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지인 핸드폰 번호로 온 '부의금' 문자결제사기(스미싱).. 진짜 같았다

polplaza 2024. 2. 7. 22:14
반응형

며칠 전 새벽에 한통의 문자가 왔다.

"존경하는 부친께서 투병하시다 금일 별세하셔서 알려드립니다. 장례식장: bit.ly/3S*****"라는 부고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였다. 핸드폰 상단에는 내 핸드폰에 저장된 지인의 이름이 떴다. 전화번호도 지인의 전화번호였다. 그동안 간간히 온 보이스피싱 문자는 '002'로 시작하는 외국 번호이거나,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화번호였는데, 이번에는 지인의 전화번호가 그대로 떠서 문자 메시지에 신뢰가 갔다.

똑같은 내용의 문자가 2분 후에 다시 왔다.

그런데 문자의 서두에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 약간 의아스럽긴 했다. 선친의 별세 소식을 알리면서, 굳이 앞에다가 '존경하는' 표현을 넣은 것이 이상했다. 그러나 지인이 연세가 많은 터라 평소 아버지를 존경했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또 하나는 평소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투명하다가 별세했다는 말도 의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신인 전화번호가 지인의 핸드폰 번호여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우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답신을 했다.

그리고, 당일 오전 사무실에 출근했다. 사무실 사람들이 지인의 부고 소식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링크를 클릭했는데 연결이 안되더라" "화환을 보내려고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안받더라" 등의 내용이 오갔다. 사무실 사람 중 한명이 지인과 전화가 연결된 것은 낮 11시 30분경이었다.

지인은 사무실 사람과의 통화에서 "아버지는 20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다. 그 문자는 보이스피싱 같은 스미싱이다. 피해를 안봤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스미싱(Smishing)이란,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부의금, 결혼 축의금 송금 등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속이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한 유형이다. 이른바, 문자결제사기라고 한다. 전화를 통해 목소리로 사기를 치는 '보이스피싱'과 구별되지만, 거짓으로 상대를 속여서 사기를 친다는 점은 같다. 

(필자가 받은 부의금 사기문자 메시지)

SMALL


다행히, 사무실 사람들은 문자메시지와 함께 온 링크 주소가 클릭해도 열리지 않아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해외 스미싱 사기꾼들이 지인의 핸드폰을 해킹하여 문자를 보낸 게 아닌가 우려됐다.

이번에 부고 메시지를 보낸 지인은 핸드폰이 해킹을 당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얼마전 카톡을 자주 주고받는 친구의 부고 소식이 와서 깜짝 놀라 문자메시지의 링크를 클릭한 적이 있었다"면서 "그 때문에 핸드폰에 저장돼 있은 1천여개의 전화번호가 유출된 것 같다"고 했다. 지인은 "며칠 전 통신사로부터 '귀하는 하루 400개의 문자를 모두 사용했다'는 문자 발송 한도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1일 문자발송 한도가 차서 지인들에게 '해킹당했다'는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고 했다. "은행에 해킹신고를 해서 확인한 결과, 카드 등의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면서 "다만 통신료에 가산되는 소액 결제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은 현재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로 핸드폰 소액 결제를 차단했다"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해당 문자를 캡처해서 보니, 문자메시지 하단에 'Warning! There might"라는 영어로 경고 문구가 붙어있다. 정상적인 문자였다면, '경고( Warning)'라는 단어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기를 피하려면, 발신자 전화번호만 볼 것이 아니라 문자메시지 옆에 따라 붙은 '경고' 메시지까지 두루두루 잘 챙겨봐야 할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