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친구의 '거안실업' 회장 취임을 축하해야 하나

polplaza 2023. 4.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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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하나 둘 현역에서 은퇴하고 있다. 은행 다니던 친구는 벌써 퇴직했고, 사기업 다니는 친구들은 이제 은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의 카톡방에 '은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오늘은 한 친구가 "은퇴는 새로운 출발"이라며 "일출과 석양이 아름답듯이 (은퇴하는 것을) 걱정하지 말자"고 다른 친구들에게 호소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정년퇴직 후, 계열사에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이 친구는 "함께 가도 좋고 혼자 가도 좋다"면서 혼자서 산책 중이라고 했다. 계열사 근무도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곧 은퇴할 예정인 친구이다.

그러자 중견기업에 근무했던 친구가 "은퇴하고 나니 너무 홀가분하다"면서 "종교 공부를 하니 인생이 업그레이드 되어 가는 기분"이라고 화답했다, 이 친구는 "아침마다 성경 필사가 첫 일과"라면서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걸 은퇴 후 새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은퇴는 축복이다. 멋지게 즐기자"라고 긍정 에너지를 발산했다.

(수레 바퀴와 도자기)


이에 대기업에 다녔던 친구가 중견기업에 다녔던 친구에게 "'거안실업' 회장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친구를 위해 뭘 할까 고민하다가 명당성당을 둘러보고 왔다"고 했다. 명동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고 왔다고 하는 것이 일반 상식인데, 둘러보고 왔다고 하니 친한 사이에 우스개로 한 말인 셈이다.

외국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은퇴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가 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은퇴하면 회장님 되나?"라고 물었다. 그는 "회장 명함의 80% 이상은 사기꾼인 경우가 많다"면서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친구 사이가 아니면 하기 힘든 말을 꺼낸 것이다.

마침내 '거안실업'의 회장님으로 취임하게 된 친구가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혔다.
이 친구는 "근무 환경이 너무 좋다"면서 "각 시·도의 도시, 동, 호수마다 지사장들이 자율 근무(?) 중이어서 나는 별로 할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시간의 노예에서 벗어나 일상이 자유롭고 편안하다"고 했다. 친구는 미국에 있는 친구를 향해 "텍사스 달라스 시내 상상노래방에서는 가짜 양주를 파니 술 마시지 말라"고 조언했다. 미국에 있는 친구는 "달라스에는 한인교포가 12만명에 이른다"면서 "살기 좋다"고 곧바로 응수했다.

이런 가운데, '거안실업 회장님' 발언을 처음으로 꺼냈던 대기업 출신 친구가 급히 해명에 나섰다.
친구는 "은퇴하면 거실과 안방을 회전문 처럼 왔다 갔다 하는 실업자들 모임이 거안실업"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중견기업 출신의 친구가 거안실업의 회장님으로 취임한다'는 뜻은 대기업 출신의 친구가 자신이 포함된 은퇴자들 모임에 중견기업 출신 친구를 회장으로 추대하겠다는 소리였다.

그런 의미였다면, 은퇴 후 거안실업 회장에 취임하는 친구를 축하해줘야 하는 것일까?

회장 취임 당사자인 친구의 말인 즉슨 "유일한 단점은 월급이 없다는 점이지만 근무 환경은 너무 좋다"라고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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