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나이는?

polplaza 2024. 2. 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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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생을 사는 동안 가장 위험한 나이는 언제일까. 외형상으로 본다면, 갓 태어났을 때이다.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생존이 힘들다. 모유를 먹고 성장해야 한다. 자연의 섭리이다. 현대에는 모유 대신 분유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걸음걸이를 하고, 말을 시작하는 시기도 독자 생존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부모나 외부 사람들의 돌봄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런 성장기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사춘기를 넘어서서 적어도 혼자서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비로소 성인이 됐을 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 그리고 매일 터지는 사건 사고를 보면 가장 위험한 나이는 대략 40대로 파악된다. 이것은 나의 주관적 견해임을 먼저 밝혀둔다. 그렇지만, 수년 전부터 나는 40대가 가장 위험한 나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기도 했다.

(비오는 날 서울 중구 인현시장 입구)

그 이유를 밝히기 전에, 인생에서 40대가 왜 가장 위험한 연령대인지 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지난 2023년 12월 마약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아오던 배우 이선균이 극단선택을 했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의 나이는 48세였다. 유명 영화배우로 잘나가던 시기에, 사실 여부를 떠나 추문에 휩싸인 것은 40대에 접어든 나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지난 해 소송을 벌인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 씨는 이때 42세였다.

1917년 생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16 혁명을 일으켰을 때 나이는 44세였고, 2년 후인 1963년 46세의 나이로 제5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1931년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던 1979년은 48세 때였다. 반란에 가담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47세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에 첫 출마했던 1971년은 47세 때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40대 기수론'을 주창한 인물이 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그는 41세 때인 1969년 신민당 안에서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와 세대교체의 불을 지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47세가 되지만, 40세가 되던 지난 2017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맞서 전쟁을 이끌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46세이다. 장기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해 72세이지만, 48세 때인 지난 2000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 1960년은 43세였다. 그의 대통령 임기는 1961년 1월부터 시작됐으나  2년 후인 1963년 11월 암살당했다. 46세 때였다.

북한 김일성 전 국방위원장이 1950년 6.25 전쟁을 일으켰을 때 만나이는 38세였지만, 통상적인 한국 나이로는 40세였다. 지난 2016년 32살에 집권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40세가 됐다. 역사적 경험과 사례로 미뤄볼 때, 앞으로 향후 10년 동안 그가 무슨 일을 벌일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100세 시대로 불리는 오늘날 특정 나이를 두고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인성과 환경에 따라, 10대부터 70대까지 사건 사고가 없는 세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40대가 가장 위험한 나이라는 나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글은 앞서 밝혔듯이 순전히 필자의 판단으로 쓰는 글이므로,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바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왜 40대가 위험한지 분석해보는 일이다. 필자가 추론한 바로는 4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위험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40대는 사춘기를 겪는 10대와 세상 물정을 익히는 20, 30대를 거친 세대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세상살이의 경험을 배운 세대이다. 특히 일부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일정한 부와 명성을 얻어 유명해지게 된다. 꼭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공조직이든 사조직이든 어떤 조직 내에서 일정한 권위와 지위를 갖게 된다. 40대가 되면 대체로 조직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다 보면, 보수적 경향을 보이는 50, 60대 등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별 것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20, 30대 아랫사람들에 대해서는 경험이 얕다며 깔보는 경향도 생기게 된다.

이런 인식을 하는 40대는 자만과 교만에 빠지기 쉽다. 일부는 승부욕과 자신감이 넘쳐 대내외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40대는 세상을 향해 도전정신이 어느 세대보다 활활 타오를 때이다. 기성 조직은 답답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부조리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들은 혁신을 앞에 내걸고 기성 조직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겠다며 나선다. 50, 60대 이상 세대를 '꼰대세대'라고 부르며, 자신의 미래를 방해하는 세력으로 치부하여 제거해버리고 싶은 욕구가 충만해진다. 20, 30대를 향해서는 자신의 명령과 요구에 따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자신이 관련 분야와 조직 내에서 가장 잘난 인물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40대의 도전정신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모하게 설쳐서 사회와 조직에 해악을 가져올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조직 내에 40대가 있다면, 충분히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만일 본인이 40대라면, 스스로 되돌아보고 자중자애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자는 40대의 나이를 '불혹(不惑)'이라고 불렀다. 불혹은 여기 저기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이 40이 넘으면, 주변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에 반론을 제기한다. 40대는 자신감이 충만해져서 사고를 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다. 그러므로 불혹이란 여러가지 유혹에 현혹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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