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안면신경마비 9개월째 증상은? 그리고...

polplaza 2024. 3. 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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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신경마비(한방명: 구안와사) 진단을 받은지 어언 9개월이 됐다. 지난 해 5월 어느날 아침 깨어났더니 왼쪽 얼굴에 마비 증세가 시작됐다.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약 8개월간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 사이에 간간히 침 치료를 받기고 하고, 기 치료를 두어번 받기도 했다.

지난 한달 동안은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 완쾌된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받아오던 물리치료를 더이상 연장하기 않았다. 담담의사는 물리치료를 더 받아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6개월로 제시했다. 나는 6개월간 재활치료를 다 받고, 추가로 2개월을 받았으니 총 8개월 동안 재활치료를 받을만큼 받았다.

9개월차에 접어든 현재 주요 증상은 왼쪽 얼굴의 눈 주변와 광대뼈를 중심으로 매일같이 지속되는 피부 조임 현상이다. 추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루도 빠짐없이 얼국 주변이 조여드는 느낌을 받는다. 아침 저녁으로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안경점에 갔다. 시야가 흐려서 안경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지난 해 가을 쯤에 갔다가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 눈의 초첨이 잡히지 않아 안경을 맞춰도 소용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초점이 정확히 잡히지 않았다. 안경점 주인 아들은 7, 8월쯤에 다시 검사를 하자고 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안경 도수를 높여도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없다고 했다. 눈의 초점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안면신경마비 증세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호전되든, 악화되든 신경마비 상태가 종료돼야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는 분석이었다. 이번에도 안경을 맞추지 못했다. 앞으로 최소한 4~5개월 동안 사물을 흐릿한 상태로 봐야하는 처지다.

(한의원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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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밥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실 때, 고개를 숙이면 왼쪽 눈이 감기는 느낌이 든다. 피부 조임 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왼쪽의 윗 입술과 잇몸 사이가 항상 붙어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입을 다물고 양볼에 바람을 넣으면 오른쪽은 부불어 오르는데, 왼쪽 볼은 거의 부풀지 않는다. 다행히 아래 입술 쪽은 불편함이나 부자연스러움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대화를 나눌 때는 불편함이 없다. 상대가 나의 얼굴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외형상으로 얼굴이 거의 정상인 것 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신경과 근육 움직임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더라도 얼굴의 겉 모습이 거의 정상으로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한달 동안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자가 치료시간을 보냈다. 자가 치료라 함은 세수를 자주 하고, 로션을 하루에 서너번 발라주는 것이었다. 한달 동안 나아졌다는 느낌이 없다. 

오늘은 시간을 내서 동네 한의원에 갔다. 한두달 전 쯤 지인으로부터 사람들이 많이 가는 한의원을 소개 받았는데, 그 한의원을 찾아갔다. 오후 늦은 시각이라 손님이 없어 바로 진료를 받았다.

(한의원 내부)
(영업시간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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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의사는, 내가 "안면신경마비로 찾아왔다"고 하자, "침을 맞아도 안 낫는다"고 했다. 내가 병원에서 재활치료(전기자극 치료와 전기침 치료)를 받았다고 하자, 그는 "게중에 침이 제일 낫다"고 했다. 침으로 안 낫는다고 하더니 갑자기 침이 제일 낫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걸 따져봤자 큰 의미도 없는 지라 그냥 지나쳤다.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잠시 후 간이침대에서 침을 맞았다. 침을 놓는 회수를 머리 속으로 세봤더니 총 25방쯤 됐다. 오른쪽, 왼쪽 정강이와 양팔, 얼굴 중앙과 인중, 왼쪽 눈 주변, 광대뼈 주변, 왼쪽 귀 뒤쪽 등 여러 곳에 침을 놨다. 그동안 3곳 정도에서 침을 맞은 적이 있는데 한번에 가장 많은 침을 이 한의원에서 맞았다. 그리고 왼쪽 어깨 쪽에 부황을 한개 떴다. 부황은 처음인데, 한의사는 부황을 하기 전에 "부황 해본 적이 있죠?"하고 물어서 내심 어이가 없었다.

(침 치료실)
(침 치료실 간이 침대)


부황까지 하고 의료비 계산을 했다. 총 11,000원이 나왔다. 다른 한의원보다 침도 많이 놓고 부황도 했는데 11,000원이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사는 "앞으로 10회 정도 침을 맞자"고 했다. "이틀에 한번씩, 매주 3회 정도 오면 된다"고 했다. 평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점심시간 없이 오후 1시에 끝난다고 했다. 단, 수요일은 토요일처럼 오후 1시에 끝난다고 했다. 진료 시간 안에만 오면 된다면서 예약 시간을 따로 잡아주지 않았다. 방문 시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금연하라든가, 잠을 일찍 자라든가, 절주하고 음식을 가려 먹어라든가 하는 제약 조건을 말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곳 한의원은 좀 다녀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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