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설거지 하는 기쁨!

polplaza 2023. 3. 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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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밤에 설거지를 하곤 한다. 저녁을 늦게 먹기 때문이다. 내가 먹은 그릇은 내가 치우는 것이다.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가능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설거지 하는 것을 하루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어떤 날은 설거지를 하기 전에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설거지가 밀려있을 때다. 일찍 식사를 마친 식구들의 빈 그릇이 개수대에 쌓여있는데다, 내가 '떨이'로 먹은 국이나 찌개 냄비까지 한꺼번에 설거지를 해야할 때가 그랬다. '아이들이 밥을 먹었으면 그때그때 설거지 좀 해놓지' 하고 괜히 아내에게 불만이 생겼다.

그러다가 한번은 아내에게 "설거지 좀 해놓지?"라고 했다가 반격을 받았다. "누가 더 설거지를 많이 하느냐?"고. "1주일에 두세번 하는 것 가지고 뭘 그러냐? 매일 같이 설거지하는 사람도 있는데"라고 반박한다. 이런 싸움에서는 백전백패다. 내가 아내보다 설거지를 더 많이 한다고 절대로 우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밤 설거지할 그릇이 평소보다 3~4배 많았다. 이전 같았으면 짜증 지수가 급격히 올라올 상황이었다. 내가 '떨이'하듯이 남은 고등어  찌개를 먹고 남은 냄비와 조금 남은 국물을 따라 먹고 남은 국 냄비, 국자, 밥 그릇과 반찬 그릇, 여기에다 가족들이 남긴 물컵과 수저 등이 개수대에 꽉 찼다.

'에휴~, 설거지 할 게 많네. 귀찮네. 시간 많이 걸리겠네. 짜증난다.' 뭐 이런 식의 불만이 머리 속으로 차 오르는 것 같았다. 이런 부정적 생각은 사실 좋은 일이 아니다. 어차피 할 일을 앞에 두고, 나쁜 생각을 갖는 것은 누군가에게 분노와 적의를 키우게 된다. 아내에게 투덜대봤자 괜히 감정만 상할 뿐이다. 빨리 급제동을 해야 겠다고 마음을 추스렸다. 기분이 나빠지면 심신에 좋을 리가 없다. 

마음을 좋은 방향으로 고쳐먹기로 했다. 그러면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금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전환케 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우리 가족이 오늘 배부르게 먹었구나. 아내가 우리 가족을 위해 요리를 많이 했구나. 아내와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다면 아빠는 기분이 좋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설거지를 하니 손놀림이 가벼워졌다. 개수대에 쌓여있는 빈 그룻들을 씻는 물의 촉감도 좋게 느껴졌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기분 상하면서 억지로 하는 것은 노동이다. 좋은 습관이 아니다. 만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좋게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좋게 생각하자고 마인드 콘트롤을 하다보면, 정말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발상의 전환이 된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TV를 보던 아내가 마시던 물컵 하나를 들고 왔다. 내게 미안했던지 "설거지가 많네! 오늘 고생한다"고 위로하듯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우리 가족이 많이 먹었으니 나는 기분이 좋다."
아내가 "좋은 생각이네. 하하~" 하고 웃었다. 집안에 웃음꽃이 피는 순간이었다.

나의 작은 수고로움과 발상의 전환이 가정에 웃음과 평화를 가져다 준다.

(개수대에 쌓인 빈그릇과 냄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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