대한 압수수색과 이석기 의원 등 일부 인사 체포사건이 터지자, 김만배 기자에게 들었던 정보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 내용은 이재명 시장에게도 전달됐다.

수사 책임검사, 이재명 시장에게 "김만배에게 고맙다고 해라"

이재명 시장은 수사 책임자 검사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뒤에 검사가 이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고마운 것은 김만배에게 하라"고 했다고 유 전 본부장이 전했다.

"그때 그래서 (이재명 시장은 김만배 기자에게) 고맙다고 하고. 김만배의 존재는 정진상도 그때 상황을 크로스 체크했는데, 맞다는 거야. 김만배 말이. 그래서 정진상도 그때 김만배에게 극진하게 했지"라고 유 전 본부장이 부연했다.

정진상 실장이 김만배 기자를 '구라쟁이' 정도로 치부해오다가 180도 입장을 바꾸어 '극진하게' 대우하기 시작한 전환점이 바로 '통진당과 RO사건'이었다는 게 유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통진당 사건이 터진 때가 2013년 8월 말이었으므로, 2013년 9월경부터 정 실장은 김 기자를 '형님'으로 모셨다고 볼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나중에 김만배와 마음이 안들어서 대판 싸우고 딱 해어진 일이 있었다"며 "정진상에게 전화했더니, 전화했는데 얼굴이 새파라진 게 느껴졌어. 니 빨리 가서 사과해라"라고 정 실장이 빨리 김 기자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이에 유 본부장이 "형, 이전에 김 기자가 뻥쟁이라며?"라고 반발했더니 "(정진상이) 야, 세다. 니 빨리 사과해라,  내가 할까. 빨리 네가 해라. 그래서 내가 그때 김만배한테 전화해서 바로 사과했다"라고 털어놨다.

정진상, 김만배를 '형님'이라 부르며 "세다"라고 평가절상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실장이 김만배 기자를 대했던 태도에 대해 "처음엔 (구라쟁이라고) 그랬다. 한다리 건너서 들으니까"라며 "나중에 만나고 나서는 둘이서 더 친해졌다. 만나고 난 다음부터는 (정 실장이 김 기자를) 형님, 형님하고 (불렀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과 더욱 긴밀해진 김만배 기자의 존재감에 대해 "김만배는 무슨 존재냐? 최소한 이재명의 어려운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됐다는 것은 (통진당 사건을 계기로) 확실하게 인식하게 됐다. 네트워크 만들어주고, 그 힘을 이용해서 이재명의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 주니까"라고 평가했다. 


(김만배 기자의 존재감을 설명하는 유동규 전 본부장/유튜브 '유재일' 영상 캡처)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우리가 정진상, 김용하고 술먹을 때 시장 당선도 안 됐는데, 우리가 도원결의할 때 거의 매일 술 먹다시피 했다"면서 "그때 정진상이 정색하고 딱 그러더라. '우리, 나라를 먹자!' 시장 당선도 안 됐는데 무슨 나라를 이야기하냐, 처음엔 그랬다. 나는 딱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우리가 주군으로 모시기로 했으니까 나도 그런 걸로 마음 가짐을 가져야겠구나. 성남 도원결의는 성남시장이 목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통령 만들자. 그런 꿈을 갖고 시작했다. 못할 것 어디 있어. 한번 해보자"라고 했다며 '정진상의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뛰면서 정진상은 이재명 후보를 훗날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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